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26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에 상장하면 빚도 좀 갚고 집도 장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모 기업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에 올인하다 보니 그동안 개인 돈을 몽땅 투자해 생활이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상장하면 지분을 좀 내놔서 '밀렸던' 여유를 좀 누려보자는 얘기다. 자기 회사 IPO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너무 대놓고 이야기 하길래 주관사나 투자자들에게는 진심을 숨길 걸 꼭 당부했다.
이 대표가 회사를 팔거나 다른 마음을 가진 건 아니다. 당부를 한 건, 올해 이같은 의도로 IPO에 임했던 기업들이 모두 상장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부터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기존 주주들이 IPO로 '한 몫' 챙기려다 딜이 엎어졌다. 이들 기업은 IPO 구조상 구주 매출 비중이 높았고 또 구주를 가진 주주들의 욕심이 많았다.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가 만만치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상장에 성공한 쏘카를 주목할 만하다. 시리즈 A부터 단계적으로 축적된 투자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구주 매출이 없었다. 기존 주주가 IPO로 털고 나가겠다는 '야심'이 없다는 걸 투자자들이 확인하면서 딜이 성공했다. 물론 IPO 직전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롯데렌탈의 존재감도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안정감을 줬다. 장기 렌탈과 단기 대여 비즈니스의 포트폴리오상 궁합도 잘 맞다고 평가됐다.
결정적인 건 눈높이 조정이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꿈꾸던 계획을 밀어붙이지 않고 시장이 원하는 밸류를 받아들였다. 요즘 IB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간 기업들의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쏘카의 자발적인 교정은 딜 성공의 핵심이었다. 특히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 당시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상장하겠다는 걸 용인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IPO를 바라봤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기업들이 왜 IPO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IPO란 그동안 고생했으니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종착지에 가까운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자금을 모아 더 큰 비즈니스를 벌이기 위한 출발 단계인 것인지. 솔직히 말하면 그 중간 어디 즈음에 있을 수도 있지만 후자가 '공식적인' 답에 가깝다.
어찌 됐든 자본시장이, 그리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걸 기업이 제시해야 한다. 적절한 가격에 투자할테니 더 큰 사업을 하고 그래서 더 큰 이익을 내 돌려주기를 바란다. 그 눈높이를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 올해 남아 있는 IPO 딜들도 처참한 결과를 볼 것이다. 목표의식 역시 뚜렷해야 한다. 쏘카 IPO가 '정확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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