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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의 '딥 체인지' 이후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1-05-03 08:28:16

이 기사는 2021년 04월 30일 08:0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 3위 SK그룹의 간판 계열사는 어디일까. 이전 같으면 통신과 정유를 대표하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을 꼽았을 것이다. 2012년 반도체 기업을 인수한 후로는 SK하이닉스가 그룹을 대표하는 간판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는 148개로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다. 이 가운데 SKC는 매출이나 자산 규모로 볼 때 외형적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내실 있는 알짜배기 회사로 언급된다.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 선경합섬(현 SK케미칼)에 이어 선경화학으로 출발한 SKC는 SK그룹에서 3번째로 역사가 오래됐다.

현재의 SK그룹이 있기까지 성장의 주춧돌을 놓은 계열사이기도 하다. SKC는 1999년 미국 조지아 주에 대규모 필름 생산 공장을 건설했는데, 이는 SK 계열사 가운데 해외에 첫 생산 공장을 설립한 쾌거였다. 공교롭게도 여기까지가 SKC의 전성기였다.

SKC는 1980년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컬러 비디오테이프를 개발한 이후 세계 시장을 석권했지만 가정용 VCR 시대가 종말을 고하면서 사양세로 접어들었다. 태양광 사업에 진출하는 등 다각화에 힘썼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는 없었다.

SKC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건 2016년 이완재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전략기획통인 그는 SKC 비즈니스 모델(BM) 혁신을 통해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현재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면 기존 사업을 과감히 매각했다.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전기차 배터리 동박업체인 SK넥실리스(옛 KCFT)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수년간 공을 들였지만 적자 상태에서 탈출하지 못했던 태양광 사업은 미련 없이 접고 반도체 소재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던 '딥 체인지(Deep Chane)'를 충실히 이행한 모범적 사례다. SKC는 활발한 M&A(인수합병) 활동을 통해 최 회장이 최근에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가장 잘 써나가고 있는 계열사로도 꼽힌다. 이 사장은 주요 계열사 CEO가 모인 자리에서 최 회장에게 특급 칭찬을 듣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ESG 경영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삼켰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SKC, SK텔레시스, SK네트웍스 등으로부터 2235억원을 배임·횡령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ESG 평가에서 지배구조(G)부문이 두 단계나 강등됐다.

두 단계 하락은 이례적인 조치인데, 오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비리 행위를 알고도 묵인했거나 방조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재계에서 처음으로 ESG 경영을 천명한 SK그룹으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 사태를 바라보는 임직원의 동요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어찌됐든 현 경영진이 회사를 이끌기 전에 발생한 일이고 향후에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컸다. 실제로 SKC의 주가는 1997년 상장 이후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주가는 10년 전의 2배 이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SKC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소회는 이랬다. "SKC가 SK그룹 계열사에서 3번째로 오래된 회사인데 앞으로도 계속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습니다. 현재 1등 기업이라고 해서 미래에도 건재할거란 보장이 없잖아요. SKC는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은 계속 성장할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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