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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뉴패러다임]고속·항공과 한솥밥 먹었던 금호타이어, 필연적 기술력③'대체불가능한 크기'로 이룬 아메리칸드림…엑스타로 물꼬, 마제스티로 성장

허인혜 기자공개 2023-06-20 07:12:52

[편집자주]

자동차의 궁극적인 기능이 운송이라는 점을 돌아보면 '타이어'는 차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그만큼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곳이 타이어 업계다. 차량의 전동화·다변화 시대에 발맞춰 국내 타이어 3사의 포트폴리오도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재편되고 있다. 더벨이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전환된 타이어 업계의 뉴 패러다임을 분석하고 각 사별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1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타이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타이어를 최초 개발한 이력이 있다. 2002년 생산한 26~28인치 타이어 '엑스타 STX'다. 히트작의 조건인 희소성은 달성했으나 문제는 가격. 엑스타 STX의 가격은 한 본당 100만원이었다. 당시 일반 타이어 가격의 20배에 달했다. 타이어 4개만 사도 웬만한 소형차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차값에 견주는 타이어는 잘 팔렸을까. 잘 팔렸다. 금호타이어는 STX뿐 아니라 '엑스타' 자체를 초고성능(UHP) 타이어 라인업으로 구축했는데 2000년 50만본이 팔렸던 엑스타 시리즈는 이듬해 90만본으로 2배에 근접하게 판매 규모를 키웠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선호도 1위를 할 만큼 이미지도 좋았다.

고부가가치 타이어가 타이어 기업의 알토란이 되리라는 강력한 힌트였다. 금호타이어는 출시 이듬해 엑스타 시리즈를 전체 타이어종으로 확대해 풀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엑스타 시리즈는 지금도 '마제스티'와 더불어 금호타이어를 받치는 양대산맥이다.
금호타이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고인치(26~28인치) 타이어 엑스타 STX. 사진=금호타이어
◇택시·버스·비행기와 함께 자란 타이어사

금호타이어는 지금은 금호그룹을 떠났지만 금호고속과 마찬가지로 금호의 태초를 닦은 모태다. 그만큼 운송 기업과 함께 자란 역사가 길다. 1960년대부터 타이어를 생산했다.

때문에 금호타이어의 특수 타이어에 대한 열망은 자동차용 타이어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영업용 차량인 택시와 버스가 계열사로 있었고 항공사와도 형제였다. 다양성 면에서는 국내 타이어 업계 중 가장 뛰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이미 필리핀에 항공기용 타이어를 수출했고 트럭용 초광폭타이어도 이 시기 나왔다. 1975년 이미 항공기 타이어를 개발했다.
금호타이어의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용 시스템 타이어 '에어본'. 사진=금호타이어

고부가가치 타이어는 금호타이어의 고객사를 글로벌 영역으로 넓혔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두드린 자신감이 고부가가치 타이어였다.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굴지의 타이어 업체인 미쉐린이나 브릿지스톤, 굿이어와 비교하면 인지도가 희미했지만 대체 불가능한 대형 타이어를 개발하며 선택을 받았다.

2002년 엑스타 STX의 성공으로 미국 내 금호타이어의 점유율은 2%까지 성장한다. 엑스타 STX는 2003년 한 해 만에 미국내 판매율을 80% 이상 끌어올렸다. 다음 제품을 발빠르게 준비한 건 당연한 일이다. 국내에서 최초 개발한 '런플랫'(Run-Flat) 타이어로 다시 한 번 미국 시장을 두드렸다.

런플랫은 주행 중 펑크가 나도 수십, 수백km를 정상속도로 달리게 해주는 기능성 타이어다. 미국 판매 가격은 220달러로 일반 타이어의 두 배였다. 당시 미국의 대표 스포츠카로 불렸던 쉐보레 C5 콜벳이 주로 이 타이어를 썼다.

◇고부가가치 타이어 흥행에 '글로벌 5위'까지 목표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에 UHP 타이어 개발 연구소를 세운 바 있다. 오하이오 주에 2001년 개소한 금호기술연구소다. 영국 버밍햄에도 유럽기술연구소를 세웠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프라운호퍼와 루트링크, 어반어소시에이츠와 성균관대학교 등에 연구 위탁을 맡기고 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은 2~4% 수준이다.

