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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현대차, 재고자산으로 '실적 방어' 성공 [인벤토리 모니터]신차·RV 생산중단으로 부품재고 기간 장기화, 재고자산 회전율 떨어지며 영업이익률도 하락

양도웅 기자공개 2021-08-17 07:30:34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생산라인은 자주 멈춰서지만 1년 넘게 억눌린 소비 심리는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주요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2일 1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공장 가동률이 크게 하락했음에도 매출과 재고관리 면에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제품이 창고에서 머무는 시간은 10여일이 더 늘어난 채 줄지 않고 있다. 재고가 매출로 연결되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다. 재고 관리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꼽힐 만하다.

◇ 2020년 공장 가동률 80.3%로 떨어져···재고자산으로 '실적 방어' 성공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으로 103조9976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1.7%(1조7488억원) 감소했지만 2년 전에 비하면 오히려 7.4%(7조1849억원) 증가했다. 연초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며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었지만 연말에 상황이 다소 안정화하면서 '보복 소비' 열풍이 분게 실적 방어에 주효했다.

GV80 크레스트 그릴
사진출처=제네시스 홈페이지

이처럼 진폭이 컸던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며 매출을 방어할 수 있던 데엔 그간 충분히 확보해놓은 재고자산도 큰 역할을 했다.

출처=현대자동차 사업보고서


지난해 현대차의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80.3%로 전년 대비 18.6%포인트(p) 떨어진 상태였다. 평소에 100대를 만들던 공장이 80대만 만들었다는 뜻이다. 생산량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전 세계에 있는 재고자산을 적절히 분배하며 급증한 구매 행렬에 대응했다.

이에 따라 2019년 4분기 말 11조6638억원 규모였던 재고자산은 2020년 4분기 말 11조3337억원으로 2.8% 감소했다. 재고자산이 준 건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전체 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0%에서 5.4%로 0.6%p 떨어졌다. 5.4%의 재고자산 비중은 2014년 5.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출처=현대자동차 사업보고서)
재고는 팔리기 전(매출로 연결되기 전)까지 창고에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엔 임대료와 보관료 등의 비용이 들어간다. 악성 재고가 되기 전에 처분해야 하는 까닭에 그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제조업체들이 재고자산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이유다.

현대차는 지난해 재고자산이 줄면서 관련 비용도 감소하는 긍정적 효과를 봤다. 지난해 재고자산 관련한 실제 현금 유출액은 390억원에 불과했다. 2019년과 2018년에 현대차가 재고자산과 관련해 유출한 현금이 1조원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폭 감소한 것이다.

◇ 재고자산 회전기간 10년새 '36.3일→49.1일' 증가···수익성 향상 '과제'

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재고 관리 능력과 관련해 현대차 입장에선 아쉬운 면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2010년대 초반 10회였던 재고자산 회전율이 2016년 7회로 떨어진 뒤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다. 지난해 재고자산이 줄었음에도 재고자산 회전율은 7.4회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원가를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재고자산이 1년 동안 매출로 몇 번이나 전환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하는데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현대차의 재고자산 효율성은 나빠지는 추세이다.

재고 관리 효율성을 판단하는 다른 지표로는 재고자산 회전기간이 있다. 365일을 재고자산 회전율로 나눈 값으로 제품이 창고에서 고객에게 팔리기까지(매출로 연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가늠할 때 활용한다.

2011년 36.3일이었던 현대차의 재고자산 회전기간은 2016년 47.4일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50일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49.1일을 나타냈다. 그만큼 제품이 창고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고객이 제품을 인도받는 기간이 길어진 셈이다.

현대차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형 모델에 대한 수요는 기존 재고로 대응할 수 있지만 신형 모델 수요에 대해선 새롭게 생산해 대처해야 한다"며 "지난해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면서 신형 모델 제작과 인도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고엔 제품(완성차)뿐 아니라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원재료(부품) 등도 포함된다. 재고자산 회전기간엔 부품이 완성차가 되는 시간도 고려된다는 의미다. 지난해처럼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기간엔 부품이 완성차로 만들어지는 시간도 예년보다 더 길어졌을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신차는 완성차 형태의 재고가 없기 때문에 신차 수요에 대해선 과거에 비해 대응 속도가 더 느려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지난해 GV70과 GV80, 투싼 페이스리프트 등을 출시했다. 모두 현재 현대차의 주력 모델로 자리잡았다.
(출처=현대자동차 사업보고서)
아울러 앞서 언급했듯이 재고가 창고에 오래 머무를수록 관련 비용은 늘어난다. 예컨대 창고에서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제품이나 원재료 등은 관련 수요가 줄어들거나 시장 가치가 떨어질 여지가 있다. 기업은 이 감소한 가치분 만큼을 충당금으로 설정해 매출원가에 가산한다. 재고자산 회전율이 떨어질 경우 매출원가가 증가할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실제 재고 관리 효율성이 악화하는 지난 10년간 현대차의 수익성도 함께 나빠지는 모습이다. 2011년 70%대였던 매출원가율은 2015년 80%대에 진입한 뒤 꾸준히 8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사이 다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10%대에서 2%대로 뚝 떨어졌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재고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재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수요 예측을 더 정확하게 하거나 생산량을 수요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대차가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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