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04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범현대 기업들의 신년사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일화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선대가 남긴 행적이 후대를 위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권오갑 회장이 낸 HD현대그룹의 올해 신년사에도 정주영 명예회장이 등장했다. 1970년대 후반 그가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 가운데서 조선업에서 세계적인 평가를 받는 임무의 막중함을 언급한 부분이 인용됐다. 자기가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한 창업주의 정신을 잊지 말자는 얘기다.
HD현대그룹에서는 전문경영인 권 회장에서 오너 3세 정기선 부회장으로의 리더십 전환이 진행 중이다. 정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 HD현대의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는 만큼 명실상부한 그룹 총수에 오를 때가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더십의 안정적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성과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HD현대그룹은 3대 주력사업이 모두 안정적이지 못한 경영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조선업은 중국 조선사들의 추격이 매섭고 에너지사업은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유가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건설기계 역시 글로벌 건설경기 침체를 넘어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산업사의 신화적 존재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이름은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내부 단결의 촉매로 부족함이 없다. 다만 신년사에 나타나지 않은 정 부회장의 속내가 궁금하다.
후계자가 자신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 기업이 미래에 더욱 성장하기를 원하지 않는 오너 경영인은 없다. 마찬가지로 선대를 넘어서는 '청출어람'을 마다할 후계자도 없다. 정 부회장에게 할아버지 정 명예회장은 그저 길잡이일 뿐일까. 언젠가는 넘어서야 할 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언제부턴가 현대자동차그룹 신년사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잘 언급되지 않는다. 정의선 회장 명의로 신년사를 내기 시작한 2019년부터 따지면 올해 '선대회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등장한 것이 처음이다.
정의선 회장이 창업주 시대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닐 터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과거 현대그룹의 일부였던 시절보다 오너 2세 정몽구 명예회장의 분리 독립 이후 성과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대가 남긴 이정표를 후계자가 뛰어넘으며 현대차그룹은 성장해 왔다. 정의선 회장이 또 한 번의 청출어람을 위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사이 선대의 그림자는 자연스럽게 옅어지는 것일 뿐이다.
HD현대그룹은 전 사업에 걸쳐 친환경화와 디지털화의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 혁신의 과정에서 정 부회장도 선대의 이정표를 넘어서는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 경영환경은 분명 녹록지 않다. 그러나 묘수는 항상 위기 속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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