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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이사회 모니터]산은 채권단 관리 5년차, 배재훈 대표 권한 '집중'①이사 규모 축소, '대표이사=의장'으로 전환, '사추위·재경위·리스크관리위' 겸직

김서영 기자공개 2021-07-09 08:26:51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6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옛 현대상선)은 2016년 7월 KDB산업은행의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오너 경영의 막을 내렸다. 경영 체제가 변하면서 이사회 조직 체계도 달라졌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게 됐고, 채권단이 선임한 대표이사에 권한이 집중됐다.

HMM 이사회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사내이사 2인(배재훈·박진기), 사외이사 3인(김규복·윤민현·송요익) 등 모두 5인으로 구성돼 있다. 정관상 전체 이사 수는 3인 이상에서 9인 이하로, 사외이사는 3인 이상으로 정해두고 있다.

현재 이사회 규모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과 비교하면 44.4% 작아진 모습이다. 2012년 HMM이 현대그룹에 속했을 때 이사회 구성원은 사내이사 4인, 사외이사 5인 등 9인으로 꾸려졌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MM 이사회 규모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점차 축소됐다. 전체 이사 수는 2016년 7인(사내이사 3인·사외이사 4인)에서 2019년 5인(사내이사 2인·사외이사 3인)으로 줄었다. 당시 현대상선 이사회가 경영 악화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 규모 뿐만 아니라 이사회 의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도 달라졌다. HMM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정관상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뒀다. 제20조 1항에 따르면 '이사회의 의장은 이사회에서 선임하며, 그 임기는 당해 이사회 결의로 정한다'고 정해뒀다.

현대그룹 시절이었던 2012년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었다. 그러나 채권단 관리 체제 들어서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공식을 따르게 됐다.

2014년 당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자리는 분리돼 있었다. 현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이석희·유창근·이석동·이백훈 당시 사장 등이 차례대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는 다른 기업이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를 맡되 이사회 의장 자리를 겸직하지 않는 것으로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과 사뭇 달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지만, 이사회 의장은 겸직하지 않고 있다.

이사회 의장 자리는 독립성을 평가하는 척도 역할을 한다.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라고 권고한다. 대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거나 선임 사외이사를 두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HMM이 산은 주도의 채권단 관리에 들어서면서 이사회 운영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고강도의 경영 정상화 작업에 돌입한 데 따른 조치로 분석한다.

HMM은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당사는 현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바, 향후 건전한 지배구조의 확립을 위한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높아지는 시점이 도래할 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에 관한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고 해서 독립성이 떨어진다고 예단할 순 없다. 기업마다 경영 상황이 다르므로 실제 이사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배재훈 HMM 대표이사(사장)는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뿐만 아니라 감사위원회를 제외한 모든 이사회 내 위원회의 위원장 자리에 올라 권한이 집중된 모습이다.

HMM 이사회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재경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4개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배 사장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 재경위원장, 리스크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히 재경위원회에는 사외이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배 사장과 박진기 컨테이너 사업총괄 부사장만으로 구성돼 있다. 재경위원회는 다른 기업의 경영위원회에 해당한다. 경상적인 이사회 결의사항을 위임받아 의결함으로써 의사결정의 효율성 추구한다.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회사채 발행 등을 결정한다.

배 사장은 채권단으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출됐다. 배 사장이 이사회 내 거의 모든 소위원회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이사회 운영 전반에 산은의 의중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HMM 관계자는 "대표이사는 채권단으로 꾸려진 경영진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된다"며 "다른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채권단 관리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이사회 운영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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