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롯데면세점, 백화점과 닮은꼴 '전무급 대표' 선임 '부사장 체제' 탈피 김주남 전무 파격 발탁, 경영혁신 '체질개선' 방점
서지민 기자공개 2022-12-21 08:06:34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0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대표에 전무급 인사를 내정하면서 기존 인사 기조와 다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롯데면세점 대표를 역임한 이들의 직급은 부사장이었다. 이를 두고 1년 전 희망퇴직 후 대표를 교체한 롯데백화점 인사와 닮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롯데그룹은 최근 정기인사를 통해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 대표를 김주남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으로 교체했다. 기존 롯데면세점 대표인 이갑 부사장은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으로 이동했다.
우선 대표의 직급이 부사장에서 전무로 낮아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 전무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롯데면세점 대표로 내정되면서 전무 직급을 달았다. 기존 롯데면세점 대표에 주로 사장단이 자리해 온 것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인사다.
2007년 호텔롯데에서 면세사업부가 분할된 이후 롯데면세점 대표를 거친 인물은 총 6명이다. 이 가운데 전무급 인사가 대표를 맡은 건 최영수·이홍균 전 대표 2명이다.
같은 전무급이지만 그 배경도 사뭇 다르다. 최 전 대표는 롯데면세점의 창립 멤버로 거의 모든 명품 브랜드를 한국에 최초로 유치한 인물이다. 또한 이 전 대표는 롯데면세점 대표로 선임된 지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신임 대표는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기 때문에 2년의 진급 연한 제한이 있다.
이력과 업력을 비교해봐도 차이가 있다. 이원준, 장선욱, 이갑 전 대표는 모두 롯데면세점에 대표로 선임되기 전 다른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특히 장 전 대표와 이 전 대표는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정책본부와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대홍기획 대표를 거쳤다.

이같은 롯데면세점의 대표 인사 기조는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위상을 보여줬다. 롯데면세점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실적을 견인하는 사업부다. 실제로 호텔롯데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중 롯데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롯데면세점의 대표는 무게감 있는 인사가 주로 자리를 지켜왔다. 2020년 정기인사에서 호텔롯데 사업부 대표이사가 전무급으로 교체되는 가운데 면세사업부는 부사장 체제를 유지한 게 대표적이다. 호텔·월드 사업부 대표가 각각 김현식 전무와 최홍훈 전무로 교체될 때 이갑 부사장은 자리를 지켰다.
‘전무급’인 김 대표의 선임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대표이사를 맡은 경험이 없고 유일하게 입사한 지 30년이 되지 않은 김 대표는 롯데면세점의 전 대표들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례적 인사는 1년 전 롯데쇼핑의 인사와 닮은 구석이 있다. 롯데그룹은 2021년 11월 정준호 부사장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대표로 선임했다. 정 부사장은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약 30년을 신세계그룹에 몸담아온 ‘신세계맨’으로, 롯데백화점 대표에 ‘정통 롯데맨’이 아닌 경쟁사 출신이 오른 건 처음이었다.
정 부사장이 대표에 오르기 전 롯데백화점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연간 3조원대를 유지하던 매출액이 2020년 2조원대로 추락했고 영업이익도 2019년 5149억원에서 2020년 3280억원으로 급락했다. 그 결과 롯데백화점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기까지 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의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히면서 롯데면세점은 3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도 3분기까지 3조727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5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사라졌을 때도 롯데면세점은 흑자를 유지했었다.

인사 발표 전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도 닮았다. 이달 14일 롯데면세점은 근속연수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발표하며 조직 슬림화를 예고했다. 1980년 창사 이래 단행하는 첫 구조조정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구조조정 후 파격적인 대표 교체는 위기 극복을 위한 결단으로 풀이됐다. 정 부사장은 취임 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현재 럭셔리브랜드를 내세운 점포 리뉴얼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롯데면세점의 '닮은꼴' 인사 배경에도 악화된 실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의 인사 기조보다는 경영 혁신을 통한 실적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 실시를 발표하면서 그간 펼쳐온 국내 다점포 전략 수정과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9월 코엑스점의 특허 갱신 심사 신청을 포기하는 등 국내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조직 슬림화를 내세워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김 전무는 롯데면세점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내부 전문가"라며 "사업환경의 변화와 위기에 대응해 턴어라운드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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