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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모니터]상위 30개 상장사 전체비용 172조 늘었다원자재 가격 급등에 금리상승, 보호무역주의까지…비용 부담 확대

양도웅 기자공개 2023-01-02 08:00:00

[편집자주]

이익을 확대하려면 수익(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 중 경기침체 국면에선 많은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한다. 시장 수요가 줄어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돈을 관리함으로써 돈을 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THE CFO가 기업의 비용 규모와 변화, 특이점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8일 08:2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주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실제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과 그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이를 막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또 그로 인한 달러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내 경기침체를 막고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기에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주요 국가는, 이를테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불리는 'IRA'와 같은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면서 과거와 다른 '룰'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기업엔 모두 비용이다.


◇'수익<비용'...상위 30개사는 현재 순손실 상태

THE CFO가 국내 상장사 매출액(수익) 상위 30개 기업의 올해 3분기 별도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상위 30개사의 총비용은 808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2조원(27%)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총비용은 637조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62조원에서 802조원으로 140조원(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용이 매출액보다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기업들은 올해 대규모 출혈을 감수하며 영업활동을 펼친 셈이다. 또한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해 순손익을 구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위 30개사 전체로는 올해 순손실 상태다. 전체 수익은 802조원, 비용은 808조원이다.

삼성전자와 한국전력공사 등 제조기업은 손익계산서상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연구개발비 포함), 기타비용, 금융비용, 법인세비용 항목의 숫자를 합산해 총비용을 산출했다. 이 가운데 영업비용은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다. 기타비용과 금융비용은 영업외비용이다. 법인세비용은 영업과 영업외비용에 포함하지 않는다.

메리츠증권과 삼성생명 등 금융사는 손익계산서상 영업비용과 영업외비용, 법인세비용 항목의 숫자를 합산해 총비용을 산출했다. 삼성증권처럼 특정 비용에 대해 영업비용 여부를 직접 설명하지 않는 기업은 영업외비용과 법인세비용이 아닌 비용 계정을 영업비용으로 판단해 산출했다.

영업비용은 기업 정관에 명시된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다. 영업외비용은 사업이 아닌 활동에서 발생한 비용이다. 법인세비용은 기업이 1개 사업연도에 얻은 소득(당기순이익에서 세무조정 등을 거친 금액)에 그에 맞는 세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이자비용이 제조사는 영업외비용에, 금융사는 영업비용에 속하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제조사와 금융사 모두 영업비용과 영업외비용, 법인세비용 등 크게 3가지로 나눠 전체비용을 비교해볼 수 있는 점은 같다. 영업비용과 영업외비용, 법인세비용의 총합이 총비용이라는 점도 동일하다. 이 총비용이 올해 27%, 172조원 증가했다.

비용 항목 중 법인세비용은 줄었다. 법인세비용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공사와 LG디스플레이 등 때문에 전년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순손실이 난 경우 과거에 납부한 법인세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한국전력과 LG디스플레이는 각각 6조7240억원과 6451억원을 돌려받았다. 두 곳은 현재 조 단위 당기순손실 상태다.

반면 법인세비용과 달리 올해 영업비용과 영업외비용은 제조사(22곳)와 금융사(8곳) 모두 증가했다.


◇매출원가 98조 늘어...금융비용 부담 두 배 증가

먼저 제조사 영업비용에서 눈에 띄는 항목은 매출원가다. 매출원가는 올해 98조원(23%) 늘어나면서 전체 비용 항목 중 증가 규모 면에서 가장 컸다. 매출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유가다. 올해 두바이유 가격은 연평균 배럴당 96.69달러로 지난해 연평균 가격보다 27.78달러(39%) 늘어났다.

매출원가가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한국전력이었다. 올해 26조원(57%) 늘어났다. 한국전력은 전력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매입하는데, 유가가 오르면서 발전 비용이 늘어나자 전기 매입 단가가 뛰어올라 매출원가가 증가했다.

제조사 판매관리비는 올해 9조원(16%) 늘어났다. 판매관리비는 급여와 연구개발비, 마케팅비 등으로 구성된다. 급여와 연구개발비 비중이 크다. 최저임금 인상, 신기술 확보 위한 연구개발비 증액 등이 증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제조사 영업외비용에서 주목되는 항목은 금융비용이다. 올해 22곳 제조사가 부담한 금융비용은 26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조원(101%) 증가했다. 두 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금융비용을 구성하는 하위 항목은 보통 이자비용과 외환차손, 외화환산손실 등이다. 어느 해보다 금리 상승 폭과 환율 변동성이 컸던 게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압도적 매출 1위이자 재계에서 재무관리 역량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도 예외일 수 없었다. 올해 금융비용이 4조2482억원(137%) 늘어났다. 외화 거래와 환산 과정에서 비용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영향이 컸다. 매출 3위 현대자동차도 동일한 이유로 금융비용이 1036억원(114%) 늘었다.

일반적으로 외화 거래 규모가 큰 곳은 수입과 지출을 연동하는 자연헤지가 주된 환헤지 전략이다. 하지만 올해 미국 Fed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연초 0.25%였던 기준금리를 현 4.0%로 급격하게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행이라면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많은 기업은 금융수익도 크게 증가했다.

금융사 영업비용은 올해 52조원(51%) 증가했다. 제조사처럼 원자재 가격 급등이 비용 증가의 원인은 아니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환율 변동성 확대는 금융사도 비켜갈 수 없다. 금융사 매출 1위를 기록한 메리츠증권을 예로 들면 기존 영업비용에서 규모가 큰 파생상품평가및거래손실, 이자비용, 외환거래손실 등이 일제히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영업외비용은 올해 영업비용 증가율보다 두 배 이상 큰 148% 늘어났지만 영업비용과 비교하기엔 규모가 작다. 금융사 영업외비용의 증가 규모는 3098억원이다. 제조사와 달리 이자와 외화 관련 항목이 영업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영업외비용을 구성하는 계정 수가 많지 않다. 삼성생명을 예로 들면 관계·종속기업투자손상차손, 유·무형자산처분손실 등이 영업외비용이다.


◇수익성 관리 '빨간불'

정리하면 제조사 22곳과 금융사 8곳 가리지 않고 상위 상장 30개사는 올해 영업활동과 비영업활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예년보다 큰 비용을 부담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 인건비 상승, 연구개발비 증가 등 대내외적인 모든 환경 요소가 비용을 증가시켰다. 비용이 수익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수익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현재 수익성 악화는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상위 5개사 가운데 현대차를 제외한 삼성전자, 한국전력, 메리츠증권, 기아 등은 올해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가 떨어지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는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비용(매출원가) 부담이 영업이익률을 압박했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금융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감이 짙어지고 있다"며 "금융비용 증가에 따른 순이익률 감소가 발생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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