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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KT 스튜어드십 코드' 유감 [thebell note]

이장준 기자공개 2023-01-04 13:27:40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2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계묘년이 밝았지만 KT는 여전히 지배구조 이슈로 속앓이하고 있다. 연말 차기 CEO 최종 후보자를 확정한 당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즉각 반대 의사를 표한 탓이다.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경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딴지를 걸었다.

사실 KT는 경선을 진행할 필요조차 없었다. KT 이사회는 내부 규정상 대표이사 연임 우선심사 권한이 있다. 경영목표 달성 정도, 이해관계자 만족도, 기업가치 제고 역량, 비전 제시 등을 평가해 현직 CEO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다. 앞서 이사회는 정해진 원칙대로 구현모 대표 연임이 적격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구 대표가 자처해 경선을 진행했다. 국민연금이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겠다고 압박을 주면서다. 이른바 '셀프 연임', '황제 연임' 등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명분도 내세웠다. KT는 국민연금이 제기한 우려를 덜기 위해 다시금 27명의 후보자를 시험대에 올렸다.

결국 경쟁을 붙이고도 최종 결과에 변함이 없자 국민연금은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속내는 '결과'가 탐탁지 않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KT는 그룹 전체 인사를 미루면서까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애썼지만 허사가 됐다.

객관적인 지표나 비전을 봤을 때 연임 자격은 충분하다. 사상 최대 규모의 서비스매출을 올렸고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성공적으로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전환을 이끌고 있다. ESG 경영 측면에서 외부 기관 평가도 우수하다.

그러면 반대로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부합할까. 스튜어드십 코드 정의를 짚어보자면 기관투자자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KT 주가는 구 대표 취임 이후 90% 상승했고 9년여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은 KT 주가가 오르면 조금씩 매도해 보유지분이 13.05%에서 10.35%로 줄었다. 단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변명할 순 있지만 '국민기업'의 장기 성장에 힘을 싣는 책임감 있는 대주주보다는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려는 채권단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오히려 KT야말로 그동안 국민연금의 저조한 국내주식 수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않았나. 시장 대비 아웃퍼폼하는 성과를 낸 회사 지배구조를 흔드는 건 명백히 주주가치에 반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친시장적인 명분이 궁색해 보이는 이유다.

지난해 민영화 20주년을 맞은 KT는 내부 출신 인사가 좋은 성과를 거둬 연임을 앞두고 있다. 기업가치를 제고할 적임자가 반드시 '명망 있는 외부 인사'여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금 외풍에 휘둘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는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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