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22일 08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기자 수십명이 몰려들었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롯데그룹 VCM, 더 정확히 말하자면 VCM에 참석하는 사장단을 취재하기 위해서다.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지주 대표 및 실장,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이 저마다 다른 각오와 포부를 갖고 회의에 참석한다. 멘트부터 표정, 옷차림, 제스처까지 하나하나가 '뉴스'다.
취재진은 출근하는 참석자들을 포착하기 위해 1층 입구 앞에 진을 치고 기다린다. 어딘가 멀끔한 행색의 인물이 나타나면 우선 카메라 세례가 쏟아지고 비교적 얼굴이 잘 알려진 이는 순식간에 기자들에게 둘러싸인다.
정신없는 현장 속 한 인물에게 눈길이 갔다. 바로 타마츠카 겐이치 롯데홀딩스 대표다. 관심을 끈 첫 번째 이유는 약 한 시간 전 5층 신격호 기념관 앞에서 그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후 당연히 취재진을 피해 이동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1층에 나타났다.
두 번째 이유는 무관심에 있었다. 흰 서류봉투를 든 타마츠카 대표는 보좌관과 함께 왼쪽 복도에서 걸어 나왔다. 취재진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힐끗 돌아보고는 다시 중앙 로비에 시선을 집중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회의장으로 향하는 그의 사진을 보도한 언론은 단 세 곳 뿐이었다.
타마츠카 대표는 일본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를 이끄는 인물이다. 이런 그가 놀랍도록 평온하게 취재진을 지나치는 모습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와 일본 롯데그룹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을 짐작하게 했다.
롯데홀딩스는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처음 대중에게 존재를 드러냈다.
80여 개 계열사가 얽히고설킨 지분 구조를 파헤친 결과 롯데그룹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를 지배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를 찾자 롯데홀딩스라는 회사가 나타났다. 일본 기업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가 드러나면서 국적 논란과 비난 여론까지 불거졌다.
롯데홀딩스 대표 자리를 지키며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쥔 신동빈 회장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본 계열 지분 축소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한국어로 직접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발표한 점이 한국 기업으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신 회장과 함께 롯데홀딩스를 이끄는 타마츠카 대표는 향후 한국롯데 지주사 전환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시 일본 롯데의 입장을 대변할 인물이다.
이날 회의에 앞서 신격호 명예회장 기념관을 찾은 그에게 한국어로 질문을 건네자 "I can't speak Korean." 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기념관 설명을 들을 때도 영어와 일본어 도슨트 중 직접 영어 안내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타마츠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의 영어 고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015년 더듬거리면서도 한국어로 공개 사과문 발표를 강행한 신 회장과는 어떤 시너지를 낼까. 앞으로 롯데홀딩스의 행보를 흥미롭게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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