중국에도 텐진에 생산공장을 건립했다. 2005년으로 당시 중국 내수시장 1위를 노린 결정이었다. 텐진 공장은 고부가가치 타이어를 주력 생산했다. 금호타이어는 이후 중국 내수시장 1위에 올랐다.

수출로 자신감을 키우며 글로벌 타이어 기업 5위까지 넘보게 됐다. 당시 박삼구 전 회장이 축사로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두를 자신할 정도였다. 유동성 위기로 금호그룹에서 중국 더블스타 등으로 손바뀜이 이어지며 현재 순위는 18위권이다.

금호타이어가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연구개발이 잠시 주춤했다. 악재는 한꺼번에 터져 2011년 금호타이어의 중국 대량 리콜 사태도 발생한다. 2013년 용인 연구소가 개소되기 전까지는 잠깐 멈춤 상태였다. 2010년 내놓은 프리미엄 타이어 '마제스티 솔루스'가 고품질 타이어의 명맥을 이었다.
2010년 출시한 프리미엄 타이어 '마제스티 솔루스'. 사진=금호타이어

◇'원조 고품질' 엑스타·'금호타이어의 현재' 마제스티

마제스티 시리즈는 금호타이어의 현재 기술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군이다. 2010년 '마제스티 솔루스'가 나오며 시리즈의 첫 발을 뗐다. 금호타이어가 '50년의 기술력을 한 타이어에 넣었다'고 말할 만큼 자신감이 컸던 모델이기도 하다. 승차감, 주행성능, 제동기능, 소음감소 등 당시 가능한 타이어 기술이 집약됐다.

마제스티X와 마제스티9이 바톤을 이어 받았다. 2022년 출시된 마제스티X는 소음저감이 최대 강점이다. 타이어 홈에서 소음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패턴을 재설계했다. 고급세단에 장착되고 있다. 같은 해 출시한 마제스티9 솔루스 TA91도 흡음기술을 대표적인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의 7세대 그랜저의 OE로 선정됐다. 한국타이어의 벤투스와 견줘지는 모델이다.
현대차의 디 올 뉴 그랜저의 OE가 된 마제스티9. 사진=금호타이어

엑스타도 건재하다. 전기차용 엑스타 EV PS71 등이 금호타이어의 간판 타이어다. 10~20만원대로 시작가가 형성돼 있다. 마제스티9과 함께 현대차의 7세대 그랜저에 탑재된다. 기아의 EV6도 엑스타 EV PS71를 장착하고 있다.

또 다른 프리미엄 라인으로 크루젠도 보유하고 있다. 아우디 Q5에 크루젠 프리미엄이 OE로 공급된다. BMW도 중형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 X3에 크루젠 HP91을 끼웠다. 겨울용 타이어인 윈터크래프트도 고기능 타이어로 분류된다.

금호타이어의 레이싱용 타이어 제품은 엑스타가 점령 중이다. 제품군이 10종 이상으로 넓다. 넥센타이어가 3종, 한국타이어도 10여종의 레이싱용 타이어 제품을 판매 중이다. 금호타이어도 고부가가치 타이어를 알리는 방법으로 경주용 차량에 타이어를 주로 지원해 왔다.
레이싱용 타이어 엑스타 S700. 패턴이 없는 형태로 고안됐다. 사진=금호타이어

◇고부가가치 타이어 비중·영업이익 개선 정비례

금호타이어는 2022년 연간 영업이익에서 흑자전환했다. 지난 한해 금호타이어의 실적을 이끈 효자로 고부가가치 타이어가 지목된다.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의 매출 비중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상승해서다. 2020년 34.3%, 2021년 36.0%, 2022년 36.7%다.


올해 1분기도 선방했다. 1분기 매출액은 99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2% 늘었다. 영업이익은 545억원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5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성장세다. 영업이익률도 0.07%에서 5.5%로 뛰었다. 당기순이익은 179억원이다.

고인치 타이어의 비중은 1분기 36.4%로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출 목표도 높였다. 전년 대비 20% 증가한 4조2700억원 어치를 팔겠다는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는 기업설명회(IR)를 통해 고부가가치 타이어 판매량이 매출과 영업이익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아우디 등이 금호타이어의 제품을 신차용 타이어(OE)로 채택하고 있다. 중국의 체리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도 금호타이어의 엑스타 EV PS71을 사용한다. BMW와 벤츠도 금호타이어와 맞손을 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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