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20년 한길, 이지운 CRO의 '따뜻한' 리스크관리 [카카오뱅크를 움직이는 사람들]⑤중저신용자 확대·건전성 두마리 토끼 과제…금융약자 위한 CSS로 포용금융 앞장

한희연 기자공개 2022-05-23 08:10:20

[편집자주]

국내에 인터넷은행이 탄생한지 6년이 지났다. 정체된 은행업계에 메기역할을 주문받은 카카오뱅크는 지난 6년간 은행보다는 'Tech'회사의 DNA를 갖고 여러 혁신을 시도해 왔다. 차근차근 영토를 넓혀 가며 기존 시장에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한 단계 더 성숙한 '시즌2'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카카오뱅크를 이끌어 온, 그리고 이끌어갈 주요 인물들을 짚어보며 비전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6일 10: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의 리스크관리 조직엔 기존 시중은행 출신 인력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 전략이나 기술 등 다른 부서에는 증권이나 IT회사처럼 타업종 출신이 많다. 하지만 금융업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신중함이 요구되는 리스크관리는 기존 은행에서 전문성을 갈고 닦은 고수들의 노하우가 필요했다.

올초 선임된 이지운(Elly)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사진)는 지난 20여년간 리스크관리라는 한길만 걸어온 전문가다. SC제일은행에서 리스크관리 전문성을 쌓아가며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카카오뱅크 준비법인에 전격 영입되며 모험을 택했다. 지난 6년여간은 실무자로서 카카오뱅크의 신용리스크관리 정책을 이끌었다. 올해부터는 리스크관리 총 책임자로 중저신용자 확대와 건전성 관리를 모두 달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 리스크관리 업무만 20년, 신생 은행의 신용리스크정책 총지휘

이지운 CRO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대학원 졸업후 약 2년간은 유니보스컨설팅㈜에서 CRM(고객관계관리) 컨설팅을 수행했다. 2001년 SC제일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SC제일은행에서 그는 리스크관리부서에서만 한길을 걸으며 노하우를 쌓았다. 초반에는 소매금융리스크관리부에서 △신용카드 및 신용여신 리스크관리 △사후관리 전략 수립 △CSS(credit scoring system) 모형 개발과 운영 등을 경험했다. 2007년부터는 리테일금융리스크부에서 △주택관련대출 리스크관리 △신용카드 및 펀드담보대출/주식담보 리스크관리 △ICAAP(내부자본적정성평가) 수행 △소매(신용여신, 신용카드, 담보여신) IRB 및 가계/기업 스트레스테스트 모형 개발 총괄 등을 맡아 역량의 범위를 좀더 넓혔다.

2008년 외국계 은행 대부분이 대규모 부실 사태를 겪었으나 SC제일은행은 건재함을 자랑하며 철저한 리스크관리로 유명했다. 이지운 CRO는 이곳에는 16여년간 리스크관리의 A부터 Z까지 몸소 체득했다. 특히 주니어 시절인 2003년 일어난 카드 사태는 리스크관리 담당자로서 값진 경험으로 기억된다.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경험한 데다 당시 대응경험은 그의 리스크관리 인생의 큰 자산이 됐다.

이때의 경험은 평소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강조하는 철칙의 배경이 된다. 데이터를 제 1요소로 강조하지만 데이터가 부족할 경우에는 더욱 신중한 접근법을 강조한다. 그는 "경험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정책을 수립할 때는 먼저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하고 점진적으로 정책을 확대하는 방식(Test & learn)을 활용하는 게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SC제일은행에서 빠른 승진을 거듭하며 핵심인재로 탄탄대로를 걷던 그는 2016년 턴어라운드의 갈림길에 선다. 김석 현 카카오뱅크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추천으로 신생은행 준비법인 합류를 제안받은 것이다.

미래가 보이는 안정적인 길과 가보지 않은 불확실한 길 사이에서의 고민이 시작됐다.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 하지만 윤호영 대표와의 만남 이후 고민은 깔끔히 정리됐다. 당시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비전과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강렬하게 보여줬고 그는 결국 2016년9월 카카오뱅크 준비법인에 합류했다.

