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11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자하는 가상자산거래소의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국내서는 가상자산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업 제약을 받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게 대표적인 제약이다. 먼저 나선건 두나무였다. 두나무는 해외 송금이 불가능하자 파트너십 형태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 업비트 브랜드를 진출시켰다. 지난해에는 미국 하이브와 합작법인 레벨스를 설립해 포토카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빗썸도 과거 두나무와 유사한 형태로 빗썸글로벌이라는 해외 거래소를 운영했었다. 그러나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과 겹쳐 상표 사용 파트너십 기간이 만료되면서 관계를 청산했다.

이후 별다른 해외 사업을 전개하지 않던 빗썸은 지난해 돌연 싱가포르 소재 '비언바운드(BE UNBOUND PTE. LTD.)'에 20억원을 출자했다. 비언바운드는 해외 대학 리뷰 플랫폼 '켐퍼스(Kempus)'를 운영 중이다. 수입이 없어 손실이 지속되자 올해도 12억원 가량 운영자금을 추가 투입했다. 수익성 없는 자회사를 정리 중인 빗썸의 최근 행보와 반대된다.

켐퍼스는 올해 하반기 앱을 출시하면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미국부터 노린다. 서비스에서는 아직 미국 대학교명만 검색이 가능하다. 서비스 출시 후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켐퍼스를 통해 빗썸이 해외사업 구심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으로 이륙한 켐퍼스, 연착륙 가능할까

비언바운드 지분은 빗썸이 100% 소유하고 있다. 비언바운드의 종속회사로 켐퍼스(Kempus Inc) 법인이 별도로 존재한다. 켐퍼스의 주 활동지는 미국이나 법인 소재지는 모회사와 같은 싱가포르에 위치해 있다.

켐퍼스는 미국판 에브리타임을 표방한다. 에브리타임은 국내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캠퍼스 생활 플랫폼이다. 각 학교별로 커뮤니티가 구성돼 있고 시간표, 강의 정보 등을 공유한다. 작년 기준 월간활성유저수(MAU)는 약 290만명으로 에브리타임 운영사에서는 대학생 10명 중 9명이 사용하는 앱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국내서 대학 리뷰 앱이 성공을 기록한 것을 목격한 빗썸이 해외서 이를 재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는 에브리타임과 같은 플랫폼이 없다. 미국에도 '블라인드'가 존재해 직장인들은 익명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지만 대학생은 각 SNS 플랫폼에 흩어져 있다. 페이스북 그룹, 디스코드 등을 통해 학교 정보를 공유한다.


켐퍼스의 운영 방식은 에브리타임과 매우 닮아 있다. 재학 중인 대학교를 이메일 등 방식으로 인증한 후 각 대학교 카테고리에서 강의 평가, 생활 편의 내용 공유 등을 할 수 있다. 상반기 PC 페이지를 공개했고 지난 9월 모바일 앱을 출시하면서 정식 운영에 나섰다.

빗썸은 켐퍼스가 미국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초기 자금을 수혈해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켐퍼스 모회사 비언바운드에 약 12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비언바운드는 3분기 기준 매출은 집계되지 않았고 2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났다. 대학 리뷰라는 서비스 특성 상 빠른 수익화가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빗썸의 지원이 계속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학생 가치관 이해한 '현지화 전략' 필요

켐퍼스는 우선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현지에서 유사한 플랫폼이 없었다보니 대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소셜 블로그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한다. 면접에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 인턴십 기간 동안 습득해야 할 회사생활 상식 등을 콘텐츠로 만들어 배포 중이다.

모바일 앱 출시에 맞춰 팟캐스트도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대학생들의 진로개발, 정신건강, 연애 등 고민을 상담해주는 컨셉이다. 채용 컨설턴트인 엘빈 예(Alvin Ye)가 진행을 맡았다. 그는 '켐퍼스 런치패드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여한다. 한국서 채용 기간에 각 기업이 대학 캠퍼스를 방문해 리쿠르팅 상담을 해주는 것 처럼 미국 각 대학교에서 진로 수립, 채용 관련 자료 등을 제공해준다.

일각에서는 켐퍼스가 성공하기 위해선 미국 대학생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현지 관계자는 "미국서는 대학생들이 사생활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자신의 대학 생활을 온라인에 잘 공유하지 않는다"며 "익명이라는 점과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