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운용 1400억 독일 부동산 대출펀드로 '골머리' 원리금 회수난항, 만기연장+대출채권·담보자산 매각 병행
조영진 기자공개 2023-02-24 08:39:36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1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 부동산업황을 긍정적으로 점쳤던 투자자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신한자산운용이 설정한 독일 부동산 대출 펀드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대출기간 동안 담보자산의 가치도 크게 하락해 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이 운용하고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출자한 대출채권 펀드가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묶인 자금 규모만 약 1400억원으로, 연 10%에 달하는 대출금리를 겨냥해 이뤄진 투자가 당초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분위기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대출금을 회수하고 올해 1월 말 펀드를 청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출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하면서 채권 현금화는 연장전에 돌입하게 됐고, 이에 따라 펀드 만기도 대출금 회수 시점까지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이 펀드는 지난 2020년 7월 독일 부동산 판매 및 임대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게 2년간 연 9.5%의 고정금리로 1억 유로를 제공하는 구조로 설정된 대출채권형 상품이다. 차주인 'Brookline Real Estate'는 영국 PE사인 'Vestigo Capital'이 세운 SPC(특수목적법인)로, 지난 2017년 11월 독일의 주택 민영화 기업이자 상장사인 'Accentro Real Estate'의 지분 약 83.1%를 인수한 바 있다.
신한자산운용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Brookline Real Estate'에게 대출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차주가 보유한 'Accentro Real Estate' 지분 75%를 담보로 설정했다. 2020년 7월 계약 체결 당시 담보자산의 시장가치는 약 1억8000만 유로로, 주가 기준 LTV(담보대출비율)가 55%밖에 되지 않는 등 원리금 회수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기조와 경기침체 기미로 인해 'Accentro Real Estate'의 주가는 연일 하락을 거듭했고, 현재 신한운용 펀드가 보유한 담보자산의 가치도 약 4700만 유로로 쪼그라들었다. 주가 기준 LTV로는 약 200%를 웃도는 수준이다. 증시 불황으로 마땅한 원매자를 찾기 어려웠던 탓에 담보자산 처분을 실행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차주가 지난해 7월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으면서 투자금 회수 실패가 현실화됐다. 현재 Accentro는 지난 2월 13일 도래한 2억5000만 유로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를 상환할 여력이 없어 리파이낸싱에 돌입한 상황이다. 오는 2026년에는 1억 유로 규모의 5년 만기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도 가지고 있다.
신한운용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차주의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시간적 여유를 부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대출채권 만기 연장과 동시에 이자지급 조건도 PIK(현물지불) 방식으로 변경했다. PIK 방식이 적용될 경우 채무자가 보유 중인 채권, 주식, 재고자산 등이 이자로 지급될 수 있으며, 현금지불 이연에 따른 만기일시상환도 가능하다.
현재 Accentro의 상황은 개선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Accentro의 연결기준 영업수익은 1억4460만 유로로 전년동기 대비 15.3%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매출 이익률도 전년동기(26.5%)와 유사한 25.9%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의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펀드 투자자들이 향후 대출원금 및 이자를 모두 수취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까지 이 펀드가 수취한 현금이자는 약 300만 유로로 대출원금의 약 3% 수준이다. 이 펀드가 편입한 대출채권의 금리는 연 9.5%지만, 나머지 1600만 유로는 대출만기일에 일시 지급되도록 설계돼 아직 수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운용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대출만기 연장에 그치지 않고, 특수 상황에 대응하는 현지 법인과 자문계약을 체결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보유 중인 대출채권의 매각, 담보자산인 Accentro의 주식 매각 등 여러 엑시트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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