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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aper]산업은행, 악재 속 빛난 노련미…'규모·금리' 다 잡았다글로벌본드 15억달러 발행, 수정가이던스 없었다

김지원 기자공개 2022-02-21 15:21:31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8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의 1분기 마지막 주자로 나선 KDB산업은행의 북빌딩을 앞두고 전운이 감돌았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로 글로벌 채권 시장이 잔뜩 얼어붙은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리스크까지 확대됐다.

금리 인상기라는 변곡점에서 북빌딩이 진행된 만큼 발행 시점과 규모에 대한 KDB산업은행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북빌딩 중간에 10년물을 트랜치에서 제외시키는 과감한 결정을 한 끝에 우량투자자들로부터 대거 주문을 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국책은행의 위상을 다시 한번 뽐냈다. 그간 한국물 시장에서 수년간 다져온 노련미를 이번에도 십분 발휘해 변동성을 극복했다.

◇북빌딩 타이밍 거듭 장고…10년물은 '드롭'

KDB산업은행은 한국 시각 기준 지난 16일 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본드 발행을 선언(announce)하고 투자자 모집에 돌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로드쇼는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주 KB국민은행의 달러채 발행을 끝으로 1분기 한국물 시장이 거의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KDB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한국수출입은행과 함께 135일룰(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서(Offering Circular·OC)에 반영되는 회계 결산자료의 유효 시한을 135일로 못박은 규정)에 관계없이 외화채를 발행할 수 있어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최근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해 기재부로부터 이번 주 전체의 윈도우(Window)까지 확보해뒀다. 주관사들과 북빌딩을 위한 채비를 모두 마쳤기 때문에 최종 결정만 내리면 언제라도 발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초 이번 주 초 북빌딩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점점 커지자 주관사단과 함께 발행 시기를 다시 고민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로 지목됐던 16일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일부 병력을 철수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KDB산업은행은 재빠르게 16일 오전 북빌딩을 개시했다.

북빌딩 시작 당시 트랜치(tranche)는 3·5·10년물로 나눴다. 이 중 10년물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중 하나인 그린 본드(Green Bond)로 구성했다. 이니셜 가이던스(IPG·최초제시금리)는 3·5·10년물 각각 미국 국채 금리에 60bp, 70bp, 90-95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우려와 달리 북빌딩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북빌딩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10억달러가량이 모였다. 북빌딩 초반에 3·5·10년물에 각각 3억달러씩 배정해 총 10억달러 발행을 고려했던 것을 감안하면 적정한 속도로 주문이 모였다는 평가다.

3년물과 5년물에서 이미 충분한 수요를 확인했다고 판단한 KDB산업은행은 북빌딩 초반에 10년물을 트랜치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3년물과 5년물에 총 27억달러의 주문이 모였다. 북빌딩 초반에 드롭한 10년물에서도 7억달러가 넘는 수요가 모였다.

우량 투자자 위주로 수요가 형성된 점도 KDB산업은행의 10년물 드롭 결정에 한몫했다. 전체 투자자 기준 52%가 중앙은행/SSA였다. 이번 발행 당시 3년물은 유통금리 아래, 5년물은 유통금리와 같은 수준, 10년물은 유통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형성됐다. 10년물까지 발행하면 변동성을 고려해 NIP(신규발행프리미엄)를 지급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KDB산업은행은 발행 만기를 늘리는 것보다 NIP 없이 유통금리 수준에서 발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3월 미국 FOMC를 시작으로 분기마다 최소 한 번 이상의 금리 인상이라는 '폭탄'이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기물에 속하는 3년물에 수요가 집중됐다. 투자자 퀄리티도 좋았다. 3년물에 총 66개 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해 중앙은행/국제기구·국가·국제기관급(SSA)이 64%를 차지했다. 자산운용사(21%), 은행/PB(10%), 보험사/연기금(5%)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26%, 유럽 33%, 미국 41%다.

5년물에는 총 32개 기관이 주문을 넣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33%, 유럽 54%, 미국 13%로 투자자가 분포됐다. 은행/PB가 전체 주문의 48%를 차지했다. SSA도 27%에 달했다.

KDB산업은행은 이미 3년물과 5년물에서 초우량 투자자 수요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10년물까지 발행하는 것보다는 트랜치를 3·5년물로 구성해 투자자의 질을 높이는 것이 SSA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KDB산업은행은 최종 발행 규모를 3년물 10억달러, 5년물 5억달러로 결정했다. 발행금리는 3·5년물 각각 해당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35bp, 43bp를 더한 수준이다. IPG 대비 각각 25bp, 27bp의 금리를 절감한 셈이다. 이에 따른 최종 발행 금리는 3년물 2.127%, 5년물 2.359%다.

◇수정 가이던스 없이 FPG로 '속전속결'

KDB산업은행은 이번 북빌딩 과정에서 RPG(수정 제시 가이던스) 없이 FPG(최종 제시 가이던스)로 프라이싱을 마무리했다. 일반적으로 아시아 오후 장 마감 전까지 쌓인 주문을 바탕으로 발행사가 북빌딩 중간에 RPG를 제시한다. 유럽과 미국의 투자자들은 업데이트된 RPG를 보고 최종적으로 주문을 넣는다. 아시아 시장에서 충분한 수요가 모이지 않을 경우 미국 시장까지 넘어가서 RPG가 나오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딜의 경우 수요 대부분이 Re-offer 주문으로 구성됐다. 발행사가 제시한 금리가 유통금리선상에 존재한다면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KDB산업은행이 제시한 가격에 대해 투자자들로부터 일종의 위임장을 받은 셈이다. 이에 따라 KDB산업은행에게는 북빌딩 중간에 RPG를 제시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모집액도 이미 충분히 채운 상황이었다. 그만큼 KDB산업은행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KDB산업은행은 NIP(신규발행프리미엄) 없이 유통금리 수준에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2분기부터 한국물 시장에서 KDB산업은행의 배턴을 이어받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채권 발행 시 중요한 벤치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가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BoA메릴린치, BNP파리바, HSBC, JP모간, KDB아시아, 소시에테제네랄, UBS가 주관했다.

KDB산업은행의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을 마지막으로 135일룰에 따라 한국물 시장은 한동안 휴식기를 가진 뒤 5월부터 다시 북적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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