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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은 지금]'지배력 핵심' 재단 차지한 창업주, 2세는 '경영수업 중'③법정관리에 물러난 김을영 이사장, 협력사들 통해 승계 밑그림

신상윤 기자공개 2023-10-06 07:47:34

[편집자주]

대구에 기반을 둔 건설사 '서한'이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20년을 넘겼다. 사업장도 대구를 넘어 전국 단위로 넓히면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올해는 자산총액이 1조원을 넘으면서 외형 성장에 불이 붙었다. 50년 넘게 건설산업 외길을 걸은 서한의 미래를 현재 상황을 통해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구 건설사 '서한'은 법정관리 졸업 당시 협력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의 재원 덕에 정상화에 성공했다. 20년이 지나 컨소시엄은 사라졌지만 서한의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주요 주주들은 여전히 대왕레미콘 등 주요 협력사들이다.

법정관리 졸업과 맞물려 전면에 섰던 조종수 대표가 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전문경영인(CEO)의 성격이 짙다. 실질적 오너는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2개의 공익재단 뒤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을영 이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울러 그의 아들 김병준 전무는 서한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재도약 견인 조종수 회장, 살림살이 맡은 정우필 대표 '전문경영만'

코스닥 상장사 서한은 올해 창립 53년을 맞은 중견 건설사다. 자산 규모는 1조원대, 연간 매출액은 7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올해 수주금액 목표치는 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를 상향 조정했다. 올해 상반기까진 성장세가 뒷걸음질 했지만 전방 건설산업 침체기 속에서도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정관리를 졸업했던 2003년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해 서한의 자산 규모는 600억원대였으며 매출액은 443억원에 그쳤다. 20년 사이 외형이나 체력이 1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발표한 '2023년도 종합건설사업자 시공능력평가'에서도 토목건축공사업 48위를 기록하는 등 7년 연속 5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법정관리에 내몰렸던 서한의 재도약은 조종수 회장이 견인했다. 1952년생인 그는 법정관리 전 서한의 수주담당 이사로 재직했다. 서한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김을영 창업주 등 대부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2021년 회장직엔 올랐지만 오너십을 가지진 않았다. 보유 중인 서한 주식은 지분율로 2%대 초반에 그친다. 재직 기간이 40년에 가까운 조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서한을 중견 건설사 반열에 올려놓은 역할을 했던 셈이다.

살림살이는 다른 인물이 맡았다. 조 회장이 대외 활동 전면에 나섰다면 20년 넘게 손발을 맞춘 정우필 대표(사장)가 살림살이와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이처럼 법정관리 후 20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오면서 서한의 지배구조는 다소 독특하게 유지되고 있다. '대왕레미콘'이라는 협력사가 2.15% 지분율을 가진채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왕레미콘과 함께 이용주 대표(2.54%)와 관계사 대한실업(1.79%) 등이 11.26% 지분율을 수년째 유지하며 지배구조 큰 축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서한이 법정관리를 받던 시기에 지역 기업들의 출자로 정상화 재원을 마련한 데서 기인한다. 서한은 2002년 9월 협력업체 연합컨소시엄과 인수계약을 체결하며 회생계획을 인가받았다.

이듬해 1월 대구상공인컨소시엄이 컨소시엄이 보유했던 지분을 넘겨받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지역 기업들이 힘을 보탰다. 대구상공인컨소시엄의 경우 당시 대구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을 맡았던 권성기 회장이 지배하는 '태왕' 등이 출자해 꾸려진 곳이다.


다만 권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진 않았다. 실제로 태왕이 서한의 최대주주였던 2007년 4월까지 조 회장도 대표로서 자리를 지켰다. 그 사이 김을영 창업주는 서한 이사회에 복귀해 의장직까지 맡으며 사실상 지배력을 손에 쥐었다. 그가 이사회에 복귀한 시점은 법정관리 졸업 한달 뒤인 2003년 4월이다.

이후에도 서한의 지배력은 협력체들 몫이 견고했다. 현재 최대주주인 대왕레미콘은 대구에 기반을 둔 레미콘 전문기업이다. 2006년을 기점으로 장내에서 서한의 지분을 사들였다. 이듬해 4월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한 대왕레미콘은 한동안 주식을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유했다. 2011년 7월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했으나 이사 선임 등의 노력을 기울인 적은 없었다.

◇서한·제산장학문화재단이 실질적 '최대주주' 지위, 김을영 이사장 '영향력' 공고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서한의 지배구조에서 핵심 축을 차지하고 있는 공익재단들이다. 서한장학문화재단(9.85%)과 제산장학문화재단(8.33%)은 18.18%의 지분율을 가진 주요 주주다. 공익재단 2곳의 지분율을 더하면 대왕레미콘이 특수관계인과 함께 보유한 지분율(11.26%)을 넘어서는 규모다.

특히 서한장학문화재단의 경우 김을영 창업주가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어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제산장학문화재단도 서한의 최대주주였던 태왕이 주식과 현금 등을 출연한 곳으로 든든한 우군으로 풀이된다. 이에 공익재단 이면에 서한의 실질적 지배구조가 숨어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작 최대주주가 실질적 지배력과 무관해 보이는 탓에 이사회 운영이 자칫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는 '오판'도 간혹 나온다. 특히 김을영 창업주의 경우 법정관리 후 최근까지 이사회 의장으로 6회 연속 연임을 했으나 대외적으로는 최대주주와 관계가 없어 마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양상이 내부에 숨겨져 있는 셈이다. 공익재단을 장악한 인물이 곧 서한을 지배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를 차지하고 있는 건 창업주 김 이사장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창업주의 2세인 김병준 전무가 서한에서 총괄본부장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총괄본부장은 대표와 본부장들 사이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자리다. 등기 임원은 아니지만 사내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결재 라인이 총괄본부장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전반적인 사내 업무를 이해하기에 수월할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무의 부친 김 회장이 1939년 7월생으로 만 86세의 고령인 만큼 서한의 차기 오너십을 차지할 것으로 풀이된다.

서한 관계자는 "기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공익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안다"며 "김병준 전무는 총괄본부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왕레미콘은 우호 주주로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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