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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현장 in]연구소에 농장이? 삼진제약의 파격 실험②마곡 연구센터, 최첨단 시설에 연구원 중심 디자인…성과도 속속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01 12:50:56

[편집자주]

신약 그리고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현장'이 있다. 연구소이기도 하고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기지 건립'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가 핵심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래가 달린 '현장'을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7일 11: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진제약 연구원은 누구나 신약개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직위나 직책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신약 연구개발(R&D) 과제를 주도하도록 자율성과 독립성을 부여한 덕분이다. 2021년 마곡 연구센터로 확장 이전하면서 생긴 변화다.

삼진제약은 이곳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복제의약품(제네릭)이 아닌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삼진제약의 R&D 전초기지, 마곡 연구센터를 방문했다.

◇국내 최대 규모 '스마트팜'에 드러난 혁신 DNA

연구센터가 새롭게 둥지를 튼 마곡산업단지는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이 모여 있는 곳이다. LG화학 마곡 R&D 캠퍼스,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한독 퓨쳐 콤플렉스, 제넥신 마곡 바이오 이노베이션 파크 등이 위치했다.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삼진제약 입장에선 최적의 환경이다.

이수민 연구센터장은 "마곡 바이오 클러스터 안에 있는 주변 기업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연구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연구센터의 장점"이라며 "무엇보다 신약개발의 핵심인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입지적 조건을 갖췄다"고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실내 정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높이 13m, 국내 최대 규모의 수직형 농장 '스마트팜'이다. 각 다단이 회전하면서 빛, 온도, 습도 등을 조절해 채소가 자라도록 돕는다. 이렇게 재배한 채소는 매주 직원이 따 먹는다. 뿌리째 수확해 집에서도 서너 번 먹을 수 있다.

직원에게 건강한 음식과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나아가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로도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 연구소는 딱딱한 곳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함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연구센터만이 할 수 있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는 "스마트팜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약의 근원이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原)을 의미한다"면서 "유기농 채소인 만큼 훨씬 맛있고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다"고 했다.

◇신약개발 '전주기' 역량 확보…연구원 중심 디자인 강점

이 센터장이 내세우는 연구센터 경쟁력은 신약개발 전주기를 아우르는 인적·물적 자원을 완비했다는 점이다.

우선 기존 판교중앙연구소와 본사 내 임상 및 개발 인력을 한 데 응집시켰다. 이로써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임상, 허가 등 최종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현재 박사 14명, 석사 57명 등 80여 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 중이다.


R&D에만 몰두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했다. 분석연구실(4층), 제제연구실(5층), 약리독성연구실(6층), 연구개발실·연구기획실(7층), 의약합성연구실(8층)으로 구성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물질 디자인 및 합성, 전임상 등 신약개발 관련 작업을 모두 진행할 수 있다.

지하에는 무균 실험동물(SPF) 실험실도 신설했다. 약 500마리 마우스와 약 280여마리 랫트 등을 사육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중추신경계열(CNS) 신약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CNS 신약은 약물의 뇌 작용 기전을 밝히는 게 핵심으로, 최첨단 시설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도 연구센터의 장점으로 꼽힌다. 연구원이 사무실과 각 연구실험실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또 R&D를 할 땐 햇빛을 차단하는 게 중요한데, 부풀어 오른 커튼 형식의 패널을 이용해 빛을 차단하면서도 바깥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게 고안했다.


곳곳에 개방된 업무 공간과 쉼터를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각 연구원이 원하는 장소를 선택해 일할 수 있다. 화상 회의나 토론을 위한 공간 외에도 헬스장, 테라스 등을 설치했다. 실제 연구원들이 여러 공간을 넘나들며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용 공간도 자유롭게 이용하는 분위기였다.

이 센터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3층 테라스라고 했다. 그는 "신약개발은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회의도 자주 하고 업무상 푸쉬(압박)가 많다"며 "하루 종일 리뷰하면 힘든 순간이 많은데 테라스에서 바람을 쐬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젊은 삼진' 탈바꿈 후 신약개발 속도 UP

연구센터 이전 후 사내 문화는 물론 업무 수행 방식까지 바뀌고 있다는 게 삼진제약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이 센터장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연구원 개개인에게 자율성과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다.

시니어급 '팀장'이 주축이 돼 과제를 이끈 과거와 달리, 이곳에선 직위나 직책에 상관없이 연구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로이 기안해 과제를 주도할 수 있다. 각자가 신약개발 주인공이 될 기회를 열어 준 셈이다.

이 센터장은 "현재 연구센터에서 진행 중인 과제의 책임자는 선임부터 수석까지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면서 "일반 회사에 비유하면 주임부터 부장까지 모두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발제하는 모든 과제가 정식 과제로 채택되진 않는다. 연구소 내 전문가 집단이 소규모 회의체를 열고 각 과제를 심사한 뒤 단계별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변화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일 년 동안 발굴한 초기과제만 15개다. 올해 들어 두 건의 특허를 출원한 데 이어 세 건의 정부과제를 수주했다. 지난 10년간 삼진제약이 취득한 특허가 네 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그는 "전문가 심의를 통과한 과제가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작년 초 시작된 탐색(discovery) 단계 과제에서도 속속 초기 후보물질을 도출 중"이라고 했다.

◇효율화 전략으로 조기 L/O 타진…글로벌신약 개발한다

글로벌로 시선을 향한 삼진제약이 추구하는 신약 R&D 전략은 '신속 의사결정 모델'(Quick Win Fast Fail)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에 집중하고 가능성이 낮은 후보물질은 빠르게 포기하는 것으로,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도 많이 활용하는 전략이다.

Quick Win Fast Fail 전략의 핵심은 다양한 초기 파이프라인 구축이다. 이후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조기 기술수출(L/O)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파이프라인 보강을 위해 선택한 게 오픈이노베이션이다. 협업 중인 국내외 바이오텍만 8곳이 넘는다.

현재 신약 파이프라인은 총 19개. 대부분 후보물질 탐색 단계지만, 삼진제약이 거는 기대는 크다. Quick Win Fast Fail을 활용하면 각 개발 단계에 적절한 개수 과제가 포진한 건강한 파이프라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파이프라인 가운데 내부적으로 가장 기대를 거는 파이프라인은 항체약물결합체(ADC) 기술을 접목한 스팅(STING) 작용제(agonist)다. 스팅은 선천면역반응 활성화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머크(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낮은 반응률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ADC 기술을 적용해 표적 특이성을 높이는 연구를 지속 중이다.

이 센터장은 "식상하지만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게 꿈"이라며 "이 꿈을 위해 이직을 결정했고 이를 위해 단기부터 장기까지 플랜을 세워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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