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27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벌써 식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ESG라는 단어가 재계에 막 쓰이기 시작할 무렵 국내 ESG 평가기관 관계자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중 어떤 요소가 기업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다. 관계자는 'G'라고 답했다. 굴뚝산업의 경우 'E'의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G'가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지배구조 등급을 평가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는 기업의 '투명성'이라고 했다. 상장사는 주주들의 회사다. 그러므로 현안과 직면한 이슈 등을 주주들에 적시에, 충분히, 공평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ESG 평가기관이 내세우는 모범규준이라고 한다. 투자자들과의 관계, 즉 IR(Investor Relations)에 공을 들이는 기업이 지배구조 등급을 잘 받고 결국 ESG 등급도 잘 받는 셈이다.
상장사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는 분기마다 찾아온다. 매 분기 실적발표회다.
실적발표회는 말 그대로 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얼마를 기록했다는 결과 발표가 주 내용이지만 사실 보다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발표 당시 위기에 직면해있다면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혹은 앞으로 경영이나 배당 계획 등 투자 결정 여부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진들의 발언이 종종 나온다.
상장사라면 실적발표회에 쏟는 노고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실적발표회의 중요성을 깨닫고 점점 그 형식을 진화시키고 있다. SKC는 유튜브로 실적발표회를 생중계한다. 컨퍼런스 콜 공개 범위를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제한했던 롯데케미칼은 몇 년 전부터 범위를 언론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실적발표회에서는 특히 기업들의 '디테일'이 잘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1시간 분량의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 오디오 파일을 언제든지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는다. 반면 애플은 실적발표회 후 2주 동안만 웹캐스트 링크를 열어놓는다. 이런 면에서만 보자면 투명성에서 애플보다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전히 실적발표회에 무심한 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컨퍼런스 콜은 커녕 짤막한 실적 공시 예고와 예고일자에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만 적어 공시하고 마는 곳이 부지기수다. 실적발표회가 열리면 투자자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는 제너럴모터스의 CEO만큼은 아니더라도 통상적인 컨퍼런스 콜 정도는 진행하는 것이 상장사의 도리 아닐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실적발표회는 이제 기업의 성의를 비추는 거울로 여겨지고 있다. 여전히 그 거울이 흐릿한 곳이 많다. 올해도 2분기가 끝나간다. 곧이어 있을 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회 모습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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