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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은 지금]STX중공업 인수, 7부능선 넘었는데 무산되나①STX중공업 인수로 사업 효율화·이익개선·경쟁사 견제 효과… 실패시 경쟁사 도전 거세져

강용규 기자공개 2023-03-10 07:50:41

[편집자주]

한국조선해양은 변화의 물결을 마주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업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체사업 발굴이 한창인 가운데 올해부터는 주주환원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외부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계기로 사업장 안전 확보 과제의 무게가 더해지고 있으며 업계 차원에서는 엔진을 매개로 한 조선업계의 파워게임도 시작됐다. 더벨은 한국조선해양의 변화 속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박의 여러 기자재 중 엔진은 선박 건조가격의 1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기자재다. 이 시장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중공업의 엔진사업부, HSD엔진, STX중공업 등 국내 엔진3사가 곧 글로벌 톱3이다. 3사가 글로벌 선박엔진 수요의 50% 이상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는 최근 2년 동안 대량의 수주잔고를 쌓았다. 자연히 선박엔진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의 인수를 통해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으나 최근 절차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엔진을 둘러싼 조선업계 파워게임의 향방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화는 HSD엔진 인수 ‘순조’,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인수 ‘암초’?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인수는 이미 7부능선을 넘어선 단계에 와 있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사모펀드 파인트리파트너스가 STX중공업 보유지분 전량(47.81%)을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내놓았을 때부터 인수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이후 실사를 거쳐 앞서 2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단독으로 입찰서를 냈다.

애초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둔 한화그룹도STX중공업에 관심을 보이며 실사까지 참여했다. 조선사업과 선박엔진사업의 계열화를 위해서다. 그런데 한화그룹이 STX중공업이 아닌 HSD엔진의 인수로 선회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을 품는 구도가 됐다.

최근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매각 주관사 삼정KPMG를 통해 STX중공업 지분매각 절차의 중단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조선해양만이 본입찰에 참여하는 등 인수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판매자 입장에서의 가격적 매력이 높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화그룹은 지난 2월 HSD엔진과 주식 매매계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인수 절차가 순항 중이다. 4월 중 본계약까지 체결한 뒤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3분기 안에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시간표까지 수립했다.

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인수에 실패하고 한화그룹만 HSD엔진 인수에 성공한다면 이는 조선3사 중 대우조선해양만이 비용 절감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뜻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HSD엔진과 STX중공업 등에 선박엔진의 외주를 맡겼는데 이 중 HSD엔진이 계열사로 편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사의 비용 절감은 단순히 손익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선박은 발주처와 입찰자의 협상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제품인 만큼 선박 건조비용의 절감은 곧 그만큼의 가격 협상력 강화를 의미한다. 즉 한국조선해양으로서는 선박 수주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이 강력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의 수주잔고가2년 전보다 크게 늘어나 있는 만큼 건조 선박의 인도시기 준수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박엔진의 계열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며 “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입찰가격을 높여 제시하면서 인수를 위한 희망의 끈을 이어가려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에 STX중공업이 필요한 이유 3가지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를 통해 연 1600만마력의 엔진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STX중공업을 통해 여기에150만마력을 더할 수 있다. 게다가 실제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기대 효과는 단순 수치상의 생산능력 확대 이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첫 번째 효과는 생산 효율화다.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는 대형 선박용 엔진이 주력으로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와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의 선박엔진 수요에 대응한다. 다만 한국조선해양 산하에는 중소형 선박 전문회사 현대미포조선도 있다. 때문에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는 주력이 아닌 중소형 선박용 엔진에도 생산능력을 할애해야 한다.

STX중공업은 중소형 선박용 엔진이 주력인 회사다.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을 인수한 뒤 현대미포조선의 엔진 수요를 전담하는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산하 엔진회사 2곳이 각자의 주력사업에 집중하도록 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두 번째 효과는 잠재적 이익개선 가능성이다. 계열 고객사를 통해 일정 수준의 일감을 보장받는 기업은 상시 외부 수주에 의존하는 기업보다 고정비 부담 완화를 위한 안정적 매출 확보가 더욱 쉬울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는 것과 달리 HSD엔진과STX중공업은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STX중공업으로서는 한국조선해양에 인수될 경우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이 안정적 매출을 보장하는 고객사가 된다. 한국조선해양에게STX중공업은 생산능력 확대 효과뿐만 아니라 실적 잠재력까지 갖춘 매물일 수 있다는 말이다.

세 번째 효과는 경쟁사 견제다. STX중공업의 최대 고객사는 대우조선해양이다. STX중공업이 기존 고객사들보다 현대미포조선을 우선하게 된다면 이는 곧 HSD엔진에 그만큼의 물량 부담이 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HSD엔진도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로는 대우조선해양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 물량 부담은 HSD엔진이 다른 고객사들,즉 삼성중공업과 중국 조선사들에 소홀해질 여지이기도 하다. 즉 한국조선해양으로서는STX중공업 인수로 HSD엔진의 생산 부담을 가중시켜 경쟁사들의 선박엔진 확보에 차질을 불러 일으키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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