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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K-바이오' 혹한기에도 꽃은 폈다

최은진 제약바이오부 차장공개 2023-12-22 08:20:53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고의 시간을 지나 이제 기회의 장이 왔다." 올해 1월 3년만의 대면행사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2023년' 전망은 나름 희망적이었다. 상장(IPO)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 및 민간자금 모집도 쉽지 않은 그야말로 조달길이 막힌 2022년을 지나 그나마 숨통이 트일 2023년을 기대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K-바이오 시장은 지쳐있다. '뭘 해도 안된다'는 회의감에 더해 '내년은 더 힘들다'는 공포까지 만연하다. 연구개발(R&D)에 매진해도 성공이 보장되기 어려운 이 업계서 당장 생존부터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니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이다. 잘 지내냐는 오랜만의 안부조차 어려울 정도로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곳들도 있다.

괜찮은 기술이전 딜이 체결돼도 주가는 떨어지기 일쑤고 여기저기 재무적 비상등에 너도나도 증자하기 바쁘다. 법차손이라는 엄격한 규제가 두렵고 파두사태에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쯤되니 앞선 JP모간의 전망이 틀린건 아닌가 곱씹게 된다. 그러나 현장을 복기해보면 올해 조달 환경이 좋아질거라는 말을 한적은 없다. 오히려 도전적 환경이 계속될거라는 데 힘을 실었다. 다만 위기는 언제나 기회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융합 혹은 M&A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맞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장 상황은 부정하진 못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댈 구석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몇 해 전 바이오 진출을 선언했던 롯데, GS, OCI그룹에 이어 오리온, 대상, 한화, 동원그룹까지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국내 바이오텍 인수를 직접 타진하거나 실제 베팅에 나서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스탠스를 보인다.

제약사의 바이오텍 인수 역시 눈에 띄는 포인트다. 단순 오픈이노베이션의 지분투자 정도가 아니다. 코오롱제약의 플랫바이오, 동아에스티의 ADC 회사 앱티스 등 전격적 인수 딜이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 인바이츠 생태계 등 사모투자운용사(PE)가 큰 손으로 등장하며 메기역할을 기대한다는 점도 변화의 핵심이다.

조용한 한방을 노리는 신규 투자자들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종근당, 오름테라퓨틱스 등 몇몇 플레이어들이 1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빅딜을 따내는 쾌거도 만들어냈다. 제네릭에 묶여있기만 할 것 같은 종근당 같은 회사들의 약진도 주목해야할 변화다. 전통 바이오텍도 아닌 HLB가 미국 신약 진출 꿈을 이루기 일보직전이고 AI 의료라는 새로운 화두로 해외를 공략하며 성과를 내는 루닛 같은 곳도 있다.

VC에 그쳤던 투자자 축이 다변화 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신약개발의 중심축도 바뀌고 있고 K-바이오의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IPO만이 살길이라 믿었던 시장에 M&A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기술탈취에 갇힌 인식 전환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혹한기를 견디기 위해 스스로 변화를 취하면서 K-바이오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조용히 꽃을 피우고 있는 곳들이 있다. 이 '가능성'에 안도하며 봄을 기다려야 할 때다. 미국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바이오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어쩌면 기다리는 그 날이 머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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