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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거버넌스 리스크 점검]민영화 20년, 내부 출신 CEO는 2명뿐①소유 분산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 방증…중장기 전략 수립 방해

이장준 기자공개 2023-01-11 12:53:48

[편집자주]

KT가 민영화한 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정권이 바뀔 때면 '외풍'이 지배구조를 흔들곤 한다.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CEO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는 KT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것이다. 민영화 이후 KT를 흔든 외풍의 역사를 짚어보고 현재 지배구조가 지닌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9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지난해 8월 민영화 20주년 행사를 진행했다. 유무선 통신부터 콘텐츠 흥행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ICT 성장 주역으로 걸어온 길의 의미를 되새겼다. 특히 내부 출신인 구현모 대표가 이끈 최근 3년간 디지털 플랫폼 회사(디지코, DIGICO)로 전환해 시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 다음 20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런데 민영화 이후 KT의 역대 CEO를 살펴보면 내부 출신 인사는 두 명에 불과하다. 사기업임에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독립적인 이사회 결정을 무시한 '외풍'이 불어닥치며 지배구조가 흔들렸다. 소유 분산 기업의 취약한 거버넌스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는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테크 기업 도약 준비하는 KT, 지배구조 개입하는 국민연금

KT는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법이 만들어지고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출범했다. 1987년부터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추진위원회를 설치한 이후 KT 민영화 작업이 진행됐다. 2002년 8월 들어 정부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면서 비로소 완전 민영화가 이뤄졌다.

민간기업이 된 KT는 유무선 인프라와 융합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2002년 13Mbps급의 초고속디지털가입자망(VDSL)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며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07년에는 광케이블(FTTH) 기반 100Mbps 속도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인터넷TV(IPTV) 등 대용량 미디어 인프라 고도화를 주도했다. 현재도 KT그룹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는 성과도 냈다.

구현모 대표가 취임한 이후인 2020년 10월에는 통신사(Telco)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룹 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전환(DX) 역량을 결집해 플랫폼과 B2B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 힘입어 KT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서비스 매출 16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구 대표 취임 당시와 비교해 작년 11월 말 기준 주가가 90% 상승하면서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사진=KT가 지난해 8월 30일 개최한 '민영화 20주년 기념식' 행사

대신증권에 따르면 KT의 작년 주가는 상대수익률(RHS) 기준 47% 올랐다. 2008년 KTF와 통합 이후 최고 성과다. 2021년에 이어 작년에도 업종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코스피 지수와 비교해서도 크게 아웃퍼폼했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성과 등을 두루 인정해 차기 CEO 최종후보자로 낙점했다.

그런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이와 관련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수탁자 책임활동(스튜어드십 코드)을 명분으로 내세워 지배구조에 개입했다.

이미 구 대표는 앞서 정관 등 내규에 따라 연임 적격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소유 분산 기업 CEO의 '셀프 연임'에 제동을 걸겠다고 압박하면서 결국 KT 이사회는 대내외 27명의 후보자를 추려 경선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자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중기 목표를 초과 달성한 CEO 선임에 반대하면서 지나치게 정치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역대 CEO 중 연임 임기 채운 건 단 한 번…민간기업 흔드는 외풍

그동안 KT는 민영화 이룬 2002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외풍에 시달려왔다. 총 5명의 CEO 가운데 내부 출신 인사가 2명뿐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용경 초대 KT 대표이사 사장은 엑슨 책임연구원 출신으로 AT&T Bell 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지내고 KT의 전신인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한국통신프리텔, KTF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후 민영기업 KT 최초의 CEO가 됐다.

2005년 남중수 사장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그는 한국전기통신공사에 입사해 계속해서 KT에 몸담은 내부 출신 인사다. KT 재무실장, KTF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2008년 도중 사임했다.

2009년 1월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석채 사장이 부임하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이 따라붙었다. 그는 제7회 행정고시 합격 이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제1대 재정경제원 차관 등을 지냈다. 회장으로 올라서 한 차례 연임했으나 그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13년 11월 물러났다.

2014년에는 황창규 회장이 부임했다. 미국 스탠포드대 전기공학과 책임연구원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기술총괄 사장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이후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을 지내고 KT CEO가 됐다. 황 회장 역시 연임에 성공했고 현재까지 CEO들 가운데 유일하게 잔여 임기를 다 채웠다.


2020년에는 내부 출신 구현모 대표가 선임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KT 비서실장, 경영기획부문장, 커스터머&모바일(Customer&Mobile)부문장 등을 지낸 'KT맨'이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면 내부 출신 인사 중에서는 두 번째로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민간기업임에도 CEO 자리가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겨지면서 KT 지배구조는 계속해서 흔들렸다. 지금껏 연임에 도전했다가 임기를 모두 채운 케이스도 황창규 전 회장밖에 없다.

이는 중장기적인 성장 방향을 세우는 데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따른다. 외풍에 따른 지배구조 이슈가 KT 본연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가장 큰 리스크인 셈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IPTV 역시 10년 적자를 본 뒤에 KT의 주요 먹거리가 됐는데 CEO가 계속해서 바뀌면 이같은 성과를 기다리기 힘들다"며 "중장기적인 경영 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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