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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리브엠' 혁신, 노조에 발목 잡히나 빅테크 대두에도 요지부동, 소비자 편익 외면 지적…이종 융합 나쁜 선례 우려

이장준 기자공개 2021-04-14 07:35:02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3일 1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사업 '리브엠(Liiv M)'이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통신 소외계층에 저렴한 요금제를 공급한다는 명분과 빅데이터 경쟁력을 키운다는 실리를 저버리고 노조 측에서 무리하게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도 이종 간 융합에 나쁜 선례로 남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4일 금융위원회 1호 혁신금융서비스 '리브엠'의 재지정 심의를 앞두고 있다.

리브엠은 2019년 10월 출시돼 금융업자가 통신업을 영위하는 첫 사례로 이목을 끌었다. 은행권 최초로 따낸 혁신금융서비스라는 의미를 지닌다. 합리적인 가격의 요금제로 시작해 군인 전용 요금제, 무료 보험 서비스 등 고객 중심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용 고객은 약 9만6000명에 이를 정도로 사업성을 인정받았지만 노사 갈등이 변수로 떠올랐다. 노조 측에서는 우선 영업점 판매 채널 확대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비대면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을 배려한 운영이며 실제 대면 개통 비율은 1.3%에 그친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또 노조는 리브엠을 무리하게 성과와 연동시킨다고 주장했다. 알뜰폰과 연계한 전용금융상품을 판매하거나 성과평가(KPI)에 반영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이와 관련 통신 연계 금융상품 창구 판매를 종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PI에 반영하는 안 역시 검토했으나 실제 시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영업그룹 대표의 KPI 항목에 '디지털 업무 평가'라는 간접적인 평가 항목은 있으나 이로 인해 영업점에서 받는 부담은 미미하다.

노조 측은 인센티브를 통해 직원 간 실적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공개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KB국민은행은 시행 초기 직원 관심도 제고를 위해 포상을 줬지만 별도로 목표를 부여하거나 실적을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직원 개인의 실적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적도 없었다.

아울러 영업점을 통한 리브엠 개통 고객은 1%대에 불과하다. 영업점 업무처리 횟수는 영업점당 1일에 0.1건에 그친다.

오히려 노조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무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빅테크, 핀테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본연의 업무를 넘어 은행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가운데 사업 확장에 반대하는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 은행이 비금융 산업으로 진출하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통한다. 이미 중국 은행들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 진출, 싱가포르 은행의 스마트워치 사업 등 해외 은행들은 비금융서비스 분야로 이미 활발하게 진출하는 추세다. 리브엠은 통신 사업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산업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KB국민은행은 혁신금융을 통해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프라인 채널에 리브엠 전담 파트타이머 130명을 점포에 배치해 비대면 가입을 어려워하는 통신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본인확인이 어려운 신용카드 미소지자, 미성년자 등 고객의 리브엠 가입을 영업점에서 도와준 케이스도 전체 가입비율의 10%대에 이른다.

외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일 김남철 과학기술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알뜰폰 사업자의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 확대를 설명하는 정책 브리핑에서 리브엠을 모범사례로 꼽기도 했다. 과기정통부가 금융위에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재허가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에서 어렵게 따낸 혁신금융서비스를 회사 스스로 내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위 '요금제 유목민'들이 떨어져 나가고 진성 고객만 남은 상황에 노조가 서비스 연장에 반발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만약 리브엠 서비스가 중단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이어질 전망이다. 멤버십 서비스, 보이스피싱 예방서비스, 미사용 데이터 포인트리 환급 서비스 등 리브엠에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나아가 알뜰폰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 수 있다. 리브엠은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며 단순 저가폰 이미지를 벗어나 시장 자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이 많다. KB국민은행이 갑자기 사업을 중단하면 알뜰폰 활성화 정책 추진동력도 약화하고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가계 통신비 절감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리브엠 서비스 중단 가능성에 대비해 여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응 과정이나 서비스 중단 자체만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융권 전반적으로 노조 반발에 의한 신규사업 철회는 추후 금융산업의 이(異)종 융합 등 사업 다각화에 나쁜 선례로 자리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일로 향후 신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노조 합의를 받아야 하느냐는 금융권의 볼멘소리가 나오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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