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8월 26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멜레온은 몸빛깔을 자유롭게 바꾸며 긴 혀로 먹이를 잡아먹는 것이 특징이다. 빛의 강약과 온도, 감정의 변화 등에 따라 몸의 빛깔이 바뀐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효율적인 사냥을 위해 위장색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살아간다.카멜레온의 특성은 4차산업 시대 기업이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환경과 상황 변화에 맞춰 재빨리 모습을 달리하는 것은 일종의 혁신이다. 핀테크를 앞세워 디지털금융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카카오뱅크 같은 은행들에겐 더욱 요구되는 역량이다.
산업자본인 카카오가 2017년 카카오뱅크를 출범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변화에 능숙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핀테크로 대표되는 금융산업의 미래 기술을 카카오가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기대가 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기존 은행의 경쟁을 촉진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탄생을 앞당겼다. 디지털금융 혁신 등 기존 은행들의 체질개선을 유도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논리도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을 거들었다. 이른바 '메기' 역할론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법은 비금융 기업이 은행 지분 10%(의결권은 4%)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금산분리 규제의 족쇄를 풀어줬다. 카카오뱅크는 김범수 의장이 이끄는 카카오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카카오가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시총 100조원을 넘고 계열사가 102개에 달하는 거대한 대기업집단이다.
이러한 기대는 현재도 유효하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지 불과 5년 만에 국내 은행 대장주에 등극했다. 이달 진행된 IPO에서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하며 기존 1위였던 KB금융과 시가총액 격차를 10조원 이상 벌렸다.
카카오뱅크 출범과 IPO 과정 저변에는 ‘금융산업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었다. 가계와 기업을 상대로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기존 은행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존재했다. 또 디지털금융 전환을 선도할 것이란 요구도 수반됐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뱅크가 보이는 행보는 기대와는 다르다. 혁신보다는 금리경쟁을 통한 가계대출 증가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업대출은 아예 취급하지 않고 가계대출만 취급한다. 그 중에서도 75% 이상이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로 채워졌다.
당국에서 설립 초기부터 요구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성과는 미미하다.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도 일부 취급하지만 상품 준비 및 관리 미숙으로 고객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메기’로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상어’가 돼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의 카카오뱅크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혁신을 이끌어내는 선구자의 면모보다는 사냥의 효율성을 위해 보호색을 바꾼 포식자 카멜레온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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