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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SMR 경쟁력 점검]'MMR 선점' 현대엔지니어링, 틈새 공략 전략의 성공⑥10년전부터 4세대 원천기술 확보 총력, 상업화 가장 근접

성상우 기자공개 2023-03-31 07:26:35

[편집자주]

SMR은 대형 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미래 먹거리 '원픽' 사업이다.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생산 체계에 걸맞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잠재 시장 규모가 막대하다. SMR 시장은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맞물려 폭발적인 도약기를 맞이할 분위기다. 사업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경쟁력은 각각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형 원전 시대로 넘어오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이 비중을 싣고 있는 분야는 초소형모듈원전(MMR)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대부분 소형모듈원전(SMR)에 집중하는 사이 현대엔지니어링은 상대적으로 개척이 덜 이뤄진 MMR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MMR 선점 전략은 모회사인 현대건설이 SMR 시장에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사업 중복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룹 차원에서 건설부문 모회사와 자회사가 소형 원전의 모든 세부 분야를 밀도있게 장악하는 그림을 그린 셈이다.

◇원전 시공경험 없이 설계·기술용역 프로젝트로 승부

현대엔지니어링은 과거 대형 원전 시대에 원자력 발전소를 직접 지어본 경험은 없다. 다만 원전 유관 분야의 경험과 기술은 충분히 누적돼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원자력 사업 히스토리는 1985년 출범한 전담 사업 조직 ‘원자력부’에서 시작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협력을 이어오면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설계용역을 비롯해 네덜란드 오이스터 연구용 원자로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엔지니어링 기업의 본분에 맞게 원전 관련 설계와 기타 연구 용역들을 활발히 수행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원전 시공 경험이 없음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원자력 관련 사업 역사가 선두주자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이유다.

소형원전 시대에 들어서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전략은 방향성이 명확했다. 처음부터 4세대 원전 기술로 꼽히는 MMR 분야를 집중 공략했다. MMR은 SMR의 세부 분야 중 하나다. 300메가와트(MW)급의 발전 용량을 가진 소형 원자로를 SMR(Small Modular Reactor)이라고 한다면 그보다 더 적은 10MW급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는 초소형 원자로가 MMR(Micro Modular Reactor)이다.

MMR은 발전 용량이 작기 때문에 중대 원전사고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 모듈러 설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신속한 시공이 가능하다. 산간 및 사막과 같은 극지나 오지에도 설치할 수 있다. 수요에 따라 원자로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열출력 증가가 가능해 확장성도 높다. 대형 발전시설을 갖추기 어렵지만 전력 수요가 꾸준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시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MMR 설치 구조 [자료=현대엔지니어링]
◇10년전부터 MMR 집중 공략, USNC와 공동전선

현대엔지니어링의 MMR 공략은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2012년 미국 원자력 전문기업인 USNC사와 초고온가스로 설계 및 개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시작이다. 곧이어 2015년에는 USNC와 MMR 개발협력 MOU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첨단 4세대 원전 기술 확보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캐나다 초크리버 MMR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USNC를 주축으로 캐나다 건설회사 PCL, 캐나다 엔지니어링회사 HATCH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주 초크리버 원자력연구소 부지에 고온가스로 기반의 5MW급 MMR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6년 상업 운전 시작이 목표다. 전 세계 4세대 원자로 사업 가운데 가장 상용화가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2029년까지 캐나다, 미국, 폴란드 등지에서 MMR 설계·조달·시공(EPC)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적극적인 투자도 함께 이뤄졌다. USNC와의 더 강도높은 협업을 위해 지난해 8월 3000만달러(약 390억원)의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구체적인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투자 이후 양사간 협업은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MMR 시장의 본격 개화를 준비하면서 내부 조직 재정비도 단행했다. 기존 팀 단위였던 원자력부문을 ‘원자력사업실’로 격상시켰다. 현재 이상일 실장이 이끌고 있다.

MMR 기술확보 및 상업운전 가속화를 비롯해 원전 해체 및 핵주기 사업 등 기타 원전 유관 사업도 원자력사업실로 통합해 추진 중이다. 그동안 누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구 용원자로 및 핵연료제조시설 EPC 수주에도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폴란드 레그니차 경제특별구역 내에 MMR 사업 개발에 대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원전 사업 전략을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양새다. 적어도 MMR 분야에선 국내 건설사 중 상업화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있다. 이 분야 세계 최고기업과의 동맹 전선도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대형 원전에 이어 SMR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선점하고 있는 모회사 현대건설과의 시너지 가능성도 막강하다.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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