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0월 28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야죠. 안 고치면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몇 년 전 방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 백승수(남궁민)의 대사 중 하나다. 2주전 터진 카카오 서비스 장애사태를 보면서 이때 들었던 대사가 다시 떠올랐다. 누군가는 카카오를 감정적으로 비난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영향력을 경계하며 플랫폼 규제 카드를 꺼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다.
일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얘기들이 나왔다.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할수록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지고 데이터센터(IDC)는 더욱 확충될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안전장치를 마련해도 사고를 100%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게 블록체인 기술이다. 데이터들을 쪼개서 완전히 탈중앙화 된 서버에다 저장해 놓으면 한 곳이 터져도 시스템 자체는 계속 돌아간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앙화 된 데이터센터 체제를 뒤집는 역발상이다.
블록체인 자체가 중앙화 된 서버에 거래기록을 보관·관리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서버(노드)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유지 및 관리하는 형태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면 서버를 두 개씩 돌리는 이중화 없이도 재난 발생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또 다른 논점은 배터리다. 카카오 서버가 위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원인으로 리튬이온전지 발화가 꼽히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의 분리막을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구조다.
문제는 액체로 된 전해질이 리튬 이동을 원활하게 하지만 외부압력 및 온도로 분해될 경우 화재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연구 개발되고 있는 게 전고체 배터리다. 이름 그대로 모든 소재가 고체화돼 있다. 전해질도 고체로 이뤄져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격과 화재에 강하다.
다만 위의 두 기술은 당장 사용하기가 어렵다.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로는 카카오가 쓰는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탈중앙화로 구현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전고체 역시 상용화 시기가 약 2025~2030년쯤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기술 지향점을 보는 차원에서 이 같은 논의는 흥미롭고 의미가 남다르다. 혁신은 이런 계기를 통해 탄생하고 힘을 얻는다. 카카오, SK㈜ C&C 사태는 대한민국 IT업계의 흑역사로 기록되겠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첨단기술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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