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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채권평가손 급증, 자본적정성 악영향 금감원, 올초 채권관리 당부…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 잘 갖춘 KB·신한금융, 손실폭↑

김현정 기자공개 2022-08-29 08:11:06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6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대 금융지주사들의 채권 평가손실 규모가 역대급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의 채권 운영 관리 당부에도 급격한 금리 상승을 막아낼 방도는 없었다. 특히 보험 계열사들의 채권평가손실이 컸던 만큼 그룹 전체적으로 봤을 때 KB·신한금융지주의 손실 규모가 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의 올 상반기 채권 관련 평가손실은 5조8000억원가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채권 평가손실 규모가 컸다. KB금융의 공정가치 측정 채무상품 관련 손실은 2조 1000억원가량으로 평가손실이 대부분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공정가치 측정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2조2000억원가량으로 역시 채권 평가손실이 대부분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공정가치 측정 채무상품 평가손실이 9000억원,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5200억원 정도였다.


기본적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은행 계열사들의 채권 평가손실이 5000~9000억원 사이로 그룹 평가손실에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은행들은 자산-부채 듀레이션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상시 국공채 등 채권을 상당 부분 보유해야 한다.

은행들 중에서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보유 채권 규모 대비 평가손실 규모 면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올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공정가치측정 채무증권 평가손실은 각각 5163억원, 52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채무증권 잔액은 올 상반기 말 기준 각각 36조 9334억원, 35조 3919억원 정도다. 타행 대비 규모가 크지만 금리 예측 및 선제적 관리로 평가손실을 방어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8916억원의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올 상반기 말 50조581억원 규모의 채무증권을 보유 중이었다. 채권 보유 규모가 타행 대비 큰 만큼 평가손실이 많이 발생했지만 어느 정도 관리가 잘 이뤄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31조5841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 중인데 6365억원의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하나금융 채권 평가손실이 9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은행 평가손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도 은행 채권평가손실이 지주 채권평가손실과 일치한다.

이 가운데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보험 및 증권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것이 채권 평가손실 측면에선 올 들어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보험사들이 금리 인상으로 채권 자산 공정가치가 쪼그라든 점이 평가손실에 악영향을 미쳤다. 우리금융의 경우 보험사가 없고 하나금융은 하나생명과 하나손보를 운영 중이지만 자산·부채 규모가 작다.

KB금융의 경우 보험사들의 채권 보유로 인한 추가 채권 평가손실이 컸다. 올 상반기 기준 KB손해보험의 채권 평가손실이 3760억원가량이었고 KB생명도 1800억원 정도의 평가손을 냈다. 푸르덴셜생명 역시 5조원대 채권을 보유 중으로 3000억원대 평가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지주 역시 은행을 제외했을 때 보험사의 채권평가손실 규모가 컸다. 12조원 규모의 공정가치 측정 채권을 보유 중인 신한라이프생보의 경우 올 상반기 1조3600억원 규모의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 측정 유가증권 평가손실을 냈다.

금융사는 채권을 보유 목적에 따라 ‘당기손익’, ‘기타포괄손익’, ‘상각후원가측정’ 등 세 가지로 분류한다. 즉각 즉각 팔 목적이 아니면 대부분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은행이나 보험사들의 채권은 대부분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 금융자산으로 분류된다.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된 채권은 시가(공정가치)로 평가되기에 금리에 따라 가치가 변동한다. 기타포괄손익 채권의 가치 변동은 순이익에 포함되지 않고 바로 자본에 반영된다. 이에 따라 채권평가손실은 순익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OCI 계정으로 분류돼 자본적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하더니 올 들어 더욱 큰 폭으로 오른 결과 올 상반기 채권 평가손실이 급증했다. 채권 가치와 금리는 반비례 관계를 갖는다.

제로금리가 이어지던 2020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채권 가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에 시중은행은 평가이익이 증가했고 자본도 올라갔다. 올해의 경우 금융지주사들의 채권 평가손은 실적 증가분을 다 까먹어 자기자본비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올 초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CFO들을 불러모아 금리상승으로 인한 채권 평가손실 관리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은 듀레이션 관리에 힘쓰며 채권 평가손 방어에 나섰지만 급격한 금리 상승을 막을 방도는 없었다.

채권 금리 6월 정점론이 나오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운용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빅스텝 혹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올해 남은 기간도 채권평가 손실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금리 인상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지주사 재무실 관계자는 "금리상승폭이 역대급인 만큼 채권 쪽 평가손실 역시 규모가 컸다”며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채권을 상당 규모 보유해야만 한 것도 있고 증권사도 채권 투자를 늘려서 평가손이 많이 나왔지만 금리라는 게 예측 불가능하고 채권 만기가 계속 도래하면서 평가손실도 빠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리상승기에 채권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평가손이 대거 발생해 관리를 당부한 바 있다"며 "현재도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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