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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의료기술 오가노이드 점검]설익은 혁신 vs 미래기술 논쟁 풀 실마리 '규제 완화'①선언적 지원 넘어서면 글로벌 시장 격차 극복도 기대… 현재로선 '전향적 입법'부터

최은수 기자공개 2023-06-29 13:08:38

[편집자주]

정부가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정책에 오가노이드를 포함했다. 이름도 낯선 인체장기 유사체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글로벌에서는 동물실험을 대체하고 지금껏 어려웠던 각종 재생치료에 접목할 최첨단 의료기술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섞인 미성숙 영역이지만 투자와 지원 적기라는 판단이 힘을 받는다. 이제 첫걸음을 뗀 오가노이드에 대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략을 살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7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유사체. 오가노이드(Organoid)가 여타 쟁쟁한 핵심 의료기술을 제치고 업계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정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보호 기본계획'을 통해 오가노이드를 처음 정책 전면에 내세운 결과다.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국가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세계 각국 또한 이제 막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가노이드 관련 규제를 앞다퉈 완화하고 있는 '초기 단계'다. 정부의 오가노이드 지원이 설익은 정도에서 머물지 않는다면 모처럼 빅파마와 격차가 크지 않은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만드리란 기대가 나온다.

◇'장기와 유사한 조직' 오가노이드, 해묵은 부정 인식 딛고 동물실험 대체제 부각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만들어진 유사 장기다. 기능·구조·생리학적 특성이 실제 장기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오가노이드 기반의 재생치료제는 오가노이드를 직접 손상된 조직에 이식해 복구하는 '근원적 치료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기존엔 없던 재생치료제 개념으로 오가노이드가 새로이 각광받는 배경이다.

유사 장기 관련 연구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다.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인간 유전체 분석 역량이 미흡했던 점, 인간의 존엄성을 비롯해 종교·생명윤리 등을 이유로 개발이 늦어졌다. 2010년대 들어 기술력이 올라온 것과 인간의 수명 연장을 위해 벌이는 동물실험에 세계 각지에서 비판 여론이 힘을 받으며 대체재로 떠올랐다.


인식이 급변하면서 관련 규제 완화나 지원도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행보가 포착된다. 정부가 생명공학 종합정책심의회에서 '제4차 생명공학 육성 기본계획'을 의결할 때 오가노이드를 꺼내든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당시 국내에서 주목받던 마이크로바이옴을 비롯한 최신 모달리티(치료기술) 등을 제치고 수면 위로 부각했다.

세부적으로 정부는 첨단 전략기술로 '고품질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를 개발·제조에 적용하는 오가노이드 분화·배양 기술'을 꼽았다.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가노이드를 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한 것이다. 이밖에 동물실험을 대체할 차세대 가상 연구·실험 플랫폼 개발을 지원한다. 특히 오가노이드를 앞세워 바이오 산업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국가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선 갑작스런 오가노이드 부상을 두고 처음엔 기존에 경쟁력 있는 하위섹터가 외면됐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었다"며 "약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미래산업이라는 점, 전 세계적으로 경쟁 가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있은 점을 고려하면 오가노이드의 선정이 무리는 아니란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기술경쟁 앞서가는 美·日… 규제완화+지원 더하며 현실 세계 입성 준비 '잰걸음'

정부의 오가노이드 첨단 전략기술로 지정한 것은 관련 영역에 대한 규제 빗장을 푼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는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오가노이드 개발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와도 일치한다. 제약·바이오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선 이미 규제 완화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의 경우 올해 1월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신약개발 과정에서 오가노이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현대화법)를 만들어 규제 완화를 시작했다. 동물실험 의무를 대신하는 '방법론'을 규정한 셈이다. 세부적으로 △조직 칩 및 미세생리학적 시스템 △컴퓨터 모델링 △바이오프린팅(3D프린터를 통해 만든 생체조직·기관) 기반 시험 방법 등이다.

FDA는 전 세계 신약개발과 관련한 기준(글로벌 스탠더드)을 잡는 핵심 기관이다. FDA가 전임상시험에 오가노이드를 쓰도록 허용하게 되면 전 세계에서도 동물임상을 오가노이드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술 발전과 독성 검증, 유효성 등을 입증하면 언젠가는 오가노이드 만으로도 제약사가 임상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역시 일본은 오가노이드 연구에 일찍이 주목했다. 독성 및 전임상 대체가 아닌 오가노이드를 '실전'에 쓰는 임상 사례도 나왔다. 일본후생성에서 승인이 난 장 오가노이드를 인체에 이식 임상시험은 난치성 질환인 염증성장질환(IBD)을 타깃한다.

국내 업계 또한 모처럼 글로벌 대비 기술 격차가 적은 첨단 영역에서 맞대결을 벌일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 상장사 중에선 앞서 일본 사례를 참고해 IBD 치료제 개발을 노리는 JW중외제약, 플랫폼에서 가능성을 찾는 강스템바이오텍, 3D프린팅 기술로 CRO 시장의 대체재를 만드려는 티앤알바이오팹 등이 손에 꼽힌다.



◇타 섹터 대비 적은 격차… "입법 등 갈길 멀지만 지원 뒷받침되면 해 볼만"

다만 국내 오가노이드 개발사를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면 아직은 갈길이 더 멀어 보인다. 앞서 미국 FDA에선 현대화법으로 명명된 규정을 통과시키며 동물대체시험법 오가노이드의 설 자리를 만들었다. 반면 국내에선 선언적인 지원 계획 외 눈에 띄는 규제 완화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하는지, 재생치료제로 효능이 있는지 등은 모두 '엄정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 과제다. 현재로선 인간 세포에서 나온 만큼 개념적으론 동물 모델보다 인간과 질병 생물학을 더 정확하게 반영할 것이라 예상하는 수준이다. 이를 실제로 활용하기 위한 개념증명(POC) 작업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에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정책방향이 명확하지 않아 상용화를 위한 첫 단추인 법 제정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며 "이는 산업계의 영역이 아닌 만큼 카운터파트인 정부가 명확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법안을 제정하기 위한 효율적인 움직임을 갖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가노이드 상용화를 위해선 앞서 입법과 우수한 효능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 외에도 여전한 숙제가 남아 있다. 추후 인체에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생산 공정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에도 초기 단계인 오가노이드 관련 인프라는 태부족한 상황이다. 생산 과정에서 수율, 상용화 이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자체적으로 갖춰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업계에서 주목을 받은 모달리티 가운데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상용화가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오가노이드를 통한 글로벌 재생치료 분야는 초기 단계이니, 지금이라도 정부 지원이 선언적으로 끝나지 않고 업계의 개발 노력이 더해지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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