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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 K-가전 기술]청호나이스, RO필터 정수기 자부심, '미국'도 러브콜⑪'위생 강점' 탱크형 RO 멤브레인 필터 자체 생산 역량…중장년층 선호 비결

진천(충북)=손현지 기자공개 2023-04-10 13:09:16

[편집자주]

가전업계가 소비 절벽에 부딪혔다.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뚝심 있게 개발해온 '기술' 경쟁력과 오랜 기간 다져온 '제조 공정' 노하우다. 불황 속 고군부투하고 있는 국내 생활가전·보일러 10곳 업체를 선정해 생산현장과 연구개발(R&D) 현장에서의 생생한 노력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청호나이스는 국내 최초로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며 정수기 업계에 한 획을 그었던 회사다. 자체 개발한 증발기구를 바탕으로 정수기는 물만 정수해준다는 선입견을 탈피, 깨끗한 물로 얼음까지 만든 혁신 주자다. 치열한 정수기 경쟁 속에서도 30년 넘게 확고한 시장 점유율을 지켜냈던 비결이다.

얼음 정수기에 가려진 또 하나의 특징은 필터 경쟁력이다. 청호나이스는 탱크형 역삼투압(RO) 멤브레인 정수기 분야에선 입지가 탄탄하다. 자체 필터 제조 역량을 갖춘 덕에 위생 뿐 아니라 차별화된 물맛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국내에선 4~50대 중장년 고객층 선호도가 두터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RO멤브레인은 저수조 정수 방식으로 직수형 정수기에 비해 위생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엔 위생관념이 철저한 미국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보내며 미국향 생산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등 진출 계획도 검토 중이다.
*청호나이스 진천공장 전경. 진천(충북)=손현지 기자

◇국내 최초 얼음정수기 혁신주자로 눈도장

청호나이스의 국내 생산기지인 진천공장은 월평균 2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메인 제품은 정수기다. 총 3층 구조로 이뤄진 진천공장에서 1층은 정수기가 메인 라인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2층은 멀티라인, 3층은 검사라인이다. 정수기라는 한 우물을 판 청호나이스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지난주 청호나이스 진천공장에서 만난 김영생 청호나이스 제조본부장(상무)는 "정수기가 쉬운 제품이 아니다"며 "부품도 많고 공정법도 복잡해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운을 띄웠다. 김 상무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냉장고, 에어컨 등 십수년간 가전제품 개발에 주력해온 인물이다.

*청호나이스 커피머신 얼음정수기 에스프레카페
정수기와 냉장고 둘다 냉매를 이용한 기술 원리는 비슷하지만 차이점은 명확하다. 정수기는 주기적으로 얼음을 생성해야 하는데다가 온수, 냉수 등 다양한 온도의 물도 정수해 빼내야 한다. 단순히 냉기를 계속 불어넣어 공기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장 부품들이나 밸브들의 수도 많고 유로도 복잡하게 설계할 수 밖에 없다.

김 상무를 따라 들어간 쇼룸(Show Room)에서 청호나이스가 31년간 쌓아온 정수기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창립 역사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휘동 회장은 수위조절 센서를 고유화한 모델(CH-FAM)로 정수기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 최초로 미세플라스틱을 걸러주는 기술을 가진 마이크로필터, MCM 등을 자회사로 두며 부품 경쟁력도 갖췄다.

본격적으로 히트를 친 제품은 이과수 얼음정수기다. 청호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핑거타입으로 제빙이 가능한 증발기구(에바포레이터)를 개발해냈다. 손가락 크기의 증발기구에 냉매를 투입해 차가워졌을 때 물을 흘려주면 얼음이 생성되는 원리다. 얼음이 필요할 때 컴프레셔 반대로 돌려 내보낸다.

청호나이스 쇼룸 안쪽에는 정수기 내부를 분해해 에바포레이터 증발기구, 솔밸브 등 부품을 볼 수 있는 구조물이 비치돼 있었다. 김 상무는 구조물에서 에바포레이터 부품을 가리키며 "얼음을 얼리는 기술은 회사마다 상이할 수 있다"며 "청호나이스의 증발기구를 이용한 방식은 정수된 깨끗한 물로 얼음을 얼리는 것이라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 진천공장 쇼룸에 전시된 청호 에스프레 카페 내부 부품 조형물.

쇼룸 벽면을 따라 전시된 청호나이스의 다양한 제품들도 볼 수 있었다. 주력 제품인 탱크형 정수기부터 정수된 물로 커피를 추출하는 '에스프레카페', 공기청정기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커피 얼음정수기는 2014년도부터 시판됐지만 '에스프레 카페'라는 브랜드명을 가지게 된 건 2021년부터다.

◇위생 필터, 중장년층 이어 미국도 러브콜

한쪽 벽면으론 청호나이스의 소재부품 계열사인 마이크로필터, MCM에서 만드는 제품도 소개되고 있었다. 마이크로필터가 만든 산업용 필터도 보였다. 중국에서 수요가 많은 언더싱크도 있었다.

청호나이스 품질팀 관계자는 "동남아권은 찬물을 안 좋아하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냉각기술이 발달한 정수기 수요가 크지 않다"며 "이렇게 언더싱크 공급으로 시장 수요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MCM 제품 중 바닷물을 담수하는 필터, RO 멤브레인 필터, 솔밸브, 유로에 들어가는 튜브 등도 보였다. 이들은 청호나이스 제품에 들어가기도 하고 삼성이나 LG 냉장고 부품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특히 RO필터는 청호 정수기의 물맛을 좌우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트렌드에 따라 직수형 정수기를 개발했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청호가 중시해온 물맛 중심해온 기술력의 중심에는 RO멤브레인 필터가 자리잡고 있다.
*청호나이스 정수기 내 핑거타입 증발기구에서 얼음이 생성되는 모습.
김 상무는 "정수기의 물맛을 결정하는 것은 필터다, 그 중에서도 자체 RO 멤브레인 필터 기술력은 자체 생산 역량을 갖춘, 청호의 자부심"이라며 "청호나이스가 4~50대 중장년층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수기의 종류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세니타 정수기, RO정수기, 직수형 정수기 등이다. 원리는 모두 같지만 필터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청호나이스가 주력하는 정수기는 'RO 멤브레인 필터'를 쓰는 일명 탱크 정수기다. 내부에 내부에 정수를 완료한 물을 저장해두는 큰 탱크(저수조)가 있는 정수기를 말한다.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를 하다보니 정수를 하는 시간은 오래 걸린다. 미리 정수를 해서 저장탱크에 물을 모아두는 개념이다.

장점은 '위생'이다. 여과도가 좋기 때문에 물 속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석회 등을 걸러주는 정수능력이 뛰어나다. 직수 정수기는 물을 출수할 때 바로 수도에서 정수기 내부의 필터를 거치는 방식이다. 탱크가 없기 때문에 폭팩터 크기를 작게 만들 순 있다.

진천공장 한 관계자는 "RO 멤브레인 필터를 일년에 딱 한번 갈았다고 가정했을 때, 내부 구조물을 열어 파이프를 만져보면 뽀득뽀득할 것"이라며 "반면 직수형 필터를 거친 정수기는 일년간 청소를 안할 경우 파이프라인에 이물질이 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위생 관념이 철저한 미국시장에서도 최근 청호표 RO 멤브레인 정수기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다. 동남아, 유럽 등 비중도 늘고 있지만 특히 미국 수출용 출하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 미국은 정수기를 개방형이 아니라 밀폐형으로 구축할 정도로 위생에 민감한 국가라는 점이 청호의 필터 경쟁력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청호나이스 진천공장 제품 품질 검사실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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