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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장 혼탁 야기 '비사업자 컨닝공시' 사라진다 금감원 행정지도 공문 발송…연말 채권시장 유동성 감안 신속 조치

이돈섭 기자공개 2022-11-23 15:09:19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3일 10: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간 퇴직연금 시장 내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퇴직연금 비사업자의 '컨닝공시' 행태가 앞으로는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비사업자에도 퇴직연금 사업자에 적용하고 있는 공시 규제를 똑같이 따르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은 행정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당국은 행정지도 내용을 감독규정에 반영하는 작업을 내년 초께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오후 금융업권 각 업체에 퇴직연금 비사업자도 퇴직연금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원리금보장형 상품 이율을 매월 3영업일 전에 공시하라는 내용을 담은 행정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비사업자는 당장 이달 28일 오후 4시까지 금감원 측에 내달 원리금보장형 상품 이율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자사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이번 행정지도는 과거 퇴직연금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던 퇴직연금 비사업자의 이른바 '컨닝공시'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다. 저축은행을 비롯해 일부 보험사와 증권사 등 퇴직연금 비사업자는 퇴직연금 사업자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제공해오고 있지만, 사업자가 아닌 탓에 매월 3영업일 전 내달 원리금보장형 상품 이율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하는 현행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홈페이지에 공시한 원리금보장형 이율을 모두 살펴보고 자사 상품 이율을 정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른바 '컨닝공시'다.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주요 경쟁 요소 중 하나로 상품 이율이 꼽히는데, 퇴직연금 비사업자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상당규모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끌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특히 연초 이후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업권 예·적금 연 이율이 5%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퇴직연금 적립금 이탈을 우려한 보험업권에서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보험업권은 이율보증형 상품 등을 통해 주로 확정급여(DB)형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연말 기업 결산시기와 맞물려 상품 만기가 도래한다. 이때 높은 이율의 은행 상품으로 적립금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율보증형 상품은 주로 국공채로 운용하는데 재예치가 되지 않는 경우 보험사는 국공채를 매도할 수밖에 없다. 연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 규모는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최소 조 단위가 될 전망인데, 이는 채권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이 상황 속에서 채권 매도세를 부추기는 비사업자 컨닝공시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이율보증형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는 적립금이 100조원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해당 적립금이 모두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같은 극단적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워낙 은행업권 예·적금 연 이율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예년 수준 만큼의 만기 연장(재예치)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행정지도 공문에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비사업자를 불문, 전달 공시한 원리금보장형 상품 이율은 변경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그간 퇴직연금 비사업자는 사업자에 적용하는 공시 규제를 전혀 받지 않아 한 달에도 몇번씩 원리금보장형 상품 이율을 변경하는 행태를 보여 시장 혼란을 야기한다는 업계 지적사항을 적극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감독당국이 배포한 행정지도 공문에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 채권 매도세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자발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퇴직연금 비사업자와 사업자 간 과당 경쟁을 피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연말을 맞아 철저한 유동성 관리를 당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는 전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애시당초 행정지도 공문에 넣은 내용들은 감독규정에 넣으려고 했지만 감독규정 개정 작업에 필요한 절차를 모두 밟다보면 올해 연말 전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행정지도 형식을 갖춘 것"이라며 "내년 초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행정지도에 들어가 있는 내용을 감독규정 안에 반영하는 작업을 밟아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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