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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케피코, 대표이사 1년만에 교체 배경은 '기아맨' 유영종 대표, 지난달 공식 취임···'세타2 엔진 사태' 관련 전 대표 퇴임

양도웅 기자공개 2022-02-09 07:32:32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7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완전 자회사이자 주로 차량의 전자제어시스템을 개발해 납품하는 현대케피코가 대표이사를 바꿨다. 기존 대표의 연임을 결정한 지 1년 만에 교체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새롭게 대표에 앉은 유영종 부사장은 전임인 방창섭 부사장과 동일하게 '품질통'이다. 최근 신사업인 친환경 자동차와 전기 이륜차 사업을 중심으로 신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이에 못지 않게 제품 품질 확보도 중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론 그간 그룹 전체를 괴롭힌 '세타2 엔진 사태'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로 보인다. 전임 방 부사장은 세타2 엔진을 탑재한 차량의 리콜 시기 등을 결정할 때 관련 임원이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현대차는 2020년 대규모 관련 충당금을 쌓은 데 이어 이번에 관련 인사의 퇴임을 결정했다.

(출처=기아 사업보고서)

◇ 이번에도 '품질통' 대표···전기 이륜차 등 '신사업 확대' 지속할 듯

현대케피코는 지난달 28일 대표이사를 방창섭 부사장에서 유영종 부사장으로 변경하는 등기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공시했다.

1962년생으로 조선대 정밀기계학과를 졸업한 유 대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서 줄곧 기아에서만 근무한 이른바 '정통 기아맨'이다. 2009년 12월 이사대우로 승진하며 임원진에 합류한 그는 2011년 12월 이사, 2013년 12월 상무, 2017년 2월 전무에 차례로 올랐다. 2~3년 주기로 꾸준히 승진했다.

이후 2018년 12월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 단행한 첫 번째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임원 8명 가운데 1명에 뽑히면서 주목받았다. 당시 업계 안팎에선 부사장단 인사에 대해 정 회장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을 두고 '차기 CEO 후보군'이라는 해설이 뒤따르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틀린 전망은 아니었다. 현재 현대차 CEO인 장재훈 사장, 현대모비스 CFO인 배형근 부사장 등 그룹의 핵심 요직을 꿰차고 있는 인물들이 모두 유 대표와 함께 부사장에 올랐던 이들이다. 유 대표는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현대케피코 대표에 선임되면서 정 회장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유 대표는 '정통 기아맨'일 뿐 아니라 '품질통'이다. 2009년 12월 이사대우에 승진하기 전에도 품질 부서에서 근무했고, 임원으로 승진한 뒤에도 △품질보증실장 △선행품질실장 △품질사업부장 등 품질 업무만을 맡았다. 현재 기아가 북미와 유럽에서 품질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이다.

품질통이라는 점은 전임인 방 대표와 공통점이다. 3년 넘게 현대케피코를 이끈 방 대표는 유 대표와 달리 주로 현대차에서 근무했지만, 유 대표와 동일하게 품질 부서에서 오래 일했다. 이는 기존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제어시스템에서 수소전기차와 전기이륜차 등 전동화 차량 제어시스템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현대케피코에 필요한 건 기술뿐 아니라 품질이라는 그룹의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회사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 배달 시장 확대와 함께 증가하는 이륜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 이륜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새롭게 열린 시장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벌이기 위해선 차별화된 기술력뿐 아니라 품질력도 중요하다.

현대케피코는 최근 전기 이륜차 제어시스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와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마무리돼 가는 '세타2 엔진 사태'···관련자 퇴임으로 '종결' 의지

이번 현대케피코 대표 교체는 전임인 방 대표가 3년 임기의 연임이 결정된 지 약 1년 만에 나왔다. 과거 현대차그룹이 임기가 남은 대표를 중간에 교체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방 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들이 자리를 지켰다는 점은 방 대표 교체 배경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방 대표는 현재 그룹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방 대표의 교체가 '세타2 엔진 사태'를 최대한 빠르게 수습하려는 그룹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타2 엔진 사태는 현대차와 기아가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알고도 해당 엔진을 장착한 차량들을 '늑장 리콜' 했다는 의혹이다.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2015년에 촉발됐다. 방 대표는 2015년 현대차 품질본부장(부사장)으로 리콜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었다. 이로 인해 그는 현대케피코 대표 시절인 2019년에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현재 세타2 엔진 사태는 수습 절차를 밟고 있다. 2020년 하반기 현대차와 기아가 세타2 엔진에 대한 평생 보증과 이에 따른 품질 비용으로 3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았고, 비슷한 시기 미국 교통부도로교통안전청(NHTSA)과 민사 화해금 지급도 합의했다.

단 방 대표 연임이 결정된 2020년 12월 이후인 지난해 11월 NHTSA는 세타2 엔진 결함을 제보한 현대차 전직 직원에 대규모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다시금 업계 안팎에서 세타2 엔진 사태가 회자되기도 했다.

또한 아직 국내외 관계 당국의 조사가 깨끗하게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가 방 대표의 퇴임이라는 해석이다. 연임 임기가 남은 상태이긴 했지만 방 대표가 이미 3년 넘게 대표로 재직했고 1960년생으로 그룹 내 핵심 임원 가운데 연령대가 다소 높은 점도 교체 필요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케피코 대표 교체 사유에 대해선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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