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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 그린랩스 투자금 350억 '전액 손상' 투자 1년반만에 장부가 0원 설정, 회생 기대감 낮은 듯

김경태 기자공개 2023-09-01 09:13:1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0일 09: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스퀘어가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 그린랩스(Greenlabs)에 투자한 350억원을 장부상 손실로 인식했다. 그린랩스는 기업가치(EV)가 8000억원에 달해 예비유니콘으로 기대감을 키웠던 곳이다. SK스퀘어도 향후 성장 가능성에 베팅했지만 그린랩스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어려움에 처하자 결국 투자액의 장부가를 0원으로 설정했다.

그린랩스는 기존 투자사였던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5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아 회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린랩스의 전략적투자자(SI)와의 소통 부재와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SK스퀘어, 그린랩스 350억 투자…장부가 '0원' 설정

SK스퀘어는 2021년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로 설립된 투자전문회사다. SK스퀘어는 출범하자마자 다양한 ICT 기업에 투자에 나섰는데 그중 하나가 그린랩스였다. 그린랩스는 애그테크 스타트업으로 촉망받았고 다양한 SI와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을 흡수했다.

SK스퀘어는 그린랩스가 추진하는 17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 라운드에 참여했다. 2021년 12월과 이듬해 초까지 총 350억원을 투자했다. 시리즈C의 최대 투자자는 BRV로 1000억원을 책임졌다. 스카이레이크는 SK스퀘어와 동일한 35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SK스퀘어는 투자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릴 정도로 그린랩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린랩스 투자로 국내 농업을 디지털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업계 선도 플랫폼 기업에 선제 투자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투자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상황이 급변하고 국내 경제도 영향을 받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작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 연준(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복합 변수로 국내에서도 투심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호황을 누렸던 스타트업 업계는 EV 조정이 이뤄졌다. 플랫폼 스타트업의 경우 '계획된 적자' 전략을 구사하면서 외형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업황이 악화되면서 자체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린랩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올 초부터 미수채권 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생기면서 경영난이 시작됐다. 그린랩스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기존 투자사들에 추가 투자를 요청했고 공동대표 3명 중 2명이 물러나기도 했다.

기존 투자사 중 BRV와 스카이레이크가 2차례에 걸쳐 총 5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주주 간에 논의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 BRV와 스카이레이크의 추가 투자 방안이 관철됐다. BRV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본격적인 효율화 작업이 추진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SK스퀘어는 올 상반기말 그린랩스 투자액의 장부가를 0원으로 설정했다. 그린랩스에 야심차게 투자한 지 1년 반만의 일이다. 통상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법인의 지분가치가 손상되면 장부가액과 회수가능가액의 차이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하고 금융비용으로 처리한다. 그린랩스는 SK스퀘어의 올 상반기 손익계산서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었던 셈이다.


◇BRV·스카이레이크 구원투수 등장, SK스퀘어와 의견 대립 겪기도

SK스퀘어가 그린랩스의 장부가를 0원으로 변경한 것은 엄밀히 보면 현실화된 손실은 아니다. SK스퀘어는 아직 그린랩스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일단 장부상의 금액을 0원으로 처리했지만 그린랩스가 다시 반전을 이뤄 성장하는 경우 지분가치 증가를 적절하게 산정해 반영할 수 있다.

다만 장부가를 전액 감액한 조치 자체가 그린랩스의 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장부가를 바꾼 시기도 SK스퀘어가 향후 그린랩스의 반전을 회의적으로 본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BRV와 스카이레이크는 그린랩스에 각각 300억원, 250억원씩 총 5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우선 올 3월 250억원을 투자하고 상황을 봐서 나머지 금액도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6월까지 2차 추가 투자도 완료됐다는 전언이다.

새로운 자금 500억원이 수혈돼 회생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볼만한 상황이지만 SK스퀘어는 장부가 전액을 털어낸 셈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FI와 SI간의 소통 부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추가 투자를 논의하던 당시 BRV와 SK스퀘어는 의견 대립을 겪기도 했다.

그린랩스에 투자한 SI에 밝은 관계자는 "BRV가 그린랩스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기존 주주들에는 경영 상황에 관한 내용이 잘 공유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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