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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신기술조합 기울어진 운동장]펀드 vs 조합, 비히클간 ‘형평성’ 화두 던졌다①신기술조합 판매·수탁 확보 의무 전무…’고강도 규제’ 자산운용사 “경쟁력 상실”

이민호 기자공개 2021-11-05 12:47:43

[편집자주]

사모펀드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적용되는 규제의 강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기술조합에는 사모펀드와 달리 판매사 및 수탁사 확보, 자산운용보고서 제출, 임원 요건 충족 등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두 비히클간 투자자산과 수익자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자산운용사는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더벨이 사모펀드와 신기술조합에 적용되는 규제의 현황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3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사와 신기술사업금융사의 공동운용(Co-GP)이 본격화되면서 사모펀드에 비해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적용되는 규제 강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비히클간 편입자산에 사실상 차이가 없는데도 신기술조합에는 사모펀드와 달리 판매사 및 수탁사 확보 등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사모펀드 비히클의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운용사-신기사 공동운용 본격화…신기술금융 급속 확대

올해 들어 자산운용사들의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신기술금융업 라이선스가 없는 자산운용사라도 신기술금융사와 공동으로 신기술조합 업무집행조합원(GP)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법령해석을 내놓으면서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기존에도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의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동운용을 원하는 자산운용사에도 신기술금융업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등 경우에 따라 다른 모호한 입장을 취해 진입을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금융위원회가 시장에 던진 명확한 신호는 자산운용사가 신기술조합 비히클 이용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도화선이 됐다.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사가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을 개시한 날부터 2주 이내에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령해석이 나온 6월부터 이번달 1일까지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을 보고한 자산운용사는 18곳(투자자문사 포함 23곳)에 이른다. 당장 신기술조합 결성에 나서지 않더라도 향후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겸영업무를 보고해두는 자산운용사도 늘었다.

자산운용사들이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에 발빠르게 나설 수 있는 데는 최근 수년간 신기술금융사 풀(pool)이 꾸준히 확대된 영향이 크다. 금융위원회가 2016년 신기술금융사의 설립 자본금 요건을 기존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낮춘데다 특히 증권사의 신기술금융업 겸업을 허용한 것이 주효했다. 발행주관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 증권사들에게 신기술금융업은 새로운 수익원의 하나로 각광받았다. 현재 전업 신기술금융사는 63곳으로 신기술금융업을 겸업하는 증권사는 22곳으로 각각 늘어났다.


◇사모펀드-신기술조합 형평성 논란…판매·수탁 확보 의무 전무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사모펀드와 신기술조합간 제도적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면서부터다. 공동운용은 딜 소싱, 자산 및 시장 리스크 분석, 수익자 모집, 엑시트 수단 확보 등에서 단독운용보다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공동운용의 사례를 보면 이런 이점을 노리기보다는 자산운용사가 딜을 소싱한 이후 운용보수의 절반을 신기술금융사에게 떼어주면서까지 신기술조합 비히클을 빌려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옵티머스펀드 사태 이후 판매사와 수탁사의 사모펀드 감시 의무가 강화되면서 계약 가능 자산운용사의 자본금과 설정 규모에 대한 허들을 높이는 등 자산운용사의 고유 비히클인 펀드의 설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이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투자 수요가 감소했고 금융소비자보호법 3월 시행으로 펀드 판매절차도 복잡해지면서 판매사가 외부 자산운용사로부터의 펀드 소싱을 줄인 영향도 작용했다.

신기술조합은 이런 강화된 규제를 손쉽게 비켜갔다. 이는 두 비히클에 적용되는 법이 각각 다른 것이 원인이다. 펀드나 신기술조합은 둘 다 설정과 운용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펀드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의 지배를 받는 반면 신기술조합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의 적용을 받는다.

여전법은 전산 및 회계 시스템, 이해상충 방지체계, 임원 자격요건, 판매사 및 수탁사 확보, 자산운용보고서 등 자본시장법이 펀드에 요구하는 내용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신기술조합은 매일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아도 되고 직접 수익자 모집이 가능하며 편입자산을 개인금고에 보관하더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수탁사 확보가 어려워진 자산운용사가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의 문을 두드리는 주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비히클간 편입자산 경계 약화…펀드에만 고강도 규제 적용

반면 사모펀드와 신기술조합의 투자대상 자산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투자대상에 제한이 없다. 여전법은 신기술조합의 투자대상을 금융·보험업과 부동산업을 제외한 중견·중소기업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투자가능 범주가 크게 넓다.

이 때문에 신기술조합은 상장사뿐 아니라 비상장사의 신주와 구주 등 보통주, 전환우선주(CPS)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우선주,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과 같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사모펀드가 롱바이어스드(Long Biased), 이벤트드리븐(Event Driven), 멀티(Multi-Strategy) 등 전략을 막론하고 투자하는 핵심 자산과 일치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코스닥벤처펀드와 공모주펀드가 각광받으면서 공모주 우선배정 요건 충족을 위한 이들 자산의 편입 수요도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편입하는 자산이 사실상 같은데도 사모펀드와 신기술조합에 적용되는 규제의 강도는 크게 차이가 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상황”이라며 “신기술조합으로의 개인투자자 진입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펀드에만 규제가 갈수록 강화돼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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