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레켐비로 보는 치매 시장]'아두헬름은 잊어라' 전 세계 경쟁사가 예의주시①가격·부작용·아밀로이드β 등 허다한 논란 이기고 첫 '대체불능 근본 치료' 옵션으로

최은수 기자공개 2023-07-17 09:32:34

[편집자주]

2만6000달러의 기적.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아두헬름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를 둔 해외시장의 평가다. 레켐비는 효능과 안전성에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그러나 근본 치료제로서의 위상을 흔들 이슈로는 보기 어렵다. 국내 시장 역시 레켐비를 구심점으로 급변하는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제 막 열린 치매 시장에 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내놓은 '두 번째' 알츠하이머 신약후보물질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은 아밀로이드단백질 타깃 치료제 입지를 단번에 반석 위에 올렸다. 불과 2년 전 레켐비에 앞서 이들이 내놨던 아두헬름은 연착륙에 실패했고, 핵심 기전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무용설'이 득세하던 것과 대조된다.

레켐비 역시 아두헬름과 마찬가지로 가격,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두고 논란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레켐비를 바라보는 시각엔 현재로선 우려보다 기대가 많이 담겼다. 경도 인지장애부터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에까지, 일부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기존에 없던 새 치료 옵션을 제공할 때의 이익에 더 무게가 실린다.

같은 아밀로이드단백질 타깃 치료제인데 '아두헬름은 안 되고 레켐비는 위업을 달성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다만 현재로선 업계의 관심은 이 분석보다 형성 전부터 수십조원을 넘는 규모의 '알츠하이머 근본 치료제 시장' 조성 여부에 쏠린다. 레켐비, 그리고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 경쟁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아두헬름과는 다른 길' 레켐비, 부작용 논란 딛고 정식 출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달 6일(현지시간)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의 정식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올해 1월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은지 약 6개월 만이다. 가속승인 후 약 반 년 간 진행된 임상 결과를 토대로 진행되는 정식승인전환 심사에서 FDA 말초중추신경계의약품자문위원회로부터 만장일치 '전환 권고'를 받았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베타 타깃 항체다. 알츠하이머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될 예정이다. 그간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단백질은 뇌 내 축적되며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대표 원인으로 꼽혔다. 레켐비는 이 단백질이 결합해 응집하는 현상을 막는 기전이다.

레켐비는 위약 대조군 대비 인지개선 효과(그래프 참조)를 임상 3상에서 입증했다. 3상 1차 평가지표는 환자의 인지기능평가점수(CDR-SB)로 삼았다. CDR-SB는 기억력, 문제해결능력, 사회활동능력 등 6개 항목을 평가해 점수가 높을수록(최고 18점) 치매 증상이 심각한 것을 의미한다. 레켐비 투여군과 위약대조군의 CDR-SB 개선 비율 차는 27%였다.

아밀로이드베타 타깃 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ARIA)과 관련해서도 상대적으로 개선된 점을 입증했다. ARIA는 일시적인 뇌 팽창으로 뇌 표면 또는 내부에 출혈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3상에서 확인된 레켐비의 ARIA 발생률은 10%다. 이는 앞서 아두헬름보다 40% 가량 개선된 수치다. 사실 레켐비 또한 발생비율 측면에서 보면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ARIA 이슈, 즉 안전성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다만 FDA는 레켐비의 제품 라벨에 ARIA로 인한 뇌부종 및 관련 부작용 경고문을 부착하라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더불어 여전히 학계에선 레켐비가 타깃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진범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그러나 위원회에선 역시 부작용 우려와 진위 논란보다 레켐비 보급이 주는 효익이 크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연 2만6000달러' 정맥주사, 알츠하이머 근본 치료 시장 격변… 남은 건 '보험적용'
바이오젠·에자이의 두 번째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

레켐비는 정식 출시 전후로부터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전작 아두헬름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차별화된 안전성 대비 효능을 입증한 점, 양사가 아두헬름에 이은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앞서 만장일치 승인 권고를 따낸 레켐비와 달리 아두헬름은 심사 과정에서 적잖은 반대에 직면했었다.

아두헬름은 2021년 FDA 정식 승인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출시 당시엔 알츠하이머 근본치료제에 대한 기대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는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 숱한 안전성 논란으로 미국 현지 메디케어(보험 적용) 등재에도 실패했다. 초기엔 환자가 지게 되는 약값만 연 5만6000달러(한화 약 7000만원)였다. 작년 미국 내 매출은 480만달러(한화 약 61억원)에 그쳤다.

개발사인 에자이는 레켐비의 도매가격(WAC)을 연간 2만6500달러(약 3500만원)로 매겼다. 이는 이미 작년 1월 들어 반토막난 아두헬름의 약값(2만8200달러)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레켐비가 아두헬름을 앞서는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음에도 가격이 저렴하다. 이번에야말로 미국 메디케어에 진입과 시장 연착륙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자이·바이오젠이 레켐비에 앞서 내놓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
레켐비와 아두헬름은 모두 단회 투약(원샷)으로 알츠하이머를 일소하지 못한다. 즉 환자들로선 투약 기간과 시간과 관련해 오랜 부담을 져야 한다. 이로 인해 메디케어(공보험) 영역에 진입하는 것이 연착륙을 위한 당면과제다. 에자이 등은 지난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레켐비 시판 허가를 제출하면서 효율적으로 각국의 공보험 문턱을 넘어서기 위한 조치에 들어섰다.


◇연 100조원 시장은 잊어라? "경쟁사+진단 업체 등장이 판도 바꿀 것"

레켐비가 만개할 때 전망되는 알츠하이머 시장 규모는 2050년 기준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6조원)다. 해당 시장 규모는 여러 글로벌 리서치 업체들이 아두헬름 출시 직후 우후죽순 쏟아낸 100조원 대 시장 전망에 크게 못미친다. 아두헬름이 뼈아픈 실패를 맛본 점이 이같은 보수적 전망치를 내놓은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시장에선 레켐비가 초기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에 효과적으로 듣는 약물인 점에서부터 출발점을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앞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아두헬름의 실패를 레켐비에서 만회하는 것처럼 여러 경쟁사들도 거대화를 목전에 둔 알츠하이머 근본 치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현재로선 레켐비의 유력한 대항마이자 시장 확대를 이끌 트리거로는 릴리의 도나네맙이 꼽힌다. 지난 5월 도나네맙의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 대상 임상 3상(TRAILBLAZER-ALZ 2)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능력과 일상생활 능력 감소는 35% 늦추고, 질환의 다음 단계 진행 위험은 39% 낮췄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역시 레켐비와 같은 계열의 부작용인 ARIA가 발현된 것은 넘어야 할 산이다. 릴리는 도나네맙 임상 3상에서 뇌출혈을 동반한 관련 부작용(ARIA-H)은 31.4%, 임상 중 ARIA 이슈로 3명이 사망한 사례를 보고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지금껏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둔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모두 '경증 또는 초기 환자'를 타깃한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로선 전망하기 어려운 미증유의 조기 진단 시장의 확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레켐비가 연착륙할 경우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 이후 숱한 부대 산업을 배태한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토르'로 잘 알려진 크리스 헴즈워스가 APOE4 유전자를 보유해 남들보다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8배 높은 점을 우려하며 배우 활동을 접은 것이 좋은 예"라며 "과거와 달리 조기 알츠하이머 및 경도인지장애를 조기 진단 기술이 좋아져 예상을 넘어 시장이 커질 요인이 많은데 그 개척의 선봉에 레켐비가 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