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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외상 3.5조 갚은 한국전력, 바닥 드러내는 곳간9월 말 현금성자산 1000억대로 감소 '역대 최저'…발전 자회사들에 SOS

양도웅 기자공개 2024-01-02 13:55:0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7일 11:4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전 자회사들에 총 3조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요구한 가운데 본사 곳간이 바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현금성자산이 1000억원대로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다. 운영자금과 필수 설비투자(CAPEX)를 위해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간 한국전력은 고객사들에 지급해야 할 전기 매입대금을 외상으로 처리하면서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고객사들에 더 이상 부담을 지우기 어려워지자 올해 3조원 넘는 외상을 갚았고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현금창출력 약화의 주요 원인이다.


◇영업활동서 9.2조 현금 유출...'외상 상환' 영향

한국전력의 올해 3분기 누계(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조193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9조7902억원)과 비교해 유출 크기는 줄었지만 여전히 CAPEX도 벌지 못할 정도로 현금창출력이 좋지 않다.

주 원인은 매입채무 감소다. 매입채무는 쉽게 말해 외상이다. 증가할수록 현금흐름에 긍정적이지만 반대 경우에는 부정적이다. 올해 한국전력 매입채무(기타채무 포함) 감소로 3조4995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발전 자회사를 포함한 고객사들로부터 외상으로 구입한 전기에 대해 현금 결제를 한 것이다.

작년 4월 정부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발전 자회사 등은 한국전력이 전기 매입대금 지급일을 한 차례 미룰 수 있도록 '전력거래대금 결제일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외상을 늘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전기요금 현실화가 어려워지면서 CAPEX도 벌지 못하는 상황(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이 지속되자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마련한 비상대책이었다.


이후 한국전력은 적극적으로 이 방법을 활용해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다. 2021년 말 6조4519억원이던 매입채무는 규칙 개정이 이뤄진 이후인 2022년 말 9조6993억원으로 50%(3조2474억원) 증가했다. 그만큼의 현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를 통해 대부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발전 자회사들 입장에서는 한국전력이 현금 결제를 미룰수록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발전 자회사들에 계속해서 부담을 전가하기 어려워지자 올해 한국전력은 지난해처럼 외상을 늘리는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외상 확대, 회사채 추가 발행 어려워...자회사들에 중간배당 요청

외상 확대라는 현금확보 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워지자 한국전력은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 등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올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 12조2676억원을 나타냈다.

적극적인 재무활동은 영업활동에서 창출하지 못한 운영자금과 CAPEX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전력은 매분기 1조5000억원 안팎의 CAPEX가 필요하다. 이를 집행하지 않을 경우 기업과 가계에 공급하는 전기의 품질이 떨어진다. 부채 증가와 그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더라도 CAPEX를 위한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외부에서 대규모 현금을 빌렸지만 영업과 투자활동에서 유출된 현금이 워낙에 컸기 때문에 올해 한국전력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말 477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1887억원으로 152%(2882억원) 줄었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일 뿐 아니라 올해 잔여 운영자금과 CAPEX를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사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최대 5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정확한 적립금 규모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한국전력은 이미 회사채 발행한도를 다 채운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9월 말 회사채 미상환 잔액은 약 68조원이다. 여기에 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 잔액까지 합하면 8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처럼 외상을 크게 늘리는 방법도 취하기 어려워지자 한국전력은 최근 발전 자회사들에 3조2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요청했다. 최대 4조원을 요청했으나 발전 자회사들의 난색으로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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