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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지형도 매핑]'토종 터줏대감' 티빙의 분투③합병·연합 통해 컸지만 국내 3위로 주춤…KBO, 광고요금제로 반전 노린다

고진영 기자공개 2024-02-19 08:21:09

[편집자주]

OTT 서비스의 확산은 지상파와 유료방송을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로 밀어낸지 오래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철통같은 독주. 추격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파이 다툼은 끝없는 출혈 경쟁을 낳았다. 생존하려면 투자를 해야 하는데, 부담이 지나쳐 수익이 나질 않는다. 고전하던 토종 OTT 사업자들은 손 잡고 덩치를 키워 대응에 나섰다. 게임체인저 넷플릭스가 등장한 이후 OTT 시장은 어떻게 변화했고 전망은 어떨까. 더벨이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티빙은 꽤 오래 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 국내 진출보다 6년은 빠른 2010년 등장했으니 이제 14년차에 접어든 터줏대감이다. CJ ENM, SLL중앙을 대주주로 두고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받는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아직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넷플릭스의 자본력, 규모의 경제에 압도당한 데다 작년엔 쿠팡플레이에도 점유율이 밀렸다. 이제 요금정책 변경과 웨이브와의 합병 등을 추진하면서 다시 반격을 노리고 있다.

◇JTBC와 연합, 본격화한 성장로드

티빙은 2010년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이 출시했다. 국내 최초의 OTT지만 초기엔 지상파나 케이블방송의 다시보기를 제공하거나, VOD(주문형 비디오)를 팔아 수익을 내는 단순한 서비스플랫폼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 CJ ENM 계열로 편입된 2016년부터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tvN, 온스타일, 엠넷 등 CJ ENM 채널에 기반해 서비스를 확대했는데 2020년 10월엔 JTBC스튜디오(현 SLL)과 협력을 약속하면서 주식회사 티빙으로 분사, 성장 전략에 본격적 시동을 걸었다.

당시 국내 미디어 시장은 격변을 앞두고 있었다. 우선 애플TV+, 디즈니플러스가 진출을 결정했다. 또 지상파3사가 연합한 OTT서비스 ‘푹(POOQ)’과 SK텔레콤 ‘옥수수(oksusu)’가 결합해 웨이브가 탄생했다. 티빙 역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결단이 필요했던 시기다.

JTBC스튜디오를 아군으로 확보한 CJ ENM은 티빙을 합작법인으로 다시 출범시켰다. 2021년엔 네이버가 400억원 규모 지분투자로 가세해 3대주주에 올랐고 이듬해 티빙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418만명을 기록, 처음으로 국내 OTT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022년 10월 KT 시즌을 흡수합병하면서 웨이브와 MAU 격차를 100만명 수준으로 벌렸다. 하지만 MAU가 그 두 배에 달했던 넷플릭스의 아성은 견고했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

분사 이후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한 티빙의 전략은 독점 콘텐츠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다른 사업자들과의 전략적 연합으로 요약된다. 우선 독점 콘텐츠부터 늘렸는데 과거 차별화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작법인 설립 이후론 JTBC를 주요 주주로 확보한 만큼 JTBC, JTBC골프앤스포츠 등 JTBC 계열 채널과 tvN, OCN을 비롯한 CJ ENM 콘텐츠를 배타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유미의세포들 시즌2> <술꾼도시여자들2>, <아일랜드> 등을 독점 방영했다. 또 <환승연애>, <여고추리반>, <서울체크인> 등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시 확대했다.

◇배우 몸값만 수억…투자 부담 '천정부지'

현재 티빙은 국내 OTT플랫폼 중 가장 활발하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2021년 1200억원, 2022년 2000억원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1500억원 안팎을 쓴다. 이달 컨퍼런스콜에서 티빙 측은 KBO(한국프로야구) 중계권에 이미 투입한 자금을 감안해도 올해 제작비를 작년과 비슷하게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파이 규모에 비해 이미 경쟁자가 넘친다. 국내 OTT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줄줄이 흥행하다 보니 글로벌 OTT 사업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중요히 여기고 있어서다. 국내 콘텐츠를 미끼로 글로벌 구독자를 끌어올 수 없는 티빙으로선 불리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들은 드라마 제작비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배우 이정재씨의 경우 회당 출연료가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현재 10억원 선을 논의할 수 있는 배우는 국내에서 이정재 씨 뿐이지만 배우 한명 몸값이 오르면 덩달아 다른 배우들도 출연료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일단 출연료가 오르고 나면 웬만해선 내리는 일이 없기 때문에 제작비 절감이 어려운 추세”라고 전했다.

티빙이 적자 탈출과 이용자수 확대를 동시에 추구하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2022년 티빙은 119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기록한 적자는 1177억원이다. 최근 티빙이 한국프로야구(KBO) 중계권에 수백억원을 지출한 것도 이런 국면 돌파를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반전 키워드, KBO·AVOD·웨이브

KBO는 지난달 티빙을 KBO 리그의 온라인 중계권에 해당하는 유무선 중계권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온라인 생중계, 하이라이트 VOD, 재판매 사업권 등을 티빙이 가질 전망이다. 입찰에서 티빙은 기존 중계권보다 2배나 많은 연 400억원을 불렀다. 같이 참전한 네이버 컨소시엄이 200억원대,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300억원대를 제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담한 베팅이다.

이는 지난해 스포츠중계를 무기로 티빙을 추월한 쿠팡플레이의 전략, 넷플릭스의 약점이 스포츠에 있다는 측면을 의식한 결정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프로야구는 리그 기간이 약 7개월이기 때문에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오리지널 콘텐츠 등에 비해 이용자를 잡아둘 수 있는 기간이 길다. 2022년 기준 네이버 중계의 경기별 동시접속자수는 평균 5만명을 넘는다.

네이버의 KBO 경기중계 개편 화면

티빙은 올 3월 KBO 중계 시기와 맞춰 광고형요금제(AVOD) 역시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OTT 서비스 중에선 처음인데, 전체 가입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제휴 고객이 광고 요금제로 전환되는 만큼 시작부터 광고요금제 고객을 많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광고 고객사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또 논스킵(Non Skip) 광고, KBO 중계 유입 등으로 광고 효과를 자신 중이다.

티빙은 하반기까지 유료가입자 500만명을 넘기고 BEP(손익분기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최근 컨콜을 통해 "가입자 전체 20~30%를 광고요금제가 차지하면서 매출이 대략 10% 정도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리지널 콘텐츠인 <크라임씬 리턴즈>, 국내 OTT로는 티빙이 독점 서비스 중인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티빙 오리지널 <크라임씬 리턴즈>

다만 시장에선 무엇보다 웨이브와의 합병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티빙은 비용절감보다는 매출을 끌어 올려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모습"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이용자수이기 때문에 웨이브와의 합병 및 합병 비율, 합병 후 시너지 전략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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