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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엔진 전쟁]한화그룹은 왜, 지금 HSD엔진을 샀을까③첫 도전부터 핵심부품-건조 수직구조…슈퍼 호황까지 기대감

허인혜 기자공개 2023-08-24 11:29:23

[편집자주]

선박엔진 산업은 국산끼리의 경쟁이 곧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분야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어서다. HD현대가 '원톱'으로, 중견 3사를 더해 4곳의 기업이 경쟁해 왔던 국산 선박엔진 시장에 최근 변화가 감지된다. 또 다른 대기업 한화의 등장 때문이다. HD현대와 한화가 엔진 전쟁으로 맞붙으면서 조선업계 빅3에도 파동이 예상된다. 더벨이 조선3사의 선박엔진 히스토리와 경쟁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1일 1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은 거침없는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사들인 기업 중에서는 운도 때도 잘 맞은 복덩이들이 많았다. 최근 한화그룹이 품에 안은 기업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외에 또 있다. HSD엔진이다.

HSD엔진은 줄곧 대기업 산하에 있었지만 울타리 안팎에서 부침이 많았던 곳이다. 두산과 삼성, 대우 등 당대 내로라하는 기업은 다 거쳤다. 그만큼 손바뀜도 잦았다는 의미다. 이제는 한화그룹의 가족이 됐다.

◇M&A, 운 좋았지만 우연은 없었던 한화

한화그룹의 대항해는 오래 준비했지만 이제 닻을 올렸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처음 도전한 해인 2008년부터만 세어도 15년의 세월이다. 그렇게 출항한 한화오션이니 출범의 뱃고동도 컸다. 한화오션은 출발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승계 지렛대로 평가 받았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비슷한 시기 추진한 것이 엔진사업 확보다.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며 한화그룹은 STX중공업 인수를 검토했었다. STX중공업은 HD현대도 눈독을 들이다 인수까지 이어졌는데, 두 기업 모두 실사까지 진행할 만큼 실제 인수 의지가 뚜렷했다.


한화그룹은 다른 선택을 했다. 올해 2월 한화임팩트를 통해 HSD엔진을 사들였다. 최대주주인 인화정공 지분을 사들였는데 33%을 매수하는 데 2269억원을 들였다. 이 자금은 STX중공업 인수전을 두고 거론되던 금액보다 약 3배가량 많았다. 실제로 HD현대가 STX중공업을 사는 데 들인 돈은 813억원이다.

기업간 인수에 계산 없는 우연은 없다. 여러 번의 M&A를 거친 한화도 철저한 계산 속에 사세를 불렸다. 당연히 한화오션과 HSD엔진도 마찬가지다. 조선사와 선박 건조에 가장 중요한 부품 생산 선박엔진 회사를 사들이는 건 시너지를 노렸기 때문이고, 그 시기가 지금인 것도 모두 이유가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도 두 가지를 물을 수 있다. 한화그룹은 왜 STX중공업보다 더 비싼 HSD엔진을 샀을까. 또 왜 지금일까.

◇'건조-엔진' 한바구니에…'주 고객' 삼성重도 챙겼다

HSD엔진의 사명은 세 대기업의 앞글자를 따 지었다. 이유는 탄생 비화에 있다. HSD엔진은 본래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에서 출발했다. 1983년부터 외환위기 전까지 사세를 유지했지만 IMF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정부가 '빅딜'을 추진했고 삼성중공업과 한국중공업의 선박용 엔진을 합해 HSD엔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H는 한국, S는 삼성이었고 D는 대우다. 대우중공업이 지분 참여를 희망하며 약 17%의 지분 주인이 됐기 때문이다.

2005년 브랜드 강화에 나선 두산이 51% 지분을 유지했던 HSD엔진의 이름을 두산엔진으로 바꿨다. 두산그룹이 2018년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두산엔진을 사모펀드에 팔았고, 두산엔진의 이름은 다시 처음인 HSD엔진으로 돌아갔다. 2021년 선박엔진 부품사인 인화정공이 지분을 다시 사들이며 새 주인이 됐다가 이제 한화그룹의 산하로 들어왔다. 본래 사명이 다른 대기업들의 이니셜을 따 지었으니 이름표도 바꿔달 것으로 보인다.


