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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 포스트 오너십 진단]안갯속 2세 승계구도 '후계경쟁 vs 공동경영'①장남 사업회사·차남 지주사 대표 전략배치, '포스트 강영중' 윤곽 변곡점

이효범 기자/ 이우찬 기자공개 2022-03-29 08:05:07

[편집자주]

강영중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은 대교그룹을 일군 원천이다. '눈높이' 브랜드를 키워낼 수 있었던 것도 오너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상장 이후 십수년간 이어진 전문경영인 체제가 점차 막을 내리고 이제는 2세경영 체제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다만 후계구도는 아직까지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과도기에 있는 대교그룹의 오너십 전환 현주소를 짚어보고 승계 포인트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8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사진)은 후계자로 장남과 차남 중 누구를 택할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핵심 계열사 대교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장남이 왕좌에 더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차남이 지주사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이같은 분석이 뒤집혔다. 점차 윤곽이 드러나는 듯 했던 후계구도가 또다시 안갯속에 빠진 셈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대교그룹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한때 1조원을 훌쩍 넘어섰던 그룹 매출액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면학습을 강조하며 디지털 전환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불투명한 후계구도는 대교그룹의 또다른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남의 지주사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형제간의 후계 경쟁 레이스가 본격화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장남이 교육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차남이 안방살림을 챙기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 회장이 공동 경영체제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창업주 막강 지배력 그늘, 2세 경영 지배구조 리스크 '불씨'

대교그룹은 지주사인 대교홀딩스가 계열사를 지배하는 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로 핵심 계열사인 대교를 통해 손자회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교홀딩스는 2001년 4월 대교의 인적분할로 설립됐다. 창업주인 강 회장이 지분 83.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강 회장은 지주사 대교홀딩스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모두 맡고 있다. 또 핵심 자회사 대교의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로 있는 대교홀딩스를 통해 대교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대교 지분도 직접 들고 있다. 보통주 지분율로 8% 수준이다. 탄탄한 지배력을 기반으로 대교그룹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그는 1972년 건국대 농화학과를 졸업했다. 1976년 한국공문수학연구회를 창립하고 10년 뒤인 1986년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교학상장)'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대교를 설립했다. 1996년 대교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고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2004년 2월 유가증권 시장에 대교 주식을 상장했다. 상장 당시 지주사인 대교홀딩스(당시 대교네트웍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000억원을 웃돌았다. 강 회장이 대교를 설립한 이후 채 20년도 지나지 않아 매출 1조원 이상의 그룹사로 성장시킨 셈이다.

그룹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것과 달리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이양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강 회장은 슬하의 두 아들이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 크리스탈원에 일감을 몰아주는 형태로 승계전략을 짜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에 포착되면서 계획이 사실상 막혔다. 실제로 장남과 차남이 보유한 대교홀딩스 보통주 지분율은 각각 0.1%에 그칠 정도로 미미하다. 대교의 지분율도 각각 0.3%에 그친다.

개인회사를 통한 지분승계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2세 형제들은 향후 부친의 주식을 넘겨받기 위한 승계재원 마련을 두고 고민이 커졌다. 장남인 강호준 대교 대표와 강호철 대교홀딩스 대표의 보수도 크지 않은 편이다. 작년말 기준 대교에서 보수를 5억원 이상 받은 임직원은 없다. 대교홀딩스 역시 2020년과 작년 상반기까지 5억원 이상을 받는 고액 연봉자는 없었다. 또 형제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미미한 만큼 배당이나 주식담보대출를 통한 재원 마련도 사실상 어렵다.

이처럼 지분율만 놓고 보면 포스트 강 회장의 윤곽을 그리는게 쉽지 않다. 후계구도의 불투명성은 대교그룹 지배구조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불씨로 남아있다. 예컨데 강력한 오너십이 돌발변수로 무너질 경우 왕좌를 두고 벌이는 후계자들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이같은 사례들이 왕왕 발생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교그룹의 경우 오너의 지분율이 높은 반면 자녀들 몫은 미미한 편"이라며 "특히 2세들이 그룹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형태로든 지분 승계를 진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대교 '장남 CEO·차남 CFO' 역할분담…불협화음은 우려

<강호준 대교 대표이사와 강호철 대교홀딩스 대표이사(왼쪽부터)>

최근 차남이 강 회장과 함께 대교홀딩스 각자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대교그룹 후계구도는 더욱 혼란에 빠졌다. 다만 현재까지 강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대교홀딩스와 대교에 모두 사내이사로 등재되면서 사실상 부자 경영체제를 구축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기존 CEO(최고경영책임자)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업계에서는 창업주 2세 형제들간의 승계 레이스가 본격화 된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룹 내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 경영을 각각 맡겨 2세들을 시험대에 올린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후계자들이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지분율 뿐만 아니라 그룹 내에서 입지도 탄탄해야 한다. 임직원들이 인정하는 리더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경영성과가 필요하다.

그동안 장남과 차남은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대교의 교육사업이 아닌 신사업을 발굴하고 키우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글로벌사업과 생수사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세들은 신사업을 통해 기대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회장이 2세 경영을 두고 경쟁보다 상호보완할 수 있는 공동 경영체제 구축을 꿈꾸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재계에서도 형제간의 경영체제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사례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예컨데 현대백화점그룹에서는 정지선 회장과 그의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이 공동 경영체제를 굳혔다.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 단일 최대주주로,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단일 최대주주다. 현대그린푸드는 또 현대백화점의 2대주주다. 정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정 부회장이 현대홈쇼핑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에 관여한다. 이같은 체제 아래 현대백화점그룹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대교그룹의 장남과 차남은 핵심 계열사인 대교에서 CEO와 CFO(내부회계관리자)로 각각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 내에서 각기 다른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과 달리 형제간의 호흡이 더욱 중요해 질수밖에 없는 구도다. 극단적으로는 상호 견제에 따른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대교 2세 경영의 리스크로 대두될 수 있다.

대교그룹 내부 관계자는 "장남은 교육사업을 이끌고 차남이 재무를 담당하는 형태로 형제간에 역할을 분명히 나누고 있다"면서도 "다만 후계구도에 대해서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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