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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 리스트럭처링]일진전기·제강, 그룹 맏형 미래경쟁력 현황은④해저케이블 사업 진출 고심·심리스 강관 경쟁력 박차, 에너지 인프라 투자 수혜 볼까

이민우 기자공개 2022-08-31 09:42:12

[편집자주]

전기차·수소차를 중심으로 그려졌던 일진그룹 청사진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동박 제조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가 갑작스레 매물로 나오며 미래 양대축 중 하나인 전기차 사업의 그룹 내 이탈이 유력해졌다. 다른 핵심 계열사인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 시장의 투자 둔화 우려에 시달리는 등 그룹 전반의 미래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기로에 놓인 일진그룹과 주요 계열사의 현황과 전망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9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전기와 일진제강은 일진그룹 초창기부터 역사를 함께 한 핵심 계열사다. 창업주 허진규 회장에서 장남과 차남으로 승계 작업이 이루어진 현재에도 두 기업은 그룹 내에서 여전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으로 인해 그룹 내 경쟁력 환경이 요동치는 만큼 일진전기·일진제강의 어깨도 한결 무거워졌다.

일진전기와 일진제강은 각각 전선과 강관을 주력 제품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전선과 강관은 최근 수요가 발생할 전력 및 에너지 관련 인프라 투자 등이 예상되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일진전기는 이에 따라 해저케이블 사업 추진을 고심하고 있으며, 일진제강은 국내 최초로 개발했던 심리스 강관 분야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해저케이블 사업 장고하는 일진전기, 미래경쟁력 강화와 사업부담 저울질

일진전기는 지난해부터 해저케이블 시장 진출을 검토해왔다. 1년간 내부 논의 끝에 올해 사업 이행 여부를 두고 투자심의 등을 거쳐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다만 상반기가 지난 현재 아직 일진전기 해저케이블 사업은 시동을 걸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초 상반기 내부 절차 마무리 이후 하반기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해저케이블 사업기반 구축도 빨라야 내년쯤 가시화될 전망이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일진전기측에서는 아직 관련 내용을 확정하거나 공시하지 않았다"라며 "해저케이블 사업 진출 결정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만큼 아직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저케이블 사업은 전선업계의 대표적인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사업이다. LS전선과 대한전선 등도 해저케이블 신규 공장을 설립하거나 해저 케이블 포설선을 확보해 턴키 공정을 구축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해저케이블 시장은 글로벌에서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2027년 1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일진전기는 재무적으로 해저케이블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2018년 52억원, 2019년 114억원, 2020년 138억원, 지난해 204억원으로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이 전년(2020년)보다 2000억원 이상 증가하며 큰 폭의 외형성장을 거뒀다.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별도기준 이익잉여금도 꾸준히 쌓인 덕분에 올해 2분기 1560억원에 도달했다.

다만 관련 투자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 일진그룹과 일진전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26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호반그룹에 인수된 대한전석 역시 해저케이블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2월 충남 당진 아산 고대지구를 해저케이블 신공장 건설 부지로 확정했다. 경쟁사들의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수주망 설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도 사업 진출을 고심하게 하는 요소다.

◇흑자전환 일진제강, 심리스 강관 경쟁력 강화로 글로벌 수요 정조준

일진제강은 비상장사지만 일진그룹 내 계열사 중에서도 큰 규모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2873억원으로 동기간 일진하이솔루스 매출액의 2배 이상이다. 코로나19로 산업전반이 침체됐던 2020년 영업손실이 148억원 발생했으나 지난해에는 142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전환했다.

일진제강은 현재 주력 제품으로 심리스 강관을 생산하고 있다. 심리스 강관은 이음매가 없는 강관으로 일반 강관 대비 강도와 버틸 수 있는 힘이 강하다. 특히 이음매가 없을 경우 해저 등 고압력 환경에서 이음매에 압력이 집중돼 파손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산업의 가스채굴용 파이프에 사용되거나 수소 저장 및 이동을 위한 배관의 부품으로 사용된다.

글로벌 강관 수요는 현재 북미향 고객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국내 강관 수출입 실적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나 철강 업계는 심리스 강관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진제강 전체 매출에서 심리스 강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규모로 1200억원에 육박한다.

일진제강 심리스 강관(출처:일진제강)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심리스 강관의 경우 유정용·가스채굴 배관만 아니라 자동차 등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며 "러우전쟁 장기화 우려 여파로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에서 정유·가스 관련 기업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어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에 이은 수혜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일진제강은 현재도 심리스강관 관련 기술력 강화를 위해 꾸준히 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만네스만 공법을 사용한 심리스 강관 제조기술은 직경이 큰 심리스 강관을 제작하는 데 용이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직경이 큰 심리스 강관은 주로 수소를 비롯한 고압력 기체를 저장하는 특수용기의 원료로 사용돼 향후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특수용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직경을 가진 심리스 강관 생산업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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