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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ESG시대 M&A와 이해관계자 배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03-02 09:00:01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2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대적 M&A에서 종업원들이 회사 경영진 편에 서서 거래를 저지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사옥 점거 등 M&A가 성사되어도 정상적인 업무가 어렵게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는 종업원들의 경영진 지지라기보다는 인수자 측에서 뭔가를 얻어내는 방법인 경우가 많았다. 우호적 M&A거래에서도 소속이 바뀌는 데 대한 이른바 ‘위로금’ 지불 관행이 있다.

ESG시대에는 종업원과 기타 이해관계자에 대한 자발적 배려가 기본이다. 그러면 M&A거래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그 덕목이 실천되고 있을까. 특히 지난 약 2년간 코로나로 모두들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진행된 M&A거래에서 종업원들은 고용승계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배려를 받았을까. 하버드 로스쿨 벱척 교수팀의 최근 실증 연구는 통상적인 기대나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연구팀은 코로나 상황이 발생한 후 20개월 동안 진행된 116건의 M&A계약서를 검토했다. 총 거래 규모는 2019년 미국 자본시장 시가총액의 2.16%인 7300억 달러를 넘고 약 45만 명의 종업원들이 관계된다. 검토 결과 거의 모든 M&A거래에서 주주와 경영진의 이익만 배려되었고 종업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이익의 배려는 미미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연구 대상 거래의 79%가 전략적 M&A였고 재무적 성과에 치중하는 사모펀드거래는 21%에 그쳤다.

첫째, 조사 대상 거래에서 주주들이 취득한 프리미엄의 중간값은 34%였다(최고치는 108%). 금액으로는 1600억 달러에 달한다. 경영자들도 그 혜택의 일부를 공유했으며 많은 경우 M&A 후에도 지위를 유지했다.

둘째, 보도자료, 언론보도, 컨퍼런스콜 녹취록 등 광범위한 주변 자료의 조사 결과 대다수의 M&A거래에서는 거래 종결 후 비용절감, 구조조정, 시설 이전이나 폐쇄 등 전통적인 M&A거래에 수반되는 다양한 조치가 준비되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는 고용승계와 고용안전에 해로운 내용이다. ESG 평가 등급이 높은 회사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셋째, 거래의 당사자들인 경영자들은 대다수 M&A거래 이후 종업원들의 지위나 처우에 무관심했으며 필요한 조건을 협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종업원 외의 이해관계자들인 협력업체, 채권자, 지역사회, 환경 등에 대한 배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M&A거래에서 주주와 경영진 외의 이해관계자 이익이 배려되었는지는 거래 관련 계약서와 주변 문서만으로 일백퍼센트 확인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특정 상대방 선택 자체가 이해관계자 이익을 배려한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매수인이 ESG 평가 등급이 높은 회사인 경우다. 또, 어떤 경우에는 종업원들이 재직 중인 회사와의 약정에 의해 이미 충분한 배려를 받고 있을 수도 있다. 나아가, M&A를 통해 회사 경영권을 이전하는 단계 이전의 계속기업 단계에서는 해당 기업 종업원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배려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벱척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기업 경영자들이 이해관계자보다는 주주 이익을 배려할 구조적 인센티브를 보유한다는 시각을 뒷받침해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즉, 경영자들이 ESG를 채택하고 실제로 그와 관련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높은 ESG 평가 등급을 받고는 있지만 정작 M&A거래에서는 이해관계자 배려를 실효적으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제시하고 실천하는 다양한 ESG 관련 조치들은 경영진의 의지에만 의존해서는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위 연구가 보여주듯이 경영진의 의지와 무관한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ESG경영을 진전시키는 데는 적절한 외부적 압력과 인센티브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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