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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의료 플랫폼 넘어 바이오마커 신약 도전 2000억 유증 실탄, R&D 강화·CVC 설립 등에 활용…주가도 고공행진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29 09:27:18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루닛이 퀀텀점프를 예고했다.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 기업에서 의료 AI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AI를 통해 발굴한 바이오마커로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한다. 주요 경영진이 배정주식 전량을 청약하면서 성장 자신감을 피력했다. 주주 친화 정책 일환으로 유상증자 직후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점도 눈에 띈다. 바이오 업계에선 루닛이 기술특례 상장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솔루션 기업→의료플랫폼 도약, 바이오마커 신약도 개발

루닛은 24일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담은 '비전 2030'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서범석 대표는 "AI 솔루션 개발 사업에 이어 AI 기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사업에 새롭게 진출할 것"이라며 "10년 뒤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루닛이 발표한 향후 10년 성장 전략은 △의료 데이터 통합 관리 AI 플랫폼 구축 △암 정밀진단 차세대 신제품 개발 △모든 종류 항암제 대상 바이오마커 개발 등이다.

우선 AI를 기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서 대표는 "AI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데이터가 없다면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AI 기반 대규모 플랫폼을 통해 암과 관련한 모든 종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다시 고성능 AI 기술을 만드는 데 쓰겠다"고 했다.

플랫폼을 구축하면 사업 영역도 한층 다각화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단순히 AI 제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 자체만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진다"면서 "전체 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신제품 개발에도 나선다. 자율형 AI와 전신 MRI가 대표적이다. 서 대표는 "자율형 AI 제품은 스스로 AI가 정보를 분석하고 진단해 환자한테까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앞으로 AI 판독 정확도가 100%에 가까워 자율형 AI가 독립적으로 영상을 판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신 MRI는 하나의 의료 영상으로 온몸에 존재하는 모든 암을 검진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는 "현재 암 검진은 다섯 가지 암 위주인데 모든 암종을 하나의 검사로 커버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드는 게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전신 MRI는 기존 영상 진단 방식보다 검출률이 높고 방사선 노출 위험도 없어 차세대 암 검진 솔루션으로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활용도 역시 지속해서 확장한다. 기존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항암 백신 등 차세대 치료제 바이오마커로도 개발 범위를 넓힌다는 설명이다. 또 다양한 분석법을 적용해 최적의 암 치료를 위한 다중체학(멀티오믹스) 바이오마커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겠단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서 대표 "이미징이든 유전체 분석이든 다양한 데이터를 모두 혼합해 좋은 바이오마커를 찾는 걸 방향성으로 잡았다"면서 "대부분 신약 개발 기업이 치료제를 먼저 개발하고 바이오마커를 찾는 방식이라면 루닛은 바이오마커를 먼저 찾고 이를 기반으로 약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라고 했다.

관련 연구도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해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그는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3분기부턴 협업 중인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로부터 연구용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해외 의료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M&A 매물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00억' 유증 직후 무증…'성장·주가' 다 잡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탄도 확보한다. 앞서 23일 이사회를 열고 2018억7200만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의했다. 신주 185만7150주를 주당 10만8700원에 발행할 예정이다. 기존 주주에겐 주당 0.14999995주를 배정한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실시하는 유상증자인 만큼 주요 경영진이 배정주식 전량을 청약한다. 최대주주 백승욱 이사회 의장과 서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유상증자 배정비율에 100% 참여하기로 했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도 같이 내놨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악재로 인식된다. 유통 물량이 많아져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탓이다. 주가보다 할인한 가격으로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만 노린 투자자가 유상증자 권리락에 주식을 대거 팔면 추가로 수급적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유상증자 직후 1:1 무상증자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무상증자는 대가 없이 기존 주주에게 주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자본 여력이 있는 기업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선 이를 긍정적으로 인식, 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루닛 측은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발행하는 신주도 자동으로 무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고 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루닛이 기술특례 상장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상장 당시 제시한 매출 추정치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64억원을 기록, 작년 한 해 매출을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했다. 여기에 기업설명회(IR)도 꾸준히 개최하며 투자자 소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에 힘입어 주가도 우상향하고 있다. 24일 종가 기준 주가(15만5600원)는 공모가(3만원)의 6배를 웃돈다. 큰 기대를 모으며 증시에 데뷔했던 대부분 기술특례 상장 기업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번에 제시한 청사진이 완성될 경우 주가 상승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백 의장은 루닛 주가를 애플 주가에 비유하기도 했다. 백 의장은 "애플도 초기 10년은 12개 정도 제품을 만드는 데 썼고 당시 주가는 지금의 주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면서 "루닛도 창립 10년 차지만 아직 극초기 시기로 보고 있고 애플의 성장 타임테이블이 루닛이 생각하는 성장 속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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