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흥국생명 영구채 파장, 펀드 밸류에이션 이슈 부상 채권 매니저 대응 채비…콜옵션 행사시점, 만기 책정 논리 '흔들'

양정우 기자공개 2022-11-09 08:14:47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3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국생명보험이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국내 펀드 시장에도 불똥이 튀었다. 채권형 펀드가 즐겨 담던 영구채가 콜옵션 행사 시점을 만기로 삼아 가격이 산출됐던 터라 그간 기준가 산정에 활용된 밸류에이션 논리가 뒤틀릴 여지가 적지 않다.

3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국내 펀드 시장에서는 채권형 펀드 운용역마다 흥국생명의 영구채 콜옵션 미행사 이슈에 대응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보험사는 오는 9일 예정돼 있던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영구채의 조기 상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통해 해당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본래 채권가격은 만기에 다가서면서 액면가격으로 수렴한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영구채의 조기 상환이 관행이었던 만큼 이 영구채는 9일을 만기로 여겨 채권가격이 액면가격에 거의 수렴했었다.

하지만 현재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면서 채권 값이 급락한 건 물론 앞으로 유통과 처분 자체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이 영구채를 직접 담고 있는 펀드 입장에서는 보유 자산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번 영구채를 보유하지 않은 자산운용사도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가 펀드업계에 파장을 일으킬 돌발 이슈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기준가와 순자산을 책정하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여파가 불가피하다. 영구채는 유통 시장에서 거래가 빈번하지 않기에 결국 가치평가를 통해 밸류가 산출되고 있다.

이표채의 가치평가는 쿠폰(고정 이자)과 만기 때 상환 원금 등 연간 현금흐름을 확정한 후 이들 금액을 시장수익률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만일 영구채가 말 그대로 영속적으로 동일한 쿠폰을 받는 구조라면 이표채의 평가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이표채 밸류에이션 공식.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 영구채가 관행적으로 무조건 콜옵션이 행사되는 상품으로 분류돼온 점이다. 이 때문에 행사 시점을 만기로 가정한 후 이표채의 가치평가 틀 안에서 영구채의 가격이 기계적으로 책정돼 왔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시장과의 확약에 등을 돌리면서 이제 영구채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품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콜옵션 행사 시점을 만기로 삼는 밸류에이션 논리가 흔들린다면 영구채를 담은 펀드는 기준가와 순자산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 만기 자체가 콜옵션 행사 시점 이후로 평가되거나 만기가 없다는 명칭 그대로의 수익 구조로 새롭게 밸류 책정에 나서야 한다. 결국 현재 기준가와 순자산 수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이벤트다.

WM업계 관계자는 "펀드 운용사는 영구채에 대한 밸류에이션 이슈를 우려하고 있는 처지"라며 "물론 최종 판단 자체는 채권 평가사의 몫이지만 펀드매니저마다 혼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구채를 주요 자산으로 편입한 채권형 펀드의 운용 전략이 수정될 여지도 있다. 그간 영구채를 당연히 콜옵션이 행사되는 상품으로 여겼기에 이 시점에 맞춰 상환과 재투자의 스케줄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이제 영구채는 콜옵션 미행사가 가능한 자산으로 드러났기에 이런 성격을 감안해 운용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불확실성 탓에 아예 영구채를 기피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채권형 펀드는 국내 금융기관이 찍는 채권의 최대 투자자다. 그간 영구채는 후순위 채권인 덕에 발행사 본연의 크레딧보다 높은 금리가 책정돼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펀드매니저의 기피 대상으로 낙인이 찍힌다면 수급 여건상 발행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영구채 콜옵션 미실시는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파장 끝에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그 뒤로 조기 상환은 사실상 발행사의 의무로 부여돼 왔다. 물론 계약 구조 자체는 콜옵션 미행사의 페널티 격인 스텝업(step up)을 선택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