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CJ그룹 문화사업 A to Z]30년 역사의 '대중문화' 포트폴리오 지도②CJ ENM 중심 글로벌 넘버원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지향...인프라부터 콘텐츠까지

이지혜 기자공개 2024-01-22 14:05:46

[편집자주]

예술가 개인은 가난했을지라도 예술을 키운 건 자본이었다. 유럽의 메디치 가문이 대표적이다. 르네상스 시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메디치 가문의 자본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등 미술사에 남는 거장을 키워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식품, 건설, 전자 등 영위한 사업은 저마다 달랐어도 이들이 축적한 자본 덕분에 개인의 창의성이 작품으로, 예술로, 문화로, 산업으로 꽃 피울 수 있었다. 한국의 문화산업을 이끈 기업은 어디일까. 이들은 왜 문화에 관심을 뒀을까. 더벨이 한국 문화산업을 키워낸 기업들을 톺아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그룹을 빼놓고 대중문화사를 논하기는 어렵다. 역사도 깊지만 영역도 방대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음악을 들으며 외출 준비를 하고, 뮤지컬을 보며 데이트를 즐기고, 집에 돌아와 TV를 켜고 쉬는 순간까지, 모든 일상에 스며들도록 CJ그룹은 문화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인프라부터 콘텐츠까지 CJ그룹이 토대공사부터 진행한 덕분이다. 극장은 물론 방송 채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문화산업 인프라와 플랫폼을 직접 세워 대중과 접점을 형성했다. 또 이를 채울 수 있는 질 좋은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플랫폼에 꽉꽉 눌러담았다.

CJ그룹이 ‘대중문화 왕국’으로 거듭난 비결이다. 다만 30년에 걸쳐 이룩한 왕국이다 보니 CJ그룹의 문화사업은 때로 복잡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다. CJ그룹이 영위하는 문화사업과 계열사 지도를 더벨이 그려봤다.


◇1990년대: 영화·음악 집중공략, 30년 ‘대중문화 왕국’의 시작

“전세계인의 일상에 생동감을 주는 글로벌 넘버원(NO.1) 라이프 스타일 크리에이터.” 비전답게 CJ그룹은 △영화 제작과 투자, 배급 △음악 △드라마와 예능 △TV와 디지털 채널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디지털 △OTT까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핵심 계열사 CJ ENM이 자리잡고 있다.


CJ그룹이 지금의 문화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기까지 약 30년이 걸렸다. 1995년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던 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한화 3300억원) 규모로 합작투자를 하며 영화사업에 손을 댄 게 출발점이 됐다. 이로써 CJ그룹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드림웍스 작품 판권을 보유하게 됐다.

동시에 CJ그룹은 제일제당 내에 멀티미디어사업부 극장팀을 신설해 1996년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 설립 계획을 공표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98년에는 CGV강변11이 개관했는데 이 곳이 바로 CJ CGV의 시초다.

CGV강변11이 한 층 한 층 벽돌을 쌓는 사이에도 CJ그룹은 새로운 사업을 찾아 쉴새없이 움직였다. 1997년 CJ그룹은 음악사업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제일제당이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CJ엔터테인먼트에 그해 1월 음반사업부를 신설했다. '낙스(KNOX)'라는 음반 레이블을 통해 국내 음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제일제당을 주체로 1997년 음악전문방송 채널인 M-net(엠넷) 지분을 인수했다. 엠넷 지분 인수에 들인 돈은 약 200억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엠넷을 인수한 뒤 CJ그룹은 프로그램을 상당수 개편하는 한편 24시간 실시간 인터넷 방송도 시작하며 기존 음악사업부문과 시너지를 내고자 안간힘을 썼다.

즉 CJ그룹이 1990년대까지 영화와 음악사업에 중점을 두고 극장과 채널 등 인프라를 갖추고 이를 채울 콘텐츠사업까지 영위했다는 의미다.

◇2000년대: ‘미디어 장악력’ 확대, 방송채널 확장


2000년대 들어서는 미디어 채널을 다변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2000년 푸드채널 ‘채널F', 영화채널 ’홈CGV'에 이어 2006년 종합엔터테인먼트채널 tvN도 개국했다.

tvN은 CJ그룹의 지향점을 분명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tvN은 자체 제작 예능과 드라마,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송출하기 위해 만든 채널이다. 영화는 물론 음악, 예능, 드라마 등 모든 분야의 방송 콘텐츠를 아울러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지상파의 유명 PD도 대거 영입했다. 1박2일로 대박을 친 나영석 등 유명 예능을 제작한 PD의 몸값이 연일 화제가 될 정도였다. 덕분에 tvN은 [롤러코스터], [꽃보다 할배] 등 예능프로그램을 제작, 미디어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이 외에도 꾸준히 채널을 개국하거나 새로 인수함으로써 CJ그룹이 거느린 채널은 투니버스, OCN 등 2010년 모두 18개에 이르렀다.

