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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필에너지, 글로벌 4680배터리 권취기 시장 공략 '엑셀'①레이저노칭·AGV 올인원 디바이스, 독과점 시장 뚫고 내년 초 유럽 고객사향 PO 예상

오산(경기)=조영갑 기자공개 2023-11-13 0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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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0일 13: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는 20PPM(Pieces per minute·분당생산속도) 수준의 속도를 설정해놓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내년 최대 30PPM 수준까지 생산속도를 올리는 작업을 지속할 겁니다."

지난 9일 경기도 오산 '필에너지' 본사 생산라인을 찾았을 때 설비개발본부 소속 엔지니어들은 필에너지가 신규 개발하고 있는 올인원 권취기(와인더) 설비 테스트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7월 코스닥 시장에 안착한 필에너지는 4680(46mmⅹ80mm) 원통형 배터리 시장을 타깃으로 신규 권취기를 개발하고 있다. 4680 배터리는 테슬라가 직접 양산 투자를 하고 있는 이른바 '차세대 배터리'다.

테스트 라인은 공개가 불가한 극비라인이지만, 거듭된 요청을 통해 짧은 테스트 시연을 취재할 수 있었다. '올인원'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단순히 극판을 감는 와인딩 공정만 탑재한 설비가 아니라 필에너지가 독자적으로 보유한 레이저 노칭, 가감속제어, 무인공급 기술이 집대성된 설비이기 때문이다.

권취기는 코팅-프레스-슬리팅 등 극판 전공정을 마친 극판 릴을 원통형 배터리 형태로 말아주는 장비다. 간단해 보이지만 정위, 정위치 속도 등 미세한 차이에 의해 품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조립공정 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설비로 평가된다.

이날 라인을 안내한 황지상 필에너지 전무(설비개발본부장)는 "다른 권취기 설비의 경우 수동으로 해치를 열고, 극판롤을 탑재해서 와인딩 작업을 셋업하기 때문에 해외 현장에서는 이 경우 라인을 전면 멈춰야 한다"면서 "이 시간만 하루에 2시간 반~3시간 가량 소모되는데, 우리의 설비는 자동화 설비로 설계됐기 때문에 이 소모시간을 오롯이 생산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풀 오토(Full-Auto) 시스템이라 수작동 대비 효율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황 전무가 이끄는 설비개발본부는 내년 초를 기점으로 글로벌 2차전지 권취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필에너지가 개발하는 올인원 권취기의 최대 강점은 일반 극판(1m) 대비 5배 긴 4680 배터리의 와인딩 속도를 매우 빠르게 유지하면서도 극판 얼라인먼트(정렬)의 정확도는 높였다는 점이다.
▲필에너지의 생산(assemble) 라인.

황 전무는 "권취를 빠르게 하면서 얼라인먼트를 정확하게 잡을 수 있는 핵심은 스태킹 설비의 가감속제어 기술"이라면서 "처음에 극판 릴을 포지셔닝하고 권취 속도를 올리면 극판의 얼라인먼트가 미세하게 뒤틀릴 수 있는데, 우리는 이 구간을 미세하게 분절해서 제어하는 매커니즘을 개발해 극판의 물리적 충격을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황 전무는 삼성SDI 생산기술연구소 핵심 엔지니어 출신으로 2차전지 극판, 조립 공정 공법의 권위자다.

필에너지의 올인원 권취기의 또 하나의 키 포인트는 어드밴스드 레이저 노칭 기술이 탑재됐다는 점이다. 노칭은 전극공정에서 완성한 롤 형태의 양극 및 음극을 자르는 장비다. 물리적 힘을 가하는 금형 방식과 레이저 방식으로 나뉘는데, 필에너지는 레이저 노칭 부문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옛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전류가 통하는 탭(tab)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전류부하나 열, 리튬석출(고체화) 등의 문제가 잦았지만, 4680 배터리의 경우 극판 무지부를 노칭해 무수히 많은 탭을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노칭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황 전무는 "비전을 기반으로 탭의 레이저 스캐너를 고속으로 실시간 정밀제어 해서 노칭이 일정하게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면서 "경쟁사 제품 대비 레이저 노칭의 품질을 끌어올리면서 권취 역시 더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와인딩을 마치고 나온 4680원통형 배터리 샘플
필에너지의 올인원 권취기는 현재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잠재 고객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속도와 효율, 가격 경쟁력까지 두루 좋은 평가를 받으며 내년 상반기 양산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필에너지는 경쟁사 설비 대비 스펙, 성능이 우수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레퍼런스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급가 설정을 비교적 합리적인 선에서 책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유럽의 잠재 고객사는 현재 필에너지와 4680 배터리의 파일럿 생산을 하기 위한 권취기 공급 협의를 진행하는 등 매출 시현에 가장 근접해 있는 회사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최근 시연을 통해 고객사의 긍정적인 반응을 청취했으며 이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정식 PO 접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에너지는 일본 배터리 업체들과도 공급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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