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통합 셀트리온]통합 후 첫 실적, 역대 최대 매출? 착시효과 해소는 '아직'상반기까지 판권 등 무형자산 1200억 상각, 바이오시밀러 의존도 심화
최은수 기자공개 2024-05-10 08:38:59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셀트리온이 통합 후 첫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통합 과정에서 불거졌던 착시효과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치의 매출 볼륨을 기록했다는 입장이지만 판권 등 거대 상각 이슈 탓에 수익성은 후퇴했다.이 같은 합병 부담은 상반기 내내 통합법인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만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셀트리온제약 합병 등 여러 변곡점을 지나야하는 만큼 당분간은 통합 그룹의 화려한 쇼케이스보단 조용한 연착륙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출범 후 처음 위협받는 '두자릿수 영업이익률'
셀트리온이 통합 후 처음 공개한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은 7370억원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실적을 '역대 최대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 전인 2023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기 매출을 단순 합산한 값보다는 적다. 양사는 통합 전엔 '관계기업'으로 각각 매출을 인식해 왔다.
이번 실적이 통합과 거버넌스 정비로 거품을 제거한 뒤의 첫 매출인 점을 고려해 '최대치'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핵심 상장사 2곳의 실적으로 단순 계산 시 연간 약 3조원의 매출 볼륨을 만든다. 그룹의 지향점인 빅바이오텍으로 거듭난다는 '진면목'을 시장에 알리는 데는 일단 합격점을 달성했다.
그러나 통합 이후 찾아온 상각 이슈는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3%, 전분기인 2023년 4분기 3826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 규모는 대폭 쪼그라들었다. 10년 넘게 유지해온 두자릿수 영업이익률 기조가 2023년 말 4.8%를 기록하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올해 1분기엔 2%대로 내려앉았다.
셀트리온은 합병에 따른 일시적인 원가율 상승과 기업인수가격배분(PPA)이 반영된 영향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분기별 600억원으로 추정되는 PPA 추이를 고려해도 영업이익 감소세가 심상찮다. 기업 통합을 위해 불가피한 1200억원의 무형자산 상각 이슈는 상반기까지 수익성을 짓누를 수밖에 없다. 하반기 별도의 반등 국면이 없으면 두자릿수 이익률 기대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올해 안에 온전한 통합법인 출범을 위한 또 하나의 키워드가 나온다. 바로 상장법인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하는 이슈다. 그룹 대통합을 천명한 서정진 회장은 이 역시 연내 마무리하겠단 계획이다. 현재로선 통합이라는 대세적 흐름 속에서 내실을 잡기보다 체제와 외연을 꾸리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빅바이오텍 거듭나겠다 계획과 달리 강화된 '바이오시밀러 의존도'
"우리를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아닌 혁신신약을 내놓는 빅바이오텍으로 봐달라"는 서 회장의 외침도 여러 변곡점을 거치기 전엔 선언전 수준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공개한 매출 추이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제외한 영역(Non-biosimilar)이 급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세부적으로 2023년 1분기 1848억원이던 Non-바이오시밀러 영역은 올해 1분기 1000억원을 밑도는 85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비중의 11.6%를 제외한 나머지는 바이오시밀러에서 발생했단 뜻이다.
셀트리온이 밝힌 Non-바이오시밀러 급감 배경 역시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에 따른 기저효과다. 합병 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제공되던 완제의약품(DP) 서비스 매출이 사라진 게 결정적이었단 뜻이다. 요컨대 합병 후 몸풀기로 확인한 셀트리온의 저력은 아직까지 빅바이오텍보단 '바이오시밀러 원툴 기업'에 쏠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간극은 FDA에서 신약 지위를 인정받은 짐펜트라로 메울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가 공개한 짐펜트라의 예상 매출액은 5000억원 이상이다. 계획대로만 되면 앞서 바이오시밀러에 역량이 집중됐단 꼬리표를 떼는 게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셀트리온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기해 함께 공개한 IR 자료엔 짐펜트라의 당기 매출 전망치나 점유율 추이는 기재돼 있지 않다. 미국에서 제조사도매가격(WAC)으로 6181달러를 책정받았으며 하반기부터 처방 가속화를 위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단 정보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셀트리온의 근간을 이룬 램시마·램시마SC를 비롯한 주력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그간의 매출 추이와 세부 점유율 전망치를 함께 기대했다. 짐펜트라는 FDA 신약을 인정받은만큼 성장 기대감은 충분하다. 그러나 여러 변곡점 속에서 신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기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해 출시한 짐펜트라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안착과 기존 제품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뤄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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