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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세미콘은 지금]김남석 대표 "문화개선 통해 글로벌 OSAT로 진화"②취임 후 대대적 환경개선 통해 비전 공유, 불황 불구 공격적 투자도 집행

조영갑 기자공개 2023-10-19 08:22:40

[편집자주]

올해 D램 재고 이슈로 거대 IDM을 비롯, 하위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OSAT(후공정외주가공) 업체들 역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엘비세미콘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엘비세미콘은 내년부터 도래할 반도체 업사이클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어느 OSAT 업체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원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후공정 업계의 리딩 컴퍼니 중 하나인 엘비세미콘의 궤적을 따라가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7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처음에 부임해서 왔을 때 어두컴컴한 조명에 회사 인테리어도 어수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이것부터 고치자는 생각으로 대대적으로 회사 분위기 개선부터 나섰습니다."

지난 5일 경기도 평택시 엘비세미콘 본사를 찾았을 때 김남석 대표(사진)는 회사 로비의 카페와 엘비세미콘 후공정 전시관을 안내하면서 "대표이사 부임 후 회사의 문화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금속공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96년 삼성전자 패키징개발팀에 입사해 15년을 근무, 수석연구원을 지냈으며 이어 SK하이닉스로 옮겨 10년을 근무, 전무이사를 지냈다. 패키징 후공정을 비롯해 반도체 공정의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국제 반도체 업계, 학회 등에서도 폭 넓은 네트워킹을 자랑한다.

김 대표가 취임 직후 대대적으로 회사 분위기를 개선하고, 올해 반도체 불황에도 오히려 투자를 늘린 까닭은 구성원 간의 소통이 강화되고, 궁극적으로 임직원이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선언적 활동이다. 김 대표는 "조직 구성원들이 중견기업을 대기업 이직의 디딤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출근하는 게 행복한 회사, 친구들에게 입사를 권유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제조업 섹터 특유의 하드(hard)한 분위기를 소프트(soft)하게 개선해 조직원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것이 가시적인 성과로 도출되면 이를 조직원들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조명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회의실 및 업무 공간의 인테리어를 바꾼 것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첫 단추다.

김 대표는 "30년 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꿈이 있었는데, 내 인생의 마지막 커리어는 중견기업의 CEO로서 그 회사를 훌륭한 회사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었다"면서 "엘비세미콘 대표로 부임한 뒤 엘비세미콘을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 첫 시작이 전반적인 환경개선이었다"고 말했다.


기업문화 분야의 최고 석학 중 한명인 에드거 샤인(Edgar Schein)은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경영자가 조직문화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분위기, 업무방식, 구성원 행동 등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 내면에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이 깊게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 역시 단순히 환경개선을 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엘비세미콘이 국내 톱티어 OSAT(후공정외주가공업체)를 넘어 대만 ASE 처럼 글로벌 OSAT로 발전해야 한다는 비전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대만 ASE는 애플의 최대 고객사로 OSAT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비메모리 패키징, 테스트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엘비세미콘 역시 내년 하반기부터 도래할 반도체 업사이클에 대비, 지난해와 올해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면서 밀물을 기다리고 있다. 안성 신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엘비세미콘은 2021년 하반기 955억원을 들여 안성에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공장을 구축하는 등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다. DDI(Display Driver IC) 범핑 분야에 집중된 매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 글로벌 고객사의 비메모리 테스트 물량을 신규로 흡수하기 위한 승부수다.

김 대표는 "2025년 상반기를 지나면 우리의 캐파가 부족하게 된다"면서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시설, 건물, 장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데 대해 내부에서 이견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때 투자를 하지 않으면 호황기가 도래했을 때 치고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년 하반기를 반도체 업사이클 도래기로 설정하고, 신규 투자 및 원가혁신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2차전지 리싸이클링 관련 업체인 진성리텍(엘비리텍)을 인수하면서 새 먹거리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7월 엘비세미콘은 그룹사 지주사 격인 엘비와 함께 엘비리텍의 구주 100%를 인수하고, 새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엘비리텍은 2012년 설립된 폐기물 수거, 폐금속 리싸이클 회사다. 엘비세미콘과 엘비는 인수한 엘비리텍을 국내 굴지의 2차전지 폐금속 리싸이클 기업으로 육성해 그룹사 새 캐시카우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아직까지 폐배터리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단계는 아니지만, 5~10년 뒤에는 리싸이클 시장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면서 "현재 전철 스크랩 파쇄를 하고 있는 단계인데, 향후에는 후처리 공정까지 진출하는 방식으로 밸류체인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비리텍은 폐배터리 블랙파우더를 추출하는 기업으로, 리싸이클링 관련 환경부의 정식인가를 받은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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