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17일 13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임원인사에서 외부영입은 짧게는 다음해, 멀게는 몇년 뒤의 모습을 예상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마음먹은 사업부문에 적합한 인재를 데려오기 때문이다.

2019년 도심항공교통(UAM)사업부 출범과 더불어 미국 항공우주국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미래항공연구·안전부문의 전문가를 영입한 이후 UAM사업은 날개를 폈다. 신 사장은 작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외부영입 인사 중 눈에 띄는 인물은 데이터, 클라우드, IT서비스플랫폼 개발 전문가인 진은숙 부사장(사진)이다. 현대차그룹은 17일 임원인사에서 ICT혁신본부장에 진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진 부사장은 직전까지 NHN에서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지낸 인물이다. 1968년생으로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과(학사)와 전산과학과(석사)를 차례로 마쳤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개발랩장과 서비스플랫폼개발센터장, 기술센터장을 차례로 역임하며 관련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다.

NHN에서 기술 부문을 총괄하며 클라우드와 보안솔루션, 협업 플랫폼 등 다수의 신규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자회사 NHN Soft와 NHN EDU CEO를 겸직하며 클라우드 관련 기술·사업·조직을 총괄했다. NHN 입사 전엔 KT에서 수석연구원을 지낸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이력만 보기엔 현대차그룹과 접점이 많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현대차는 더이상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과 역량 확보에 만만치 않게 공을 들이고 있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이 밑바탕이 되는 미래차 시대로 갈수록 점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진다. 차량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간의 융복합과 연결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드웨어는 기본이고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실력을 겨루게 된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소프트웨어 3사 합병을 시작으로 역량 제고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따라서 진 부사장 영입은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할 거라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진 부사장이 맡은 ICT혁신본부가 기존 ICT사업부, ICT전략실 등과 어떻게 관계를 정리할지도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은 통상 연말 승진인사를 단행한 후 순차적으로 조직개편을 실시한다.

이날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인 추교웅 전무를 부사장, 자율주행사업부장 장웅준 상무와 AIRS컴퍼니장 김정희 상무를 각각 전무로 승진시킨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신기술·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진 부사장은 향후 현대차의 IT 및 SW 인프라 관련 혁신을 추진하고, 개발자 중심의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