손바뀜만큼 한솥밥을 먹은 조선사가 많았지만 한화오션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도 한화그룹이 HSD엔진을 사들인 건 우선 매출처의 비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HSD엔진은 국내 조선사의 매출 비중이 뚜렷하게 높은 곳이다. 특히 한화오션과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의 비중이 약 50%에 가깝다. 경쟁사인 STX중공업은 중국 시아멘시앙유(Xiamen Xiangyu)가 가장 높은 비중(17.05%)을 차지한다.

HSD엔진은 올해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이 27.1%, 한화오션이 19.9%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도 인수 전 대우조선해양의 비중이 22.6%, 삼성중공업이 22.1%를 차지했다. 삼성중공업은 HSD엔진과 선박엔진 개발 MOU도 체결한 바 있다. HSD엔진 인수는 곧 한화오션과 선박엔진 시너지는 물론 3대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의 미래 엔진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길이 된다는 뜻이다.

한화오션은 STX중공업에게도 꽤 중요한 고객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한화오션의 비중이 14%를 넘는다. 한화그룹은 앞서 말했듯 STX중공업 인수도 검토한 바 있다. 다만 실제 매출액을 따져보면 HSD엔진을 사들일 이유가 더 크다. 상반기 HSD엔진이 한화오션으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약 772억원, STX중공업은 144억원 수준이다. 중소형 선박엔진이 주 제품인 영향으로 보인다.

이 포트폴리오도 한화그룹이 STX중공업이 아닌 HSD엔진을 사들인 이유 중 하나다. HD현대는 이미 자체 엔진사업부에서 대형선박 엔진을 생산한다. STX중공업 인수는 포트폴리오 확대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선박엔진 사업을 이제 시작하는 한화그룹으로서는 선박 건조의 수직계열화를 이루려면 우선 중대형 선박엔진 사업체를 사들여야 했다.

◇왜 지금인가…슈퍼 호황·특수선 대격돌

한화그룹에게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숙원사업이었다. '왜 지금인가'를 묻자면 '늘 노렸다'는 답이 나오겠지만, 그럼에도 이번 인수는 타이밍이 좋았다.

한화그룹으로서는 대우조선해양으로 처음 조선사업에 진출하는 셈이지만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조선업력이 짧지 않다. 빠르게 옛 대우조선해양의 위치를 점하기에는 지금이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다. 선박의 심장으로 불리는 선박엔진 기업 인수 시너지가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엔진사업체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는 선박 납기일과 가격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선 근간인 조선업이 아주 오랜만에 호황기를 맞았다. '슈퍼 호황'이라는 말까지 붙을 정도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조선업의 슈퍼 사이클 시기로 불리는 2007년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세계 평균 선박 건조가격을 100이라고 본다면 최근 신조선가 지수는 170을 넘겼다.

이중에서도 국내 조선사의 선전이 눈에 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7월 글로벌 선박 수주의 44%를 국내 조선사가 따냈다.

조선 3사의 수주목표치 달성률만 봐도 답이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달 이미 96.9%를 채웠다. 삼성중공업도 66%를 기록했고, 상반기 인수를 거치며 사실상 수주 확보가 어려웠던 한화오션도 약 22%를 채우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6월 MADEX 2023의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특수선사업부장 이용욱 부사장으로부터 KDDX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특수선과 친환경 엔진 선박 등 조선업계가 전례없는 경쟁을 치르고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한다.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최근 울산함 수주전을 포함해 방위사업청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수주전에 참전 중이다.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의 전체 사업규모만 7조8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치러진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건조사업 사업에서는 한화오션이 승리했다. 8000억원 규모로 한화오션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배치2 사업은 절반씩 따냈지만 배치3 사업은 이번 수주 전까지 한 척의 배도 따내지 못했었다. 한화오션의 전체 매출에서 방위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으로 다른 조선사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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