◇ 커진 조직만큼 무거워진 어깨, 직원역량 이끌어내는 '온화한 리더십'으로 정면돌파

약 1년간의 준비 후 2017년 카카오뱅크가 공식 출범한 첫날, 그는 플랫폼의 힘을 실감했다. 첫날 카카오뱅크에는 30만명이 계좌를 개설했고 수백억원대의 대출이 하루만에 실행됐다. 어렵게 영업해 고객 한명 한명을 끌어모아야 하는 기존 은행에 익숙했던 그는 대면영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몰려드는 고객수를 보면서 경쟁력을 봤다.

고객이 몰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리스크관리자는 이들의 신용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돌다리를 두드려야 하는 입장에 있다. 통상적으로 일반은행에서는 지점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대비 비대면으로 유입되는 고객의 신용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카카오뱅크 초기에도 몰려드는 고객의 신용도에 대해 외부의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카카오뱅크에 몰려드는 고객은 시중은행보다 더 우량한 경우가 많았다. 또 인터넷은행이라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시도해 보려는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지식을 가진 이들로 구성됐다. 오히려 고소득·고신용자들이 많았던 셈이다.

현재 카카오뱅크 고객 저변은 더욱 확대돼 시중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신용도를 가진 고객들이 유입되고 있다. 그간의 노하우와 고객층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반보다는 중저신용자 확대 등 좀 더 과감한 리스크정책을 펴고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고객이 다양해지고 상품이 많아졌다는 것은 리스크관리자로서 더욱 촘촘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환경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범후 안정기를 지나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시즌2'를 맞이하는 올해 CRO 임무를 받은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이같은 과제를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정면 돌파해 나가고 있다.

이지운 CRO의 리더십은 '온화한 카리스마'로 요약된다. 그는 조직내에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포용하고 감싸주는 '엄마'같은 이미지를 대변한다. 카카오뱅크의 수평문화 안에서는 더욱 돋보이는 장점이다. 그는 직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일하고 의견을 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곳을 이상적 조직이라 생각한다. 그는 빠른 결단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받지만 이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을 관철시키려 무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친밀감 형성을 최우선에 두는 문화를 지향한다.

그는 "직원들의 편한 분위기에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리스크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늘 얘기한다. 직원 모두가 만족감 높은 직장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 기인한 생각이다. 그는 직장에서의 만족감은 본인이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오는 것도 크다고 믿고 있다.

이지운 CRO는 "카카오뱅크에는 뛰어난 직원들이 많은데 어떤 영역에서는 저보다 더 전문가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의견을 제시하는 동료도 있다"며 "직원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생각해보고 의사결정에 이르는 길을 택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CRO 체제가 시작되고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 새 CRO의 색채는 조직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최근 리스크그룹과 회의를 해 본 타부서 직원들은 이같은 변화를 체감하곤 한다. 이전보다 리스크그룹 직원들의 업무추진에 자신감이 강해졌다는 평가다. 직원들의 역량을 자연스레 끌어내는데 그의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리스크그룹 직원들은 이지운 CRO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숫자를 읽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숫자를 보고 빠르게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구성원의 의견을 꼼꼼히 듣고 같이 논의해 결론을 내도록 유도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구성원들이 의견을 마음껏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며 "직원들이 직장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지 늘 고민하는 따스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 CSS고도화·대안신용평가모형 등 고객에 '도움'되는 리스크정책 펼친다

CRO로서 그는 중저신용자 비중을 확대하면서도 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를 받았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25%, 내년에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금리인상 등 가계 부채부담이 커지는데다 여러 경기지표가 나빠지며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층인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리스크관리자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이지운 CRO는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와 대안정보 활용범위 확대를 통해 어려움을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중저신용 고객에 대한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용평가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고 기업간 협업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질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특히 대안정보 활용의 경우 카카오 공동체 외에 다른 기업과의 협업 시도를 늘리고 있다. 실제로 교보그룹과 데이터 협력을 진행중이다. 또 다른 금융회사를 이용하고 있는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대환신용평가모형'도 개발할 계획이다.

대안정보 수집 노력과 함께 이를 활용한 평가 툴도 만들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다양한 대안정보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양한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이력 부족자(Thin-File)들에게 보다 정확한 신용평가에 기반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CSS 모형을 고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출가능 고객을 선별하고 합리적인 대출한도와 금리를 제공하는 등 정책을 잘 수립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과 함께 신용리스크 정책도 지속적으로 정교화 할 예정"이라고 강조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