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24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 X220'을 개발했다. 통신과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연구하다 전용 반도체 개발까지 갔다. 다만 반도체 설계는 가능해도 직접 만들 시설·장비가 없어 생산공정을 전문 제조사에 맡겼다. 반도체 위탁생산, 일명 '파운드리'다.SK텔레콤이 생산을 의뢰한 곳은 대만 TSMC. 궁금증이 생겼다. 가까이에 계열사 SK하이닉스가 있는 데 굳이 다른 회사에 맡긴 이유는 뭘까. AI 반도체 제조는 고급기술이 필요한 터라 파운드리에 상당한 액수를 줘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의문스러웠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 맡긴 게 아니라 못 맡겼다. 파운드리는 사용하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지름에 따라 300mm(12인치)와 200mm(8인치)로 나뉜다. 12인치는 최신장비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하이테크의 고가 반도체에, 8인치는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덜한 중저가 반도체에 적용된다.
AI 반도체는 연산속도, 전력효율성 등을 위해 고도의 미세공정 기술이 투입되는 시스템반도체다. 12인치 공정·장비·기술이 필요하다. 전 세계를 통틀어 이런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 정도다.
하지만 SK텔레콤이 하이닉스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파운드리로 선정하기가 꺼려졌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함께 하는 종합반도체기업이다. 파운드리와 설계부문이 분리됐다고는 하나 한 회사인 만큼 설계도면의 유출 위험이 있다. 애플이 파운드리를 삼성전자에서 TSMC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는 8인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물론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키파운드리도 8인치 업체다. 전력칩, 구동칩, 이미지센서, 지문인식센서 등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대부분이 8인치다. SK하이닉스가 지향하는 파운드리 시장은 AI 반도체와 다른 영역이다.
SK텔레콤이 최근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팹리스)를 설립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규모의 경제와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스타 팹리스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까"였다. 비메모리 분야는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서로 시너지를 내며 유기적 협업을 해야 생태계가 조성된다. 나라의 국운을 걸고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 한때 모회사-자회사 관계였던 두 기업의 반도체 협력 시너지는 아직 기대할 수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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