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구상 산은, 협상 우선순위는 대기업? 기간산업 안정화 최우선, 시장영향 최소화…최근 빅딜 비슷한 방식 채택
고설봉 기자공개 2021-06-21 07:40:32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8일 08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의 HMM 구조조정이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매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산은은 당장 “매각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대기업그룹을 중심으로 인수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 곳들도 나타났다.일각에서는 국가 기간산업의 경영권 지분 매각이란 점 때문에 대기업을 상대로 ‘빅딜’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다만 산은 24.99% 외에도 해양진흥공사(3.44%)와 신용보증기금(6.06%) 등 정부 측 지분을 모두 합해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4일 HMM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HMM 매각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해운산업이 다시 업사이클을 타는 시점에서 산은이 CB 전환을 추진하면서 매각설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다만 이 회장은 매각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다. 매각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 접촉한 기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매각 계획은 다른 고려 요소까지 포함하면 단계적인 방법으로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추진하겠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발언과는 별도로 시장을 중심으로 HMM의 매각 시기와 가격, 방식 등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산은이 어느 상대에게 어떤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매각 방식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빅딜(Big Deal)’이다. 빅딜은 최근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의 민영화에서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진행된 기간산업 기업의 민영화는 거의 빅딜 방식으로 이루졌다.
실제 이 회장 취임 이후 진행된 산은의 기간산업 매각은 대부분 대기업을 상대로 한 빅딜로 성사됐다. 2019년 1월 대우조선해양, 2020년 10월 아시아나항공, 2021년 1월 두산인프라코어 등 M&A가 모두 빅딜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기간산업 기업인 HMM도 대기업을 상대로 거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은이 HMM M&A를 결정하고, 몇 곳의 대기업을 상대로 딜을 진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과 지배구조 등에서 안정화가 이뤄져 있고, HMM과 각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방식은 비교적 주가에도 영향이 적다. 현재 HMM의 주가는 해운업 업사이클을 타고 고공행진 하고있다. 이 가운데 산은의 CB 주식 전환 발표가 있으면서 곧바로 주가가 영향을 받았다.
만약 매각설이 시장에 퍼지고, 공개입찰로 M&A가 진행되면 주가는 예측 가능성을 완전히 벗어나 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처음 진행된 2019년 4월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예측 가능성을 벗어났다. 당시 공개입찰로 진행된 매각은 결국 가격 등에서 여러 이견을 보이며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지며 딜이 깨졌다.
재계 관계자는 "HMM과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은 현재 한국에는 없는 만큼 빅딜을 추진한다면 물류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재계 대부분의 기업에서 물류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기업집단 전부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로서 이 회장이 가지고 있는 철학도 공개입찰보다는 몇몇 대기업을 상대로 한 빅딜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회장은 국내 경재계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그 가운데서 최대한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 방식을 이끌어 내기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국내 기업구조조정 1세대로 불린다. 그를 따라다니는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구조조정 전문가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했고, 1998년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이 회장은 경제분야를 담당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국가 경제라인의 최대 관심하는 기업구조조정이었다. 이 회장은 자연스럽게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결국 옛 금융감독위원회 근무 시절 머릿속에 정립한 구조조정 원칙을 산은에 그대로 이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이 청와대와 옛 금융위에서 기업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던 시기 추진했던 대표적인 방식은 빅딜이었다. 1999년 산은은 IMF 외환위기를 넘는 과정에 대대적인 기업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이른바 '9대 빅딜'이다.
당시 산은은 ‘업종전문화를 위한 사업교환(빅딜) 추진’이란 정책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단숨에 끝낸다. ‘계열기업의 과잉·중복 투자와 이로 인해 파생된 과당경쟁, 수익성 악화 등의 구조적 문제점 해소 목적’이 당시 빅딜을 추진한 산은이 내세운 논리다.
이러한 이 회장의 생각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은 아시아나항공 빅딜이다. 2019년 10월 27일 이 회장은 간담회에서 “한국에 재벌이 지배하지 않는 것이 있나. 우리가 물려받은 것은 경제를 다 재벌이 지배한다는 것”이라며 “재벌 특혜의혹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재벌의 경영권을 가지고 무엇인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Financial Index/SK그룹]주가상승률 50% 상회, SK스퀘어 'TSR' 그룹내 최고
- 금호타이어, 분기 '최대 매출'…영업이익은 '주춤'
- 유지한 SKC CFO "트럼프 관세, 위기보다 기회"
- [i-point]신테카바이오, 'K-BioX 글로벌 SUMMIT 6' 참여
- 간추려진 대명소노그룹 선택지, '티웨이'에 집중
- [감액배당 리포트]제주항공, 신속한 885억 감액…배당은 못했다
- [중간지주 배당수익 분석]세아베스틸지주, 배당수익 3배 급증...분할회사도 첫 기여
- [현대차그룹 벤더사 돋보기]공격적인 '외연 확장'…재무 키워드 '자산 확충'
- [중견 배터리사 점검]고려아연, 이차전지 3사 이사회 정비...전문경영인 CEO 도입
- [자사주 리포트]두산, 3분의 1만 소각하는 이유는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감액배당 리포트]제주항공, 신속한 885억 감액…배당은 못했다
- [GM·르노·KGM 생존기]부활 신호탄 쏜 KGM, 환율효과로 버텼다
- [GM·르노·KGM 생존기]수익성 바로미터 '공장 가동률' 전망은
- [thebell desk]두산그룹, 뚝심이 이긴다
- [GM·르노·KGM 생존기]르노코리아, '완전 무차입 경영' 이어간다
- [감액배당 리포트]'통합 진에어' 앞두고 자본금 회수 나선 대한항공
- 현대차, 1분기 미국서 반짝 성장…본게임은 2분기부터
- 현대차, 주주환원 의지 재확인…속도는 '조절'
- 현대차, 미국 관세리스크 대응 '총력전'
- [감액배당 리포트]한일홀딩스, 자본잉여금 100% 활용 ‘비과세 배당’ 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