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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를 움직이는 사람들]조성환 사장, 엔지니어답지 않은 최고급 엔지니어①엔진 전공했지만 전장 이해도 높아...친화력과 유연성 갖추고 활발한 대외 활동

조은아 기자공개 2023-03-07 07:40:23

[편집자주]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하면 가장 큰 회사다. 갈 길이 가장 바쁜 회사이기도 하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공급자'로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3년간 전동화·자율주행 등에 최대 1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기술 확보에서 누구보다 앞서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운 현대모비스의 핵심인물 면면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대변혁기에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9월 한국공학한림원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 한마디에 현대모비스의 현재와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 사장이 내다보는 자동차의 미래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즉 로봇이다. 현대모비스의 역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 중심회사를 만드는 게 조 사장의 목표다.

이력에서 볼 수 있듯 그는 기계공학 분야에서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다. 그러나 단지 전문성만이 그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건 아니다. 유연한 사고와 합리적 리더십, 친화력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경험 통해 쌓은 기술에 대한 이해와 통찰

조 사장은 1961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당시만 해도 기계공학과가 가장 인기가 많은 학과였는데 조 사장은 수석으로 입학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차에 입사한 건 1994년이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였던 김응수 교수가 다리를 놓아 경력사원으로 현대차에 입사했다. 당시 미국에서 직장생활 중이었는데 미국 경기도 좋지 않으니 한국 산업 발전에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국을 결정했다.

2008년까지 디젤엔진과 가솔린엔진 개발에 주력했다. 탄탄한 이론에 실무 경험까지 갖춘 셈이다.

인생의 전환점이 마련된 건 2008년이다. 조 사장은 2008년 이사대우로 승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차 미국연구소 HATCR의 법인장(연구소장)을 맡았다. 그는 이 때를 엔진에서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이해를 넓히게 된 시기로 꼽았다. 4년 동안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250명 규모의 연구소를 이끌면서 엔진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현대오트론 대표를 지낸 경험도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현대오트론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회사다. 조 사장은 현대오트론의 대표이사를 1년 반 정도 지냈다. 이 때부터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생각해 전기차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현대차로 돌아와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을 지냈고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다시 옮겼다. 현대모비스에서는 R&D부문장, 전장BU장을 거쳐 2021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현대모비스는 그가 전공한 내연기관(연소)과는 접점이 없는 회사다. 그럼에도 대표에 올라 회사를 이끌 수 있던 비결로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통찰'를 꼽았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실무지식을 스스로 습득할 순 없는 만큼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기술에 대한 이해, 이해를 통한 통찰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게 지론이다.


◇합리적 리더십과 유연한 사고...대외 활동도 활발

탄탄한 이론과 실무 지식만이 그를 현재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만은 아니다. 친화력과 유연한 사고 역시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독선적이지 않고 합리적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실제 그의 인생 문구 가운데 하나는 '인간은 노력하고 신이 결정한다'다. 인간이 여러 시도를 하고 노력은 하지만 너무 결과에 연연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는 등 정무 감각 역시 갖췄다는 평가다. 조 사장은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 차기 수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024년 초부터 2025년 말까지 2년이다. ISO 수장은 명예직이지만 총회와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의 출마는 현대차그룹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다. 이상훈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장의 제의를 받고 장고 끝에 수락했다. 조 사장은 당시 "국가적으로도 의미 있는데다 개인적으로도 산업계 이력을 정리하는 뜻깊은 일이기에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2021년부터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이 협회는 현대차와 KT, 카카오, 쏘카, 만도 등 국내에서 자율주행시장 개화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힘을 합쳐 만든 곳이다.

조 사장 취임 이후 현대모비스의 대외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조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21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 참가했다.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모터쇼 참석은 처음이었다. 이후 지난해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NAIAS)에도 참가했다. 특히 올 초 CES에선 현대차그룹에선 유일하게 참석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대모비스는 2006년 취임한 정석수 전 부회장 이후로는 5명 연속 엔지니어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데 조 사장 역시 그 계보를 잇고 있다. 특히 조 사장은 정의선 체제 이후 정의선 회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전임 박정국 사장이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거쳐 현대 현대차에서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 사장 역시 현대모비스에서의 경험을 발판삼아 현대차로 복귀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엔지니어로서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스스로 자신의 적성이 이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버지의 권유로 당시 최고 인기학과던 기계공학과를 선택했지만 문과를 가고 행정관료가 됐어도 재밌었을 거라고 인터뷰를 통해 회고했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2023년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현대모비스를 '모빌리티 플랫폼 프로바이더'로 도약시킨다는 내용의 '뉴 모비스'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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