◇2010년대: 글로벌 IP파워하우스 도약 위한 여정


문화사업을 시작한 지 15년이 흘러, 거듭된 인수합병(M&A)으로 계열사 구조가 복잡해지자 CJ그룹은 역량을 한 데 뭉치기로 했다. 2011년 CJ E&M을 출범한 배경이다. CJ미디어와 온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엠넷미디어를 합쳐 종합콘텐츠기업 CJ E&M을 새로 출범시켰다.

CJ E&M의 통솔 아래 문화사업은 승승장구했다. 2015년 후반 드라마 [응답하라1988]이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뜨리면서 tvN은 지상파 방송국 못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콘텐츠의 힘을 확인한 CJ그룹은 '지식재산권(IP)'이 곧 경쟁력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간 영화, 음악, 미디어사업을 통해 확보한 노하우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CJ E&M의 드라마 사업부문을 2016년 5월 물적분할,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을 출범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코스닥에 상장한 드라마 제작사로 현재 국내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해 2017년 방영한 드라마 [도깨비]는 시청률 20%를 달성하며 tvN을 위상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또 IP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M&A를 통해 퀀텀점프를 시도했다. 2016년 영화 제작사 JK필름, 2019년 드라마 제작사 ‘본팩토리’와 콘텐츠 제작사 ‘지티스트’에 이어 2021년에는 미국 프리미엄 콘텐츠 스튜디오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엔데버콘텐트 인수에 눈길이 쏠린다. CJ그룹이 엔데버콘텐트 인수에 들인 돈은 약 1조원이다. CJ그룹이 문화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M&A였다. 전세계를 공략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의도였다. 현재 엔데버콘텐트는 시프스시즌으로 사명을 바꿨다.

CJ그룹은 미디어 인프라를 갖추는 데 있어서 방송채널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공세가 거세지는 시점이었다. 이에 2020년 OTT인 ‘티빙’을 독립법인으로 출범해 방송채널 외에 CJ그룹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다각화했다.

대중문화의 거의 모든 시장에 진입한 CJ그룹은 자체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어워즈와 컨벤션 프로그램도 다수 만들었다. 어워즈, 컨벤션 등은 화제성이 클 뿐 아니라 주최기업의 위상과 영향력을 과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2009년부터 해마다 글로벌 음악 시상식 MAMA를 개최, 2012년부터는 세계 최대 한류 페스티벌인 KCON을 진행하고 있다. MAMA와 KCON은 해를 거듭할수록 유명세를 더했다. 2023년 KCON LA는 14만명의 관객을 동원, 누적 관객 162만명을 돌파했다.

◇불모지에서 자본으로 싹틔운 뮤지컬 문화, 글로벌 수준으로 ‘껑충’


CJ그룹이 뮤지컬사업에 두각을 보이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뮤지컬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2000년대 들어 대중의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대형 공연의 평균 제작비가 20억원을 넘지 않았고 장기 공연이라봐야 한 달이 전부였다.

이런 판도를 변화시킨 데도 CJ그룹의 자본이 주효했다. CJ그룹의 공연사업부가 2003년 뮤지컬 [캣츠]를 국내에 소개하며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단순 자본 투자에 머물렀던 CJ그룹이었지만 2006년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선보이면서 CJ그룹은 자체 제작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시작했다.

뮤지컬시장에서 CJ그룹의 영향력은 강력했다. CJ그룹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제작비는 수십억원 단위에서 백억원 단위로 껑충 뛰었다. 작품의 질이 좋아지면서 관객이 늘고 시장이 커진 덕분에 2003년부터 2021년까지 CJ그룹은 367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토니상, 올리비에상, 그래미상 등 권위있는 글로벌 시상식에서 받은 상도 38개나 된다.

또 [킹키부츠], [물랑루즈], [보디가드], [빅피쉬] 등 뮤지컬 작품은 해외 공동 프로듀싱을 진행했다. 덕분에 CJ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브로드웨이 리그 정회원 자격을 취득했고 토니어워즈 심사권도 확보했다.

CJ그룹 관계자는 "K-문화 콘텐츠를 통해 전세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글로벌 대중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