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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효과 못본 현대차, '인베스터데이' 주목 3개월간 5000억원 어치 취득, 주가 13% 하락…'전동화 전략'이 핵심

유수진 기자공개 2022-02-23 09:14:58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1일 09: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5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자사주) 취득을 마쳤다. 작년 11월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매입 계획을 밝힌 지 3개월 만이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오히려 주가가 하락해 눈길을 끈다.

심지어 지난달에 작년 4분기 및 연간 영업실적 발표도 있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크게 늘었지만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CEO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18일 '자기주식취득결과보고서' 공시를 통해 보통주 213만6681주와 우선주 63만2707주 등 모두 276만9388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발행주식총수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회사 측은 작년 11월19일부터 이달 16일까지 3개월에 걸쳐 해당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보통주 기준 하루에 2만8000주~4만9009주를 거의 매일(영업일 기준) 빠짐없이 사들였다. 작년 말까진 매번 4만5000주 이상씩 매집하다 올해 들어선 대부분 2만8000주를 사는 등 속도조절을 했다. 지난 16일 성공적으로 취득을 마무리 지으며 현대차가 보유한 자사주(보통주 기준)는 기존 1276만6233주(5.97%)에서 1490만2914주(6.97%)로 늘었다.

현대차가 자사주 매입을 추진한 건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었다. 작년 11월18일 '원포인트' 이사회를 열고 출석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승인했다. 당시 이사회엔 정의선 회장과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제외한 이사 9명이 참석했다. 현대차의 자사주 매입 발표는 2019년 12월(3100억원 규모) 이후 약 2년 만이었다.

자사주 매입은 현금배당, 자사주 소각 등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 친화책으로 통용된다. 기업이 스스로 저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할 때 꺼내는 카드인 데다 유통 주식수를 줄여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주식을 매입해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늘 '통하는 건' 아니다. 최근 현대차 주가는 되레 3개월 전보다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자사주 취득 공시(11월18일) 이후 이틀(영업일 기준)동안은 오르더니 사흘째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첫 매입일인 11월19일 20만9500원(보통주)이었던 주가(종가 기준)가 마지막 매입일인 이달 16일엔 18만2000원이 됐다. 3개월 동안 대략 13%가 빠진 셈이다. 14일엔 17만6000원으로 최근 1년 내 최저점을 찍었다.

현대차 최근 3개월간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금융>

때문에 자사주 매입 비용도 당초 예상보다 적게 들었다. 이사회엔 전날(11월17일) 종가를 기준 삼아 약 5045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했으나 실제 투입한 돈은 4987억원으로 5000억이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 기간 내 현대차의 영업실적 발표도 있었다.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1%, 178.9% 증가하는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이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의 현금배당을 결정했고 작년보다 상향조정한 2022년 가이던스도 발표했다. 하지만 주가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발표 당일(1월25일)을 포함해 5영업일 연속 하락세였다. 탄탄한 실적이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에선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차량용 반도체 이슈를 지목한다. 반도체 수급 정상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여전히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CFO)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수급 문제로 작년 4분기에 약 11만대의 도매 판매 차질이 발생했다"며 "2022년 3분기 시점에 수급 정상화를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 분위기 전체가 악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대한 우려와 미국발 긴축에 대한 공포가 증시의 불안을 키운 탓이다. 현대차의 주가가 13% 떨어진 기간 코스피지수 역시 2947.38에서 2729.68로 7.4% 빠졌다. 최근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정성이 큰 상태다.

다만 반도체 수급 상황이 차차 나아지고 있는 만큼 주가 역시 반등할 거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다음달 2일로 예정된 'CEO 인베스터 데이'다. 현대차는 이날 구체적인 전동화 전략과 중장기 수익성 목표에 대해 밝힌다. 2020년엔 연말(12월)에 실시했지만 이번엔 해를 넘겨 3월로 날짜가 확정됐다.

증권가에선 발표 내용에 따라 주가 반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돈을 잘 벌다 보니 이익으로는 주가 상승이 제한적"이라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얼마나 구체적이고 공격적, 현실적인 전기차 전략을 공개하느냐에 따라 주가와 미래 경쟁력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구성중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2022년 생산 정상화는 반도체 회복 속도에 연동되겠지만 방향성은 변함없다"며 "관건은 보수적인 전기차 목표 상향 및 미래차 경쟁력 제고"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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