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국 물이 빠지고 나서야 누가 알몸으로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 2001년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서한에서 사용된 이 문장은 주식투자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금언이 됐다. 기업의 경쟁력은 위기가 닥쳐야 드러나고 투자의 성패 역시 단기간에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호황기에는 기업의 민낯이 드러나지 않는다. 유동성이 넘치다 보니 당장의 내실보다 성장 잠재력이 주목받는다. 지난 몇 년 동안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상황이 비슷했다. 플랫폼, 메타버스, 2차전지까지 테마는 바뀌었지만 흐름은 같았다. 수익성보다는 ‘꿈’이 투자를 이끌었다. 적자 상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특례상장 기업들은 특히나 그랬다.
당장의 실적이 없는 특례상장 기업들은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해 공모가를 산출한다. 그런데 실제 전망치를 달성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에서 실사를 통해 근거를 보강하지만 대부분 고객사의 예측치(Forecast)나 전방시장의 성장 전망에 근거한 수치를 활용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미래 성과를 100% 정확히 맞출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세한 근거를 기반으로 최대한 세밀한 추정치를 제시하고 실적과 공모 당시 추정치의 차이가 크다면 그 이유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현재도 추정치를 기반으로 상장한 기업들은 실적 괴리율이 10% 이상일 때 사업보고서에 원인을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
규정과 달리 이런 공시 의무들이 충분히 지켜지고 있지는 않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2022년 기준 실적 추정치를 기반으로 상장한 110개사의 괴리율 공시를 점검한 결과 공시 상태가 미흡한 곳이 49개사(45%)에 달한다고 밝혔다. 괴리율에 대한 원인분석이 충분치 못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공모주 시장에선 정보 비대칭성을 무기로 ‘몸값’을 높이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글로벌 기업과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나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신사업 아이템을 곧 양산할 예정이라는 설명이 IR 과정에서 버젓이 나온다. 이런 일들이 조금씩 쌓이면 아무 부끄럼 없이 ‘발가벗고 헤엄치는’ 기업들이 등장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장의 룰도 깨질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금융당국의 행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실적 추정과 관련된 증권신고서와 사업보고서 양식을 개정했다. 추정치 근거를 보다 자세히 밝히고 괴리율이 높을 경우 명확히 원인을 설명하라는 것이 골자다. 공모주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같은 원칙이 지